[편집자 주]

드라마, 가요를 포함한 대중문화는 상대국에 대한 인상, 더 나아가 국가 간 정치적, 외교적 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과 겐론NPO가 공동으로 진행한 ’제9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 이슈브리핑에서 손열 EAI 원장과 이하연 EAI 연구원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여전히 양국의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양국의 호감도를 제고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은 문화 소비를 촉진하는 문화 공공외교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대중문화 채널의 다각화, 인적 교류의 재개통, 일본에 대한 완전한 문화 개방 실시 등을 문화교류 촉진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한다.

 


 

1. 들어가며

 

한일관계에서 대중문화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일본에서 BTS, <사랑의 불시착>, <기생충>과 같은 ‘한류’의 인기, 그리고 한국에서 <귀멸의 칼날>과 같은 일본의 망가, 애니메이션, 소설, J-pop 등 ‘일류’의 인기는 과연 한일 국민 상호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일까?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은 누구일까?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 대중문화 소비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문화적 매력은 정치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

 

동아시아연구원(EAI)과 겐론NPO가 공동으로 진행한 ‘제9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한류와 일류 등 대중문화, 쇼핑 및 식문화(食文化) 등 문화 소비는 상대국에 대한 인상, 나아가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은 2030세대 혹은 MZ세대로서, 이들의 상대국 인식이 기성세대와 차이가 있음은 EAI 연구 결과들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1] 이번 조사결과는 상대국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상대국에 긍정적 인상을 보이는 양국의 청년세대가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주역임을 보여주고 있다.

 

2. 일본의 대중문화 소비와 한국 인식

 

지난 9년간 이어온 한일상호인식조사에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은 20.5%-31.1%, 좋지 않은 인상은 37.3%-54.4% 사이를 오갔다(<그림 1>). 2021년 현재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25.4%의 일본 국민은 어떤 경로로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일본인이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는 이유로는 매력적인 대중문화 및 식문화, 쇼핑을 포괄하는 문화소비와 관련된 답변이 압도적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어서’라고 답변한 일본인은 53.9%나 되었고, 49.2%가 ‘한국의 매력적인 식문화와 쇼핑 때문에’라고 답변하였다(<그림 2-1>).

 

<그림 1> 상대국에 대한 인상 추이 2013-2021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13-2021)

 

<그림 2-1> 상대국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이유(2020-2021)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0-2021)

 

<그림 2-2>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일본인은 상대국에 대해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고 답변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인의 34.5%가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긴다고 답하였고(<그림 3>), 이들 중 81.2%라는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 대중문화 소비로 인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게 된다고 응답하였다(<그림 4>).

 

<그림 3> 상대국의 대중문화 소비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그림 4> 대중문화 소비로 인한 상대국에 대한 인상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그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경우 64.6%의 높은 비율로 ‘한국 대중문화 소비가 한일관계 악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그림 5>). 이런 현상은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뛰어난 고객 유지(customer stickiness) 전략의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일본시장의 니즈를 잘 파악하여, 일본 대중문화에 없는 무언가를 제공하였고, 그로 인해 음악, 드라마, 영화 그리고 최근에는 전통적으로 일본이 강세를 보인 만화와 소설계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보이고 충성심 높은 팬층을 형성해가고 있다. 즉,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일본인들은 대다수가 정치권이나 사회 지도층의 한국에 대한 견해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소비하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일본인의 34.5% 즉 3명 중 1명 이상이 한국 문화를 소비한다고 답변한 것은 한국 대중문화가 일본 내에서 어느 정도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5> 한일관계가 대중문화 소비에 미치는 영향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한편, 조사결과를 연령별로 나누어 분석해보면, 젊을수록 이런 경향들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 확인된다. 49세 미만의 경우 한국에 좋은 인상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40%에 육박하여 높은 편인 반면, 60대 이상이 갖는 좋지 않은 인상이 전체 평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6>).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한국에 대한 인식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청년세대는 29세 미만과 30대의 경우 각각 46.9%, 45.6%가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한다고 답하였다(<그림 3>). 이는 거의 2명 중 1명 수준으로 대단히 높은 비율이다. 또한, 이들이 한국의 대중문화 소비로 인해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는 비율은 60-80% 사이로서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그림 2-2>). 그뿐만 아니라 일본인 연령대 전반이 한국 대중문화 소비로 인해 한국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고 답변하였고(<그림 4>),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대중문화를 즐긴다고 답하였지만(<그림 5>), 그중에서도 특히 30대 이하의 높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충성심은 주목할 만하다.

 

<그림 6> 연령별 한국에 대한 인상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3.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소비와 일본 인상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9년간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에서도 對일본 호감도를 주도한 계층은 청년세대, 특히 29세 미만의 세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2019년 양국 간의 무역, 안보 갈등 사태를 통해서도 한국 청년세대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그림 7>). 그럼에도 불구하고, Z세대를 포함한 29세 미만 응답자의 경우, 대일 여론이 악화된 속에서 치러진 2020년도 조사에서도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호감도(2020년 조사 20대의 호감도: 19.4%)와 가장 낮은 비호감도를 보인 바 있다(2020년 조사 20대의 비호감도: 52.8%). 이는 기성세대와 상당히 유사한 수준으로 변동한 30대의 호감도 및 비호감도와 비교하여도 특이한 점이다.

 

<그림 7> 연령별 일본에 대한 호감도 변화(2019-2021)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한국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대중문화의 소비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인 응답자의 34.5%가, 그리고 전 연령대가 비교적 골고루 한국의 대중문화를 소비한다고 답변한 것에 비해 한국 측의 18.0%가 일본의 소설, 망가/애니메이션, 영화 등 대중문화를 소비한다고 답변하였다. 반면 한국의 기성세대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 심지어 젊은 층에 속하는 30대의 경우에도 이 비중이 21.8% 정도로서 한국 측 전체 평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29세 미만의 경우 일본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비중이 41.5%로 대단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그림 3>).

 

일본 국민과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도 일본의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사람의 67.0%가 상대국의 대중문화를 즐기면 상대국에 대해 대체로 좋은 인상을 받게 된다고 답변하였다. 이 비율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연령대와 관계없이 대중문화 소비가 전반적으로 좋은 인상을 끌어낸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확인된다(<그림 4>).

 

그러나, 일본인 응답자 중 64.6%라는 높은 비율이 대중문화 소비는 양국의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대답한 반면, 한국 측은 32.4% 만이 양국 간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그림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청년세대의 경우, 관계가 악화되면 일본의 대중문화 소비를 주저하게 된다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29세 미만과 30대의 경우 관계 악화에 일본 대중문화 소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비율도 가장 높았고, 관계가 악화되면 일본 대중문화 소비를 주저하게 된다는 비율 역시 가장 낮았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상대국의 대중문화 소비가 상대국에 좋은 인상을 유지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4. MZ세대의 대중문화 소비

 

한국의 MZ세대가 기성세대와는 다른 점은 직접 일본을 방문하여 문화를 체험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29세 미만은 66.5%, 30대는 59.6%라는 매우 높은 비율로 향후 일본 방문의향이 있다고 답하였다. 한국의 MZ세대는 실제로 기성세대보다 높은 비율로 일본을 최근에 방문하였고, 또 여러 번 방문해왔다. 지난 2020년~2021년 사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방문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한국인이 41.4%로, 2020년의 37.4%보다 4%p나 증가한 이유는 서베이 풀에 새롭게 포함되는 MZ세대의 비중이 늘었다는데 기인한다. 2021년 응답자 중 18-29세의 44.3%가, 30대의 46.8%가 일본 방문 경험이 있다고 답하여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또한, 일본 방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29세 미만의 89.8%가, 30대의 경우도 69.9%가 5년 이내에 일본 방문 경험이 있다고 답하였다(<그림 8>). 그뿐만 아니라 이들의 일본 재방문율 또한 전 연령 중 가장 높게 나왔다. 29세 미만의 경우, 지난 5년간 일본을 2~4회 및 5회 이상 방문했다고 답한 일본 방문 유경험자가 34.6%나 되었다(<그림 9>). 30대도 24.7%로 29세 미만 다음으로 높다. MZ세대의 높은 일본 방문율 및 재방문율은 자연히 이들 젊은이가 일본에 대해 직접 경험하고 스스로 인상을 형성할 기회를 더욱 많이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는 이유에 대하여 40대 이상은 모두 일본은 ‘생활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어서’라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반면, 30대 미만은 모두 일본인의 ‘친절하고 성실한 국민성 때문’이라고 답변하였다. 일본에 대한 기성세대의 경제적 시각과 대비되는 문화적 시각이라 하겠다. 기성세대가 근대화 시기 일본과 한국의 국력 차이를 반영하는 일본관을 갖고 있다면, MZ세대는 2021년 현재 일 인당 국민 소득 및 국방비 등에서 격차가 축소되고 한국의 문화적 부상을 배경으로 새로운 일본관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8> 가장 최근 일본 방문 시기

<그림 9> 지난 5년간 일본 방문 횟수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이번 조사 결과, 한국의 MZ세대는 문화소비나 직접 방문을 통한 경험 외에도 일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호감도 및 인상을 형성하는 경로에서 기성세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림 10>에서 보듯이 40대 이상은 일본이나 한일관계에 관한 정보를 주로 텔레비전 뉴스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를 통하여 얻는 경우가 66.8%에서 95.3%에 달하는 반면, 30대는 이 비율이 38.6%, 29세 미만은 30.0%에 그쳤다. 대신 MZ세대는 압도적으로 컴퓨터와 모바일기기를 통해 일본 관련 정보를 접하고 있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 서로 다른 경로로 얻게 되는 정보는 상당히 다르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림 10> 일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MZ세대가 한국의 전통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 내린 평가도 인상적이다. ‘한국의 신문이나 잡지, 방송은 한일관계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공평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29세 미만은 43.2%가, 30대는 46.2%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였다. 보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 한국의 보도가 ‘왜 객관적이고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29세 미만의 69.7%가, 30대의 68.1%의 높은 비율로 ‘매체들이 정치적 상황이나 입장에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변 자체는 전 연령 평균 수치인 첫 번째 질문의 45.4%, 두 번째 질문의 62.3%와 상당히 근접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기성세대는 한국의 언론에 대하여 이러한 평가를 하면서도 그 매체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기타 경로를 통해 일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경로는 특성상 전통 매체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와 의견들이 존재한다. 또한, 온라인 및 모바일상에서는 개인이 주도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다양한 출처를 직접 비교해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경로의 차이가 인상 및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인다.

 

한국의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경로로 일본에 대한 정보를 얻고, 다수가 여행을 통하여 일본을 직접 체험하고 있으며, 대중문화 소비를 통해서 일본관을 형성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세대가 일본의 대중문화를 좋아하고 일본에 대해 비교적 높은 호감도를 갖는다고 하여 두 국가 간의 역사문제와 최근에 일어난 무역갈등 및 일본 정치권의 망언 등에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2019년~2021년 사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도 역사문제 및 일본의 수출규제에 민감함을 보이고 있다. 오승희 등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한국의 청년세대가 일본군 ’위안부’ 및 징용공문제 등을 단순히 한국과 일본 간의 분쟁이 아닌 인권 또는 공정의 이슈로 보고 강한 반발을 보인 바 있다.[2]

 

5. 정책적 함의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일간의 상호 인식 향상에 작용하는 요인으로 대중문화를 포함하는 양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대일 공공외교 차원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확산이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이 역사문제나 독도문제에 대한 정책 공공외교를 강화한다고 해서 일본의 여론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는 이유로 일본인들의 44.9%는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을 계속 비판하기 때문에' 그리고 30.7%는 '독도문제 때문에'라고 답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양자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에도 미온적이다. 여전히 한국에 대한 거리두기 입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제고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은 대중문화, 음식, 쇼핑 등 문화소비를 촉진하는 문화 공공외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상대국 대중문화 소비에 성별에 의한 차이가 없는 한국에 비해(남자는 17.4%, 여자는 18.6%), 일본의 경우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는 주로 여성이다. 일본 여성의 41.3%가 한국 문화를 소비한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의 경우 27.3% 만이 한국 문화를 소비하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사회에서 여성의 선호가 정치시스템에 잘 대변되지 않는 한, 문화 공공외교의 정치적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둘째, 한국과 일본 모두 더욱 활발한 문화교류가 다양한 계층을 통해 이루어지려면 양국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대중문화 채널이 다각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여타 선진국 대비 IT 사용률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오징어 게임이나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드라마들은 대부분 넷플릭스와 같은 어플로 해외에서 시청되었다. 반면 일본의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코로나 기간 에 대폭 상승했어도 2020년 기준 500만명 수준으로서 한국의 구독자 수(380만명)보다 많지만, 인구 대비로는 오히려 적은 수준이다(Mainichi, 2020년 기준).[3] 일본은 채널의 한계성을 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간 문화교류 촉진을 위한 정책 수단은 적지 않다. 첫째, 그간 코로나 19로 인해 막혀 있는 인적 교류를 재개통하여 문화 체험과 소비를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비자 면제와 방역 협력을 위한 대화를 조속히 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완전 문화개방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아직 풀지 않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 규제가 있음을 빌미로 한류가 ‘불공정’ 문화교류라 비난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4] 이러한 비난은 요즘 같은 경색된 분위기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상파에서의 일본 드라마 방영금지, 라디오에서의 일본어 가요 방송 금지 등 아직 남아 있는 대일 문화규제 조치를 풀어 양국 간 문화교류를 더욱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

 


 

[1] “한일관계 세대분석: 청년세대(MZ 세대)가 보는 한일관계” [EAI 워킹페이퍼 시리즈(2020.08.11.)]에 수록되어 있는 4편의 글 참조:
         오승희. 2020. “‘나’중심적 대외관, ‘소비’하는 일본, 반일보다 ‘공정.’” 『워킹페이퍼』. 동아시아연구원. 8월 11일.
            http://www.eai.or.kr/new/ko/pub/view.asp?intSeq=19898&board=kor_workingpaper&keyword_option=&keyword=&more=;
          조은일. 2020. “청년세대(MZ세대)가 보는 한일관계.” 『워킹페이퍼』. 동아시아연구원. 8월 11일.
            http://www.eai.or.kr/new/ko/etc/search_view.asp?intSeq=19899&board=kor_workingpaper;
          윤석정. 2020. “청년세대(MZ세대)와 일본군 ‘위안부’문제.” 『워킹페이퍼』. 동아시아연구원. 8월 11일.
            http://www.eai.or.kr/new/ko/etc/search_view.asp?intSeq=19900&board=kor_workingpaper;
          석주희. 2020. “한류와 ‘혐오’: 청년세대(MZ세대)의 역설.” 『워킹페이퍼』. 동아시아연구원. 8월 11일.
            http://www.eai.or.kr/new/ko/etc/search_view.asp?intSeq=19901&board=kor_workingpaper.

[2] Ibid.

[3] Sasamoto, Hiroki. 2021 “Netflix raises streaming prices in Japan as more subscribers staying at home.”The Mainichi. February 5. https://mainichi.jp/english/articles/20210205/p2a/00m/0bu/036000c.

[4] 강태웅. 2015. “한일 문화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험한’(嫌韓)을 넘어서.” 『EAI 논평』. 동아시아연구원. 3월 24일. http://www.eai.or.kr/data/bbs/kor_report/2015032514313993.pdf.

 


 

저자: 손열_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전공 분야는 일본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국제정치, 공공외교이다.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 The Pacific Review (2019), 32, 6, <한국의 중견국외교> (2017, 공편),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세계 금융위기, 질서 변환, 한국의 경제외교> (2020, 공편), (2020, 공편) 등이 있다.

 

저자: 이하연_EAI 연구원. 미국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정치학과 환경공학을 복수전공, 시카고대학(University of Chicago)에서 MBA를 취득하였다.

 


 

담당 및 편집: 양수영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7) | ysy@eai.or.kr
 

6대 프로젝트

한일관계 재건축

세부사업

한일미래대화

한일 국민 상호인식(동아시아 인식) 조사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