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오승희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일본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북한발 위협에 대응하는 다자간 이니셔티브를 우선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일본이 2023년 G7 의장국이자 2023~202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 사항을 강력히 규탄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제고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한중일 3국 협력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

 

2022년 12월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당면한 현재의 대외환경을 ‘신냉전(New Cold War)’으로 규정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적대적으로 인식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실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 블록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핵무력과 국방력 강화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올해 4월 13일 기준, 9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며, 최근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FS) 훈련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그 추종자들의 가장 악랄한 음모에 대한 가장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바 있으며(Bae 2023) 최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에 방문하기 전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에서는 특히 북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은 북한에 대한 일본의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 위협에 대한 일본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인식: 북한을 ‘관심사항’으로 고려

 

일본 정부는 “여러 현안을 종합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2).” 일본 내각부는 2002년부터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外交に関する世論調査)를 실시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인식으로 선호도나 호감도를 묻는 것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관심 사항’을 질문해오고 있다. 주요 항목으로는 일본인 납치문제, 핵문제, 미사일 문제, 북일국교정상화가 있으며, 이 네 가지 문제가 북한과 관련된 주요 관심사항으로 확인되어오고 있다.

 

<그림 1> 북한에 대한 관심사항(2002-2022)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일본인 납치문제를 상회했고, 북일 관계정상화 논의는 관심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그림 1). 북한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로서의 일본이라는 인식이 계속해서 심화되며 북한에 대한 일본의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면서 경보가 울리면 주민들이 대피하는 훈련을 하는 등 북한에 의해 제기되는 위협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북한의 안보 위협: 일본의 안보 및 다자적 이니셔티브 강화

 

“북한의 군사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의 국가 안보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에 심각한 도전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응하여 일본은 G7을 포함한 다양한 다자적 이니셔티브를 통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모든 범위의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집행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일본은 외국 지도자들과 장관들과의 회담에서 이러한 점들을 거듭 강조하며 북한발 안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Cabinet Secretariat 2022).

 

일본은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다자간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우선시하면서 동시에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77년간 일본은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전수 방위에 기초한 제한적 방위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 위협, 미중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안보 위협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근거를 강화시켰다. 일본은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현재 GDP의 2% 수준으로 늘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Cabinet Secretariat 2022).

 

일본은 현재 전후레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글로벌 강대국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에 대해 G7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G7은 일본과 한국과의 완전한 연대를 표명했고 북한이 불안정한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하고, 미국, 일본, 한국이 거듭 제안한 대화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

 

일본은 G7을 통한 다자협력은 물론 미일 3자간 협력을 통해 북한의 지속적인 안보위협을 규탄하고, 이러한 위협에 대한 다자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으로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히로시마에서 비핵화를 향한 세계적 협력을 촉진하고 북한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일본인 납치 문제: 세계 규범 강국으로서의 일본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는 일본의 주권과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며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국제사회가 기본 인권 침해로 떠안아야 할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Cabinet Secretariat 2022).”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인 입장은 총 17명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관련된 12건의 개별 사건을 확인했으며, 그 중 12명은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12명의 납북자 중 8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이 자국 영토에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행방이 묘연한 납북자들이 모두 생존해 있다는 가정하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2). 일본은 북한을 인권침해국, 비민주국가, 납치문제에 관한 국제규범의 파괴자라고 비난해왔다.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국제 규범과 인권 증진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세계적 규범 강국으로 인식한다.

 

과거 일본이 한반도 식민 지배의 가해자였던 것과 달리, 납치 문제의 맥락에서 일본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자리매김하고 북한 정부에 사과와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해왔다.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가 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문제”의 해결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Cabinet Secretariat 2022). 이를 위해 일본은 납치 문제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규범적 가치에 입각한 문제로 규정하면서 규범적 틀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각국의 이해와 공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확보함으로써 일본은 국제규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가고 있다.

 

 

안보화와 대항-안보화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으로서 비핵 3원칙을 고수해 왔다. 히로시마현 출신인 기시다 총리도 저서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를 통해 비핵화 신조를 선언하기도 했다 (岸田文雄, 2020). 핵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제사회가 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일본은 모두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일 3국의 군사봉쇄로 국가안보를 위한 핵·방위력 강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방위력 강화에 상당한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G7의 지원을 받아 미일동맹 강화, 국제협력 강화, 유엔에서의 규범적 영향력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법의 지배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지국가들(like-minded countries)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일본은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세계적 규범력을 공고히 하며 점차 과거 침략의 역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일본은 2023년 G7 의장국이자 2023~202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 사항을 강력히 규탄하며 일본의 글로벌 리더십을 제고할 것이다.

 

 

미중 경쟁과 러-우 전쟁 이후의 국제질서 속 일본

 

국제 사회는 역사적 전환기에 놓여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侵略)’은 일본에 지워졌던 ‘전후’를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을 가져왔다. 일본을 규범적으로 옭아맸던 전쟁 침략자로서의 이미지는 이제 러시아에 전가되었다. 아직은 평화헌법의 제약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은 어렵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가해국, 전범국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을 억눌러왔던 가해자, 전범국 이미지로부터의 탈각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적 전환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평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에 걸친 전략 경쟁에서 일본은 미국과 협력하는 동시에 자국의 방위력 강화를 실현하고 있다. ‘북한에 의한 핵, 미사일 개발의 급속한 진전’과 ‘중국에 의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일본의 안보 강화를 위한 군사력 강화의 불가피한 근거로 제시되어 왔다. 일본은 FOIP와 CPTPP, QUAD, TICAD 등 다자안보 및 경제 네트워크 구상 및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일본 중심의 다자 이니셔티브를 발휘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는 가치 외교를 적극적으로 표방하며 동맹국 및 동지국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일본은 지정학에 가치를 접목한 ‘자유와 번영의 호(Arc of Freedom and Prosperity)’에 이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이라는 지역 개념을 실체화시켰다. 중일 관계에 있어서는 대만과의 기술협력 및 대만 해협을 둘러싼 안보 인식을 함께해나가면서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관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침략자 러시아를 비판하고, 실질적 위협인 북한에 대비하며,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의 시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일본은 가치와 이익을 결합한 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부상을 도모하고 있다.■

 

 

※ 본 논평은 "Japan's Stance on North Korea's New Cold War Narrative: Strengthening Japan's Defense and Global Normative Power"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참고 문헌

CNN. 2023. “North Korea fires submarine missiles ahead of largest US-South Korea military drills in years.” March 13.

https://edition.cnn.com/2023/03/12/world/north-korea-submarine-missile-launch/index.htm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2. “Diplomatic Bluebook 2022.”

https://www.mofa.go.jp/policy/other/bluebook/2022/en_html/chapter2/c020203.html

 

Cabinet Secretariat. 2022.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Japan.” December. https://www.cas.go.jp/jp/siryou/221216anzenhoshou/nss-e.pdf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The G7 Foreign Ministers’ Meeting.” February 18. https://www.mofa.go.jp/page1e_000572.html

 

岸田文雄. 2020. 『核兵器のない世界へ-勇気ある平和国家の志』. 東京: 日経BP.

 

MOFA. 2023. “Diplomatic Bluebook 2023.” https://www.mofa.go.jp/mofaj/files/100488910.pdf


 

오승희_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수석연구원 및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일본 게이오대학과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방문연구를 수행하였고, 가톨릭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대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동아시아 인정투쟁』(2023년), 『전후 중일 관계(1949~2019년)』(공저, 2019), “초불확실성 시대 일본의 게임체인저 전략: 아베 독트린, 안보 넥서스, 가치 네트워크”(2023), “일본의 가치지향 외교 네트워크: 인정투쟁, 가치 네트워크, 외교적 위선”(2022), “일본의 주변국 네트워크 외교: 미중 전략경쟁 속 대만과 북한문제에 대한 딜레마”(2021)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Major Project

북한 바로 읽기

Detailed Business

북한 신냉전 담론

대북복합전략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