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진단한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한국인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떠한 연속성을 가지는가를 규명하려는 시도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연구원·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해 온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동 조사는 한국인의 다층적인 정체성과 가치관,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 사회 참여, 갈등인식, 대외인식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세 번에 걸쳐 수행된 종단여론조사(longitudinal survey)로 일회성 조사에 비해 장기간의 변화를 추적하는데 유용하고 학술적 가치도 높다.

 

 

 

강산도 변하는 10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나?

 

 

한국은 지난 10년간 초저출산(합계 출산율 1.3명 미만) 상태에 머물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고령화는 가속화되었다. 경제 불평등은 악화되었고, 2012년을 기점으로 청년 실업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무력 도발로 안보 불안도 커졌다. 한편, 세계화·개방화로 내부 구성원의 분포는 다양해졌다.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꾸준히 늘어 2015년 1월 기준 174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 사회가 경험한 이러한 변화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단행본《한국인의 정체성》은 이러한 변화를 추적·분석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진단한다.

 

 

 

여전히 요원한 꿈, 한국의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이 책은 총 9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1부에서는 한국인의 근린정체성과 다문화 인식을 다루고 있다. 우선, 오숙희는 한국인들의 공동체에 대한 참여 양상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이웃·동네 등 지역 공동체에 대한 참여와 소속감을 의미하는 근린정체성이 지난 10년간 크게 증가했음을 밝혔다. 황정미는 한국이 앞으로 단일 민족·단일 문화 국가를 고집하기보다는 다민족·다문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5년 전에 비해 다문화 국가에 대한 동조는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윤인진은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가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으며,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 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결국, 다문화와 다문화 소수자들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가 온정주의에서 냉담주의로 변화한 것은 다문화 소수자들을 사회 발전을 위한 자원이라기보다 부담으로 여기게 되었다는 의미이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고 윤인진은 주장한다.

 

갈등 심화의 전조? 자발적 참여 네트워크 약화, 세대간 인식차이 확대

 

이 책의 2부는 한국인의 시민성(civility)과 국가 역할에 대한 인식, 가치관의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 김석호는 한국인의 자발적 결사체의 참여가 시민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지난 10년간 한국인의 자발적 결사체 참여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한국인이 동창회나 종친회, 향우회와 같은 지연, 혈연, 학연으로 맺어진 연고 집단에 대한 참여율은 높지만,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 이차 집단에 대한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김태형·문명재는 국민이 기대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추적하였는데, 이는 연령, 학력,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과 학력이 높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정부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연령이 낮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정부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인이 어떠한 가치정향을 가지고 있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준은 한국인의 가치정향을 물질주의와 탈물질주의로 구분하여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탈물질주의는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늘어난 반면 물질주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탈물질주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세대별로 물질주의와 탈물질주의 비율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은 향후 세대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예고한다고 한준은 주장한다.

 

 

한국인의 대외 인식: 통일에 대해서는 회의적, 미중 사이에서는 균형외교 선호

 

이 책의 3부는 한국인의 갈등인식과 대외인식을 다루고 있다. 강원택은 이념, 계층, 세대, 지역의 네 가지 차원에서 한국 사회에서의 갈등 변화 양상을 살펴보았다. 그는 이념에 따른 정파적 갈등은 더욱 공고화되었고 세대간 갈등도 심화되었으며 계층간 갈등의 심각성도 커졌지만, 이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과 태도 변화를 분석한 이내영의 연구에서는 지난 10년간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줄어든 반면, 부정적 인식이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내영은 이는 곧 북한과의 민족적 동질감은 약화되고 불신과 경계심은 커졌다는 의미로,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하락하고 회의적인 태도가 증가하는 추세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이정남·하도형은 한국인의 주변 강대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바, 한국인들이 중국의 빠른 부상을 우려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늘어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정책적으로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기보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통해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향후 정책적 과제는?

이 책에서 규명한 한국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변화 추이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요한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1) 다문화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가 추세는 향후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2) 또한 연고적 결사체에 대한 참여는 높은 반면, 비연고 결사체에 대한 참여율은 낮다는 점은 시민성의 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이념, 계층, 세대, 지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아직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기제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다. 4) 마지막으로 북한과 통일을 둘러싼 남남갈등과 세대별 인식의 격차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큰 딜레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목차

 

 

서문

 

 

I 지역사회와 다문화 인식

 

 

1장 한국인의 커뮤니티와 근린정체성 오숙희
2장 한국인의 다층적 정체성과 다문화 국가의 전망: 누가 다문화 국가를 상상하는가? 황정미
3장 한국인의 다문화와 다문화 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 온정주의에서 냉담주의로? 윤인진

 

 

II 시민과 국가인식

 

 

4장 한국인의 자발적 결사체 참여와 시민성 김석호
5장 정부 역할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 김태형•문명재
6장 한국인의 탈물질주의는 증가하는가? 한준

 

 

III 사회갈등과 북한•통일•대외 인식

 

 

7장 한국 사회의 갈등 인식의 변화, 2005-2015 강원택
8장 한국인의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 2005-2015 이내영
9장 동아시아 지역 미중 경쟁구도 강화에 따른 한국인의 대미•대중 인식 변화 이정남•하도형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래혁신과 거버넌스

한국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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