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 아태무역질서 건축을 위한 통상정책 모색할 때"

한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이른바 ‘트럼프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수비에 치우쳐 현 정부가 어떤 장기적 전략 하에 대응하고 있는지, 한미 통상현안 이외의 주요 사안들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그 동안의 한국의 통상정책사를 보면 주어진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능동적이고 때론 공세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FTA 전략의 경우 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온 반면, 박근혜 정부 이후, 특히 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서는 여러 유보적인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트럼프 공세라는 현안에 후수, 후수로 대응하다가 큰 흐름을 놓칠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따라서 새로이 전략을 가다듬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동아시아연구원은 한국의 통상정책 전문가 3인을 모시고 2월 19일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대담을 가졌다. 본 대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원의 움직임과 그 속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 통상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일시: 2019년 2월 19일 화요일
장소: 동아시아연구원 대회의실
참석자: 손  열(EAI 원장; 연세대 교수)
          안덕근(서울대 교수)
          이승주(EAI 무역∙기술∙변환센터 소장; 중앙대 교수)
          이재민(서울대 교수)

 

 

 

서론(Executive Summary)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될 것

한국의 통상정책사를 보면 주어진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능동적이고 때론 공세적인 정책을 추진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한국은 트럼프 공세에 후수, 후수로 대응하다가 대세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제 한국은 새롭게 전략을 가다듬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도광양회’를 포기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출사표를 던진 중국의 최근 정책들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에게 강한 경계심을 불러일으켰고, 미국의 견제심리를 자극하였다. 그 결과 중국은 무역전쟁 속에서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레이건의 길을 걷는 트럼프, 과연 미국의 외압은 중국에게 통할까

트럼프 정부는 과거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은 중국을 향해 강력한 외압을 넣는 반면, 중국은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과거 일본에게 가했던 미국의 외압과도 비교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차별성은 미국이 중국과 양자방식을 통한 협상을 취하는 동시에 경쟁의 틀을 바꾸는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하나 결국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여 세계경제질서 재편을 시도할 것이다.

 

일본 주도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신 아태무역질서 형성의 단초를 제공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트럼프 보호주의와 미중 갈등의 충격을 크게 받아온 아태지역의 무역질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이하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체결 과정에서 보인 일본의 예외적인 리더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의 발효는 한편으로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대응,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중상주의적 무역행태에 대한 일종의 안전망(safetynet)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무기력한 中, 당분간 반응적인 태도 취할 것으로 보여  

어려운 글로벌 통상환경 속에서 중국은 미중 경쟁 구도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우려하여 공세적 혹은 적극적 정책으로 선회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더 넓게 본다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라는 것도 대외적으로는 역내 국가의 연결성을 증진시킨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아태 지역에서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완화 혹은 회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일환이었다는 평가도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통상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반응적인 성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韓, 美中 무역전쟁 장기전 대비하여 새로운 틀 구상할 때

글로벌 통상환경 자체가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게 이것은 큰 도전임에 틀림없으며, 이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 전략적인 통상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향후 한국정부는 미국의 무역압력에 대한 실시간 대응을 해나가는 한편, 주요국들의 전략적 통상정책 경쟁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국제정세의 동향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전략적이고 기동적인 정책결정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새로운 통상환경 하에서 통상교섭은 기왕의 관세조치를 넘어 미래산업의 무역-투자-서비스 결합을 돕는 제도환경 구축을 둘러싼 다자적 무역규칙과 규범 제정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산업의 표준, 플랫폼과 질서 장악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에 대처하는 내부적 태세가 단단히 갖추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