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서는 〈데일리한국〉 2014년 12월 29일에 실린 필자의 “집권 3년 차부터는 경제난 책임을 현 정부에 묻는다” 기사의 원문이며 일부 수정했다. 〈데일리한국〉 양해 하에 발간한다.

 

 

들어가며

 

박근혜 정부 2년차가 저물어가고 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국정을 차분하게 숙고해야 할 때이지만 정국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 정국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청와대 문서파동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정치적 혼란과 그 여진이 남아 있다. 이러한 혼란을 반영하듯 올 초 55~60% 대에서 출발했던 대통령 지지율은 12월 현재 37~43% 수준으로 근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국정지지율 관리의 차원에서 볼 때 심각한 위기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상의 큰 하락폭에 비해 체감되는 위기감은 크지 않았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국정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기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완만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에 비하더라도 효과적으로 국정지지율 관리를 하는데 성공적이었음을 말해준다. 그 비결을 무엇일까?

 

효과적인 지지율 관리와 체감되지 않은 위기

 

국정운영전략적 차원에서 보면 첫째, 세월호 참사 직후 큰 폭의 지지율 하락이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혁신 프로그램과 내부 혼란으로 무기력한 야당의 대응이 맞물려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둘째, 현 정부여당의 국정관리기법도 효과적이었다. 야당에 대한 공세는 해당부처나 여당에서 주도하고 대통령 자신은 정쟁의 중심에서 벗어나 순방외교와 민생 행보로 일관한 “책임분산 전략”이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셋째, 한편으로 NLL 논란, 철도파업, 종북 공세 등 야당과 반대세력을 압박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이념 공세’의 정치적 부담을 전직대통령 재산환수, 종교인 과세, 공무원 연금개혁과 같이 ‘합의가능한 이슈’에서 성과를 내는 병행전략을 통해 보완해왔다. 중간층의 이탈을 막고 반대파의 저항을 완충하는 효과를 낳았다.

 

구조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우선, 박근혜 후보와 여당의 강한 지지기반이 힘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3김이후 유일하게 자신의 확고한 정치기반을 가진 정치인이다. 영남보수진영의 강력한 지지가 위기국면 하에서도 지지율의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역대 최약체로 꼽히는 야권과 대결하고 있는 것도 위기감을 완화시킬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계파분열과 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야권이 정부와 여당에 전혀 견제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도 고비마다 정부여당에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했다.

 

국정지지율 관리의 최대자산

박대통령 개인 리더십과 국정사이클 효과

 

대통령 지지율 관리의 최대 자산은 뭐니 뭐니해도 대통령 개인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신뢰기반과 집권 초라는 국정 사이클의 타이밍효과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집권 초기 국정지지기반 이탈을 가져오는 집권층 내부 파워게임을 효과적으로 관리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선거와 2012년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는 확고한 신뢰를 형성했다. 정국을 전환시키는 힘을 대통령 스스로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2014년 1월에 조사한 대통령 리더십 요인별 평가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에 대해 64%가 공감한다고 답해 “위기대처(59.7%)”, “민생안정(56.7%)”, “국민통합(52.4%)” 등에 비해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정소통(43.6%)”과 “공정인사(36.6%)”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크게 낮았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국민들의 신뢰가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 자산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임기 초라는 시점 요인도 혼란스러운 정국 하에서도 위기체감도를 완화시킬 수 있었던 주된 이유 중의 하나다. 많은 전문가들이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을 야당과 언론과의 밀월 효과로 설명하곤 한다. 필자는 밀월효과보다 집권5년의 국정 사이클로 볼 때 당장 경제가 어려워도 그 책임을 새 정부에게 묻기 어려운 타이밍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권심판론의 전조는 경제위기론의 등장이다. 체감경제가 급격히 나빠지고 그 책임을 현 정부에 돌리기 시작하면서 정권심판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탄핵 돌풍을 이끈 노무현 대통령이나 공정사회론으로 50% 지지를 받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 순간에 정권심판론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체감경제가 악화되고 그 책임을 현직 대통령에 묻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재 집권 2년차 체감경제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상대적으로 나쁜 상태는 아니다. 국가경제건 가정경제건 정권심판론이 고조에 달했던 2012년과 비교할 때 악화되었다는 여론이 2013~2014년 조사에서는 현저히 누그러들었었음이 확인된다([그림1]).

 

이러한 임기 초 특성을 고려하면 역대 정부에서 집권 초기 지지율 붕괴는 경제나 정책요인보다는 정치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신구권력이동과정에서의 파워게임으로 집권 초부터 국민들의 정부여당에 대한 거부감과 분노를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다. 제사보다 젯밥 챙기는 모습은 반대성향이 유권자뿐 아니라 중간층과 지지층 일부의 이탈을 가져오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집권 2년차까지 정부여당 내 파워게임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왔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열린우리당의 분당과 2008년 친박연대의 탈당이 참여정부와 MB정부 1년차 지지율 하락의 주된 이유였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집권세력으로서의 안정감을 주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림1] 국가경제 및 가정경제 체감인식 변화(%)

 

 

자료출처: EAI·한국리서치 DB(2004-2013), 자료: EAI 대외인식조사(2014.6)

 

어두운 2015년 국정전망

 

문제는 최근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던 힘들이 2014년 마무리 시점을 앞두고 급격하게 와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신뢰기반의 균열

 

무엇보다 청와대 문서유출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안정적인 국정지지율 관리를 가능하게 했던 한 축에 균열이 나타났다. 그 동안 효과적이라고 평가받아 온 집권세력 내부 균열의 가능성이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만 해도 문서유출 경위와 비선 라인에 대한 호사가들의 관심사 정도로 이해되었고 대통령 지지율에 심각한 타격을 줄 사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윤회-박지만의 권력갈등설로 비화되고 직접 검찰수사까지 이루어지면서 국민들의 눈에 역대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여권내부의 권력싸움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동생까지 연루되면서 통진당 위헌결정이나 조현아 전부사장 건만 아니었다면 더 큰 여론의 역풍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하지만, 한번 깨진 신뢰는 다시 되살리기 쉽지 않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정치적 신뢰기반이 크게 약화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소통이니 인사 정책에 책임을 진단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박대통령 리더십의 약점이지 리더십의 원천이 아니다. 정작 주목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 리더십과 신뢰기반을 이끌던 강점 요인들에 대한 평판이 악화된다는 대목이다. 한국리서치가 12월에 실시한 같은 조사결과를 보면 대통령 리더십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원칙과 소신”과 “위기대처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크게 줄었다. 12월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과 소신을 지킨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비율이 52.7%로 1월 조사에 비해 11.4%포인트나 하락했다. 공감비율이 68.6%로 올해 조사 중 가장 높았던 2월과 비교하면 무려 15.9%가 하락한 셈이다. 위기 시 힘을 보여준 대통령의 위기대처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1월 조사에서 59.7%였지만 12월에는 42.5%까지 떨어졌다(그림2).

 

[그림 2] 국정/정당 지지율 및 박대통령 리더십 요인 평가(%)

 

 

자료: 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4.1~12), 4월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음.

 

 

국정 3년차 국정 사이클 : 향후 경제 악화의 책임은 현 정부에 물어

 

2015년 정국 전망의 마지막 퍼즐은 다시 “경제”다. 국정 사이클 상 반환점을 접어든 3년차부터는 경제가 나빠질 경우 경제악화의 책임을 현 정부에게 묻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이전 정부 탓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국가가 발표하는 거시 경제지표 상의 실적이 아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제의 변화가 중요하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아직 민생경제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유지되고 다른 지표상으로도 체감경제가 악화되었다는 뚜렷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현 시점에서 체감경제의 위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대한 올인에도 불구하고 선뜻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찾아보기 힘들다. 집권 3년차에 박근혜 정부는 그 동안 직접 맞서지 않았던 새로운 국정부담 요인을 하나 더 떠안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국 오판에 대한 경계와 국정쇄신의 필요성

 

2015년 국정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최근 대한항공 회항사건으로 당혹스럽던 청와대 문서유출사건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부담이 컸던 통합진보당 해산 건에서도 헌재의 8:1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이 있었고 국민들의 60%가 해산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노파심이지만, 정부와 여당이 이 수치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통진당 해산결정에 대한 찬성이 60%를 넘었다고 하나 1년 동안 20%의 지지자가 이탈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통진당과 진보진영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여론일 뿐, 통진당 해산은 국정지지여부를 평가하는 핵심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을 이끌던 힘들이 약화되고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집권3년차를 앞두고 기존의 국정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대대적인 국정쇄신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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