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매스미디어 소통 : 메시지 일관성 유지

② 소통의 핵심: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

③ 실적으로 말하라 : 경제가 소통이다

④ 소통의 인프라 복원 시급

 

 

본 보고서는 <데일리한국> 2015년 3월 18일 실린 필자의 “'소통 대통령' 되려면 국민 어려움에 공감 표명하고 민생 안정시켜야” 기사의 원문. <데일리한국> 양해 하에 수정하여 발간한다.

 

3년차 국정기조 : 경제와 소통

강점 살리고 약점 보완 의도

 

3월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은 3년차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가 경제 활성화와 국정소통 강화라는 양대 과제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재의 경제상태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서 큰 시각차를 보여주었지만, 대통령과 여야가 한 자리에 모여 국정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협의하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다. 경제 살리기는 박근혜 정부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국정최우선 과제였고, 국정 소통에 대해서는 임기 초부터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과제다. 즉 3년차 국정기조는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며 국정주도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2014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매월 대통령 리더십 평가 결과를 살펴보자. 대통령의 민생안정 노력에 대한 국민 인식은 꾸준하게 과반이상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슈다. 2015년 1월 청와대 문서유출 파동과 정권 내부의 균열이 노출되고, 담배값 인상과 연말정산 논란 등으로 체감경제를 악화시키는 악재가 등장하며 긍정평가가 43.7%로 떨어졌지만, 다시 경제살리기 드라이브를 걸면서 2월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과반을 넘었다. 반면 대통령의 국정소통 노력에 대해서는 2014년 초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시기에도 과반을 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주었다. 2015년 2월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28.0%까지 떨어졌다. 대통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대통령 비판의 단골메뉴, 불통 대통령

 

국정소통을 강화하여 리더십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3년차 국정기조는 국민여론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정소통을 강조하고 노력하면 갑자기 국정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3김 정치 이후 최근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불통정부의 멍에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온라인 소통 공간을 활발하게 활용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퇴임 전후 탈권위적 서민행보로 소통 잘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임기 중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세력으로부터“불통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는 정기적으로 “대국민 라디오연설”을 진행하고, 모든 정부 부처가 각종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매체 홍보”,“양방향 소통”을 핵심적인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웠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불통의 불도저 대통령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3김 정치 이전까지 대통령과 정치권 비판의 핵심소재가 부패와 지역주의였다면, 그 이후에는 “불통”에 대한 공격이 가장 손쉽게 공감을 확보하는 정부 공격의 단골메뉴로 자리 잡았다. 왜 그럴까? 수직적 통치에서 거버넌스 협치의 시대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Bang and Esmark 2009). 국정소통의 중요성과 SNS 등 소통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른 소통방법의 혁신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소통의 대안이라고 제기되는 내용들을 보면 앙상하다. 솔직히“대화 통로를 많이 만들고, 자주 만나라”는 동어반복 수준의 정책 대안이나, “쌍방향-온라인”홍보가 중요하니 이를 강화하라는 식이다. 이런 문제의식 수준이라면 어느 대통령, 어느 정부라도 불통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림1] 박대통령 리더십 평가 : 민생안정 긍정 평가와 국정소통 긍정 평가(%)

 

출처 : 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4.1~2015.2)

 

국정소통의 네 가지 성공조건

 

① 매스미디어 소통이 기본 : 메시지의 일관성

 

국정소통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국정소통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소통은 특정의 행위자가 특정의 소통대상에게 자신의 의도를 이해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사회적 연합을 형성, 합의 도출을 위해 정보를 형성, 배분, 수용하는 상호작용 과정”이다(Crozier 2007). 민주화의 진전과정에서 수직적 일뱡향 소통에서 수평적 양방향 소통이, 정보화의 진전 과정에서 오프라인 소통보다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소통이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소통은 일대일 소통이 아닌 대통령과 다수 행위자(정부, 여당, 야당, 일반국민)와의 “일(1) 대 다(多)”의 다중 소통이라는 점에서 다수의 대상들과 실시간으로 양방향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본적인 소통의 통로로 여전히 매스미디어의 중요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SNS 등 매체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는 것은 SNS를 활용한 소통을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교훈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매체를 관통하는 국정운영의 메시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국정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방향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해야 국민들도 정부의 의도와 진정성을 납득하게 된다. 경제 살리기를 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념적 논쟁거리를 주도한다면 아무리 SNS 쌍방향 소통 노력을 강화해도 국민들의 평가는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② 소통의 핵심 :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

 

대통령이 상대해야 하는 행위자가 다수라는 점 뿐 아니라 이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도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와 온통 국정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일상의 직장생활, 가정, 사회적 활동이 우선인 사람들이 다수다. 쌍방향 소통의 의미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두드리며 실제 야당이나 국민들과 직접 소통의 빈도를 늘리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정소통에서 쌍방향성을 강화하는 방법은 실제 소통하는 시간과 빈도를 늘리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들이 대통령의 입으로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17일 영수회담에서 문재인 대표의 경제위기론에 대해 청와대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마치 노무현 정부 때 경제위기론을 내세운 한나라당에 대해 양호한 거시지표를 근거로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로 책임을 돌렸던 상황이 편만 바꿔 재현되는 양상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지표나 책임공방 보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체감도과 현실인식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 표명이 우선이다. 여야 간 메시지 경쟁은 다음 문제다.

 

③ 실적으로 말하라 : 경제가 소통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국정우선과제를 제시하고 국정운영방향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던졌다면 남은 문제는 실적(performance)이다. 이 단계에서는 말이 아닌 실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소통은 국정 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단이자 프로세스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즉 문제해결을 위해 소통이 필요한 것이지, 소통을 잘한다고 그 문제 자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체감경제의 회복이야 말로 최고의 소통이다. 경제 활성화와 국정소통은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다. 국정소통의 목적이 민생의 안정이며, 민생이 안정되면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 실제로 [그림2]를 보면 한국경제에 대한 체감인식 차이가 정부-국민 간 국정소통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경제가 악화되었다는 사람일수록 정부의 대국민소통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4.47점), 개선되었다고 볼수록 정부의 대국민소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5.11점).

 

[그림2] 국가경제 인식별 정부-국민소통 평가(평균 점수)

 

자료 : EAI·한국리서치 국정소통인식 조사(2013.12)

ANOVA Test(F=7.803, df=998), p=0.000

 

④ 소통의 인프라 복원 시급 : 사회안전망, 정치사회적 신뢰, 법치주의, 참여의 제도화

 

국정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은 소통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가능하다. 물론 국정소통을 강화하려면 다양한 형식의 소통통로를 만들고, 실질적인 소통 행위를 늘리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이명박 정부 시기에 진행했던 소통지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통령과 정부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통행위를 강화하면 분명히 국민여론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불통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수준으로까지 여론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국정소통에 대한 평가가 그 사회의 소통의 수준을 좌우하는 제도적 인프라 수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소통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역으로 그 사회내의 갈등과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대학의 대니 로드릭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갈등을 관리하는 제도와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Rodrik 1999). 그는 갈등관리의 제도적 인프라로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사회안전망(복지제도), 정치사회적 신뢰기반, 국민참여의 제도화, 법치주의의 작동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약한 한국의 소통인프라 : 소통인프라 개선 없이 소통대통령 탄생은 요원

 

한국은 어떠한가? 복지제도는 충분하다는 정부의 인식과 달리 다수 국민들이 사회안전망의 확대를 바라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말은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2013년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소통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을 듣거나 자신의 의견을 알릴 수 있는 통로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무려 72%가 부정적으로 답했고, 누가 정치를 해도 국민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질문에 68%가 동의했다. 한국에서 법을 잘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는 사회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62%가 긍정했다(그림3).

 

이러한 사회적, 제도적 환경 하에서는 누가 대통령이건, 어느 세력이 정권을 잡던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즉 소통의 여건 자체가 취약한 상태에서 행태상의 소통 강화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며, 소통대통령의 탄생은 요원하다. 소통의 인프라가 극도로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소통을 잘하겠다는 것은 사회의 질을 바꿔놓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큰 만큼, 성과를 내기에 쉽지 않은 과제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년차 국정과제로 국정소통 강화를 내건 것은 여론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정소통 빈도와 통로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가 소통이며, 사회의 질적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국정소통도 없다. 즉 소통 잘하는 대통령은 사회를 질적으로 바꿔 국민의 삶이 개선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통령이다. 국정소통을 국정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면 그에 걸맞는 대통령과 정부의 각별한 각오와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3년차 국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끝).

 

[그림3] 한국 사회 소통의 인프라: 사회갈등·참여·정치신뢰·법치

 

자료 : EAI·한국리서치 국정소통인식 조사(20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