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의 좋은 동반자가 되고 싶은 미래의 선생님,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EAI 장학생 3기 유경미입니다. 2015년 EAI와 인연을 맺은 후, 첫 해외 경험을 통해 제 자신이 성장하고 변화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선생님의 꿈을 키우다

 

 

어릴 적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세 딸 양육을 위해 힘들게 일하셨고, 소위 말하는 사교육이나 문화 체험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의 사정을 배려해주신 학교 선생님께서 남들보다 저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셨고,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 수험 생활로 지쳐있는 저에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에게 있어서 선생님의 영향이 중요하고도 강력하다는 것 느꼈고, 저도 훗날 좋은 선생님이 되어 관심이 더 필요한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원하는 대학, 학과에 들어 온 만큼 열심히 살았습니다. 신입생 때부터 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 유지를 통해 등록금,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았고, 과외나 멘토링을 통해 생활비도 마련하여 어머니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 드리고자 했습니다. 성적 관리도 열심히 해서 3학기 연속 성적 우등 장학생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부터 전공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교직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 교육이란 무엇인지,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할지 등 교사가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이화여대 근처 초등학교에서 돌봄 교실 교육봉사를 통해 아이들과 만나면서 과연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야 할지, 어떻게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할지 등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생애 첫 해외 경험, 변화의 토대가 되다

 

 

대학생활 1년 반 동안 성적 경쟁에, 하루살이 생활에, 생활비 마련에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졸업 후에 영어교사가 되고자 하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나를 어떤 모습으로 채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유 없이 대학 생활에 지쳐 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2학기에 영어교육(Second Language Studies)으로 유명하고 일년 내내 따뜻한 하와이에 있는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교환학생에 선발되었지만 한 학기 동안의 학비, 생활비 등 마련 때문에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습니다. 다행이 EAI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그 부담을 덜 수 있었고, 한 학기였지만 더 나은 저로 성장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으며, 이곳에서의 경험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선 절대 평가와 extra credit이라는 제도 하에 상대 평가로 평가되던 한국과 달리, 친구들과의 경쟁보다는 서로 도와주고 조언도 해주며 제가 좋아하는 과목의 경우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Second Language Testing 분야의 대가인 James Dean Brown 교수님의 전공 수업을 들으며 평가라는 것이 사람의 사고 방식 그리고 삶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배웠습니다. 훗날 선생님이 되었을 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보다는 절대평가 제도의 장점을 활용하여 수업을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영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사용하고,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사용하기 때문에 발음과 억양은 모두 각양각색이라는걸 몸소 느끼게 되면서 언어에 있어서 의사소통 능력(intelligibility)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이렇게 전공 수업을 통해 좋은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한 방법적인 측면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토대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전공 수업 외에도 우쿨렐레, 드로잉, 차 시음 수업, 하와이언 수업을 통해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수업 방식을 체험했습니다. 좋은 선생님이란 학생 중심의 수업,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토론이 가능한 수업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일 분 일 초가 아까워 바쁘게 살아갔던 것은 한국 생활이나 하와이 생활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에서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느라 바쁘고 힘들었던 반면, 하와이에서는 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바쁘게 살았습니다.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것과 행복을 배워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가는 등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학기 동안 이었지만 미국 문화에 적응하면서 영어도 편하게 쓰고, 여유롭고 친절한 하와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감탄하고, 현실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었던 활동, 생활, 여행 등을 하며 행복했습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는 시원 섭섭한 마음으로 복잡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하와이 생활이 그립지만 하와이에서 생활했을 때 힐링되고 행복했었던 그 경험이 앞으로의 남은 대학 생활, 그리고 살아가는 데 많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건 '다름' 을 이해하는 힘

 

 

지난 5개월은 한국과는 다른 문화, 색다른 공부, 장소, 사람,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했을 때보다 덜 부담감을 갖고 즐겁게 공부한 것, 일분 일초를 즐긴 것, 여유를 가지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다른 문화권에서 같은 전공이자 비슷한 미래 목표를 가진, 앞으로 서로 도울 수 있는 동료를 사귀게 된 것, 한국에서 가졌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세계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 지금까지 옳다고 또는 좋다고 여겼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는 것,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인생의 목표가 꼭 돈이나 명예일 필요는 없다는 것, 자신의 삶에 대해 당당할 필요가 있다는 것... 다른 장소에서는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생활했던 저를 기억하며 앞으로 그 때의 소중한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갈 것입니다.

 

벌써 대학 생활의 반이 지나고 3학년이 된 만큼 영어교육 및 교직 공부에 집중하고 그 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임용고사 준비도 계획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2016 EAI 장학생 멘토링 캠프에서 김신숙 과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선생님으로서 학교라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좋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그 후에는 전문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교육 정책이나 사업을 계획하는 데 힘써 보고 싶습니다.

 

EAI 계속 장학생 면접 때 선생님들께서 저를 보고 깜짝 놀라셨던 기억이 납니다. 1년 전과 비교해서 얼굴이, 특히 얼굴 표정이 좋아졌고 행복해 보인다는 선생님들의 반응에 놀라웠습니다. 제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가시적으로도 나타난다는 게 정말 신기했고 감사했습니다. EAI 장학금은 단순한 경제적인 지원이 아닌 제 인생 변화의 토대를 제공해주었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저의 경험에 소중한 피드백을 제공해 주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