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일류(日流)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를 문화·여행 등과 결부짓지 않으려는 젊은 층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10일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 1~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462만43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5% 늘었다. 최근 두 달 새 일본 여행을 두 차례 갔다왔다는 직장인 양모씨(27)는 “역사나 정치 문제에서는 일본이 탐탁지 않지만, 음식이 맛있고 저렴한 데다 볼거리도 많아 여행지로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국내 일식당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5272개였던 일식당은 2016년 1만39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식당과 중식당이 각각 12%, 3%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외식업 관계자는 “최근 일식당은 주거지역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며 “일식당 종류도 우동, 돈가스, 초밥 등에서 최근에는 갓포요리, 일본식 가정식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판업계에서도 ‘일류 열풍’은 건재하다. 10일 교보문고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야쿠마루 가쿠,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일본인 작가 책이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한국고등교육재단과 일본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겐론NPO’가 지난 6월 발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일본에 호감을 느끼는 비율은 2013년 12.2%에서 올해 28.3%로 증가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일본을 많이 방문하고 정보를 얻은 한국 20~30대 젊은 층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향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다. 351만8792명으로 정점을 찍은 2012년 이래 줄곧 줄어들기만 하던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도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 수는 153만66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2015년까지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 중 40대가 가장 많았지만 2016년부터는 20대가 가장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국 아이돌 가수의 공연장 좌석이 가득 차고, 한국의 패션, 화장법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등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양측의 활발한 민간 교류가 정치적으로 꼬여 있는 한·일 관계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