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다니고 있는 EAI 영 리더스 장학생 2기 이소현입니다.

 

꿈은 무엇인가요? 그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가고 있나요? 

 

저는 앞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이루어 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의 가치는 무겁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하나 하나의 성취들이 큰 흐름에서 보았을 때 어떤 식으로 이해되고 있는지, 어떤 의미를 만들어 냈는지를 해석하는 일의 가치도 동등한 무게를 지닙니다. 이것은 아직은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지만 머지않아 드러나게 될, 우리 사회가 걷고 있는 길이 어디에 가 닿을까 하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이해하려는 일입니다. 이는 ‘예언’이나 ‘예측’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입니다. 우리의 과거가 현재의 우리에게 미래에 대해 어떤 관점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또, 그 과거를 파악 및 해석하는 유의미한 틀을 고안해내는 일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저의 주된 관심 대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동아시아 지역입니다. 구체화하면, 19세기 이래의 서구식 근대화로 인해 가려져 있던 동아시아 특유의 사회 양식과, 그것을 연속적으로 계승 또는 혁신적으로 탈피한 결과로서 존재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이를 주제로 연구해 가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일본사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그리고 그 인근 지역까지 모두 관심의 대상 안에 넣어야만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지금은 앞으로의 모든 작업에 기본적인 도구가 될 다양한 자료의 이해 및 해석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소속 학과 교수님들께서 지도하시는 중국어, 고전 일본어, 근세/근대 사료 강독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일본 사료의 한국어, 현대 일본어 번역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연습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교환학생으로 두 학기 동안 일본의 교토대학에서 수학하며 현지에서의 일본사 해석과 사료의 심화적인 독해를 공부할 예정입니다.

 

한편으로 역사적인 생각, 역사와 연관된 컨텐츠를 역사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도 늘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직접 이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전시실에서 전시해설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AI 영 리더스 장학생이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현재 학교 안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따라서 대개 제 생활 반경과 범위는 학교 안과 여러 수업 및 학습 모임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 삶의 시계는 학교 안의 순환에 맞추어져 있는 셈입니다. 이는 안정적인 생활 패턴과 그 결과인 좋은 집중력을 낳았지만, 한편으로 무기력과 망각을 가져왔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꿈과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는지 등을 진지하게 떠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꽤나 절망적인 일이었고, 벗어나려고 해도 혼자의 힘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EAI 영 리더스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사실은 주기적인 ‘깨움’이 되었습니다. 이메일을 확인하면 대부분의 경우 도착해 있는 EAI의 각종 소식과, 장학생 카톡방과 가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장학생들의 연락이나 새 소식은 정말로 저를 ‘깨워’ 줍니다. 그리고 또 장학생 멘토링과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수없이 들었던 다른 장학생들의 자기소개와 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나는 저런 사람들과 한 울타리 안에 있구나’ 하는 생각, ‘저 사람들은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구나’하는 생각은 풀어져 가던 내면의 긴장을 다시 조여 주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EAI라는 기관 자체에 대한 생각 역시 반성과 각성을 가져옵니다.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민간의 기관으로서 지금과 같은 높은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철저하고 면밀한 능력의 자가점검 그리고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생각하면 게을리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목덜미를 내리칩니다.

 

이로써 제 생활과 목표가 보다 선명해졌다는 것이 EAI 영 리더스 장학생이 제게 준 큰 선물입니다.

 

EAI 영 리더스 장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듣고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처음 들었던 멘토링 프로그램은 ‘멘토’의 존재, 과연 멘토란 무엇인가에 대해 마음으로 이해하게 해 준 경험이었습니다. 정한울 선생님의 이야기에서는 여론 분석이라는 분야의 첨단에서 열정적으로 종사해 온 전문가의 깊은 탐구심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진재욱 대표이사님과의 시간에서는 그분의 소통에 대한 관심, 그리고 자신이 걸어 온 길에 대한 진심이 인상 깊었습니다. 김병국 교수님으로부터는 오랜 시간이 축적한 여유와 ‘공부하는 의미’에 대한 지혜를 느꼈습니다.

 

이 세 분과의 시간은 그 방식과 내용에서 다채로웠지만, 공통적으로 여유와 자신감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분야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론분석이든, 경영이든, 연구와 교육이든 아니면 또 다른 어떤 분야이든, 그 자리에서 자신과 그 주변에 관심을 쏟아 할 일을 찾아내고, 그것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그 자신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멘토라는 건 어떤 특정한 지혜나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보다도 이렇게, 자신이 해온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길잡이가 되는 분들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종류의 자신감을 갖고 싶다는 또 하나의 목표를 품게 되었습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아직 걷고 있는 길에 확신과 굳건한 성과가 있는 입장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한 마디’라는 말은 아주 낯설게 다가옵니다. 다만 먼저 고민하고 흔들리는 사람으로서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그리고 요새 하고 있는 생각을 조금 털어놓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걱정하며 여러 길목에서 기웃거리는 저 자신과, 이미 훌륭하게 앞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살피면서 회귀하게 되는 단 하나의 출발점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말을 하자면, 공부를 한다는 것을 미래의 길로 무겁게 고려하고 있는 저로서는 현실적인 과정의 예측불가능성과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갑자기 공부는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검색창의 수많은 취업 정보를 붙들곤 합니다. 그러나 고민 가득한 마음으로 듣는 경제학 수업 가운데 언제나 깨닫는 것은, 저기 이 교실의 바깥에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경제학을 배우는 것도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저의 최우선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은, 온전한 집중과 그에 따른 적극적인 배움을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순히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반드시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고’ 또 ‘정말 열심히 그 분야에 힘을 쏟을 것이기 때문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하늘이 내려준 놀라운 재능이 있다면 추가적인 조건은 무용할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아닌 대부분의 경우에, 저 두 가지 조건이 함께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분야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지루한 고민의 여정 중 현재 제가 절실한 마음으로 머무르고 있는 결론입니다.

 

그러므로 후배에게 전하는 한 마디란, 자신을 비롯하여 주변의 모든 것들에 감각을 곤두세우고 깊이 음미하여 그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험을 많이 가지라는 말이 될 것입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무엇에 자신이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는 무척이나 알기 어려운 것입니다. 최대한 더듬어서 알아내는 것이 헤매고 있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그 무엇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