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3년 “화평굴기”(和平崛起)를 천명한 이래 2010년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올해 하반기 새로운 제5세대 지도부로의 이행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차기 지도부가 향후 어떤 전략적 행보를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동아시아지역 내 국가들이 맞이할 지역질서는 매우 다른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이에 동아시아연구원은 2012년 8월 20일 대만 국립중흥대학교 차이동지에(蔡東杰, Tung-Chieh Tsai) 교수를 초청하여, “중국 동아시아 정책의 전략적 딜레마와 향후 정책 전망”(中國對東亞區域政策之戰略困境與可能選項)이라는 주제로 제28회 스마트토크 포럼을 개최하였다. 차이동지에 교수는 중국의 부상(中國崛起) 후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정책과 2012년 중국 지도부 교체 이후 미래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어서 토론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주요 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의 부상

 

○ 역사상 가장 넓은 행정구역 : 많은 사람들은 한(漢), 당(唐), 청(清)의 영토가 지금의 중국보다 넓었다고 생각하지만, 영토가 통치권(sovereignty), 즉 ‘온전한 통치’(intact control of land)를 의미하는 것을 염두에 둘 때 가장 넓은 행정구역을 거느리고 있는 현재 중국이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티베트를 예로 들자면, 청왕조 당시 중국과 티베트의 관계는 통치의 관계가 아닌, ‘우호적’(穩定) 관계였으며, 티베트는 역사상 처음으로 현재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국제환경의 변화 : 중국의 부상은 중국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가능했던 부분 못지않게 다음 몇 가지 국제환경의 변화 또한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1) 1972년 데탕트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패권국과 동시에 대치함으로 인해 “두 개의 전선 전략”(兩條線戰略)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던 중국이 그러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남긴 영향력은 엄청났지만, 이는 덩샤오핑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외부환경의 변화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2)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선택적 전략”(selective strategy)에 의해 중동 지역에 집중하고자 했던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원했고, 이러한 미국의 태도로 말미암아 6자회담이 순조롭게 시작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동아시아지역의 평화를 유지함에 있어 미국이 중국에게 의지하였음을 보여준다.

 

3) 2006년까지 지역 내 중국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이후 평균 1년에 한번씩 총리가 바뀌고 있는데 이러한 일본 정치의 불안정성은 중국에게 커다란 기회를 제공했다.

 

4)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혔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또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일조하였다.

 

중국의 동아시아 정책

 

단기•중기•장기 정책

 

○ 단기 : 단기적으로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자 한다.

 

○ 중기 : 외화 보유량은 중국 영향력 증진의 토대가 되고 있다. 특히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이 “지역적•국제적 금융 중심”(regional and global financial center)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 위상을 제고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중국은 먼저 국제무대에서 금융의 흐름을 주도한 후 정치 영역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려는 정책방향을 가지고 있다.

 

○ 장기 : 장기 정책에 있어서 핵심은 1) “중국식 체제”(China-style system)를 실현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와 2) “지역 운송망”(regional transportation network)의 확대로 인해 중국이 대외정책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는 대상 권역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다원화될 때 이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대외변수

 

○ 향후 중국의 동아시아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변수로는 1) 양자 및 다자적 조치로 대중국 봉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 2) 국내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중국과 자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일본의 행보, 3) 인도 및 태평양 세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책, 4) 중국에게 기회이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는 세계금융위기의 향배, 5) 지역 내 민족주의 등을 들 수 있다.

 

대내변수

 

○ 정당성 문제 : 정당성(legitimacy)은 정치적 안정(政治穩定, political stability)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향후 중국 대외정책의 향방을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덩샤오핑 서거 이후를 “포스트 덩샤오핑 시대”(後鄧時期)라고 보았지만,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이 지명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포스트 덩샤오핑 시대는 이번에 등장하는 제5세대 지도부부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 등장하는 시진핑 중심의 리더십이 포스트 덩샤오핑 시대에 어떠한 방식으로 정당성의 토대를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 하는 문제는 다음 지도부가 해결에 나가야 할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 사회 문제 : 현재 중국 사회에서 미혼이면서 실업상태에 있는 인구가 2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는 대규모 집단이 사회 내부에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잠재적으로 사회동요의 요인이 될 수 있다.

 

○ 중국식 민주주의의 한계 : 중국은 ‘경제에서는 비효율 극복을 위한 적극적이고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정치영역에서는 변화를 최대한 절제’하는 “정좌경우”(政左經右)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중국 공산당은 “반계급”(反階級)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정치”(無產階級專政)를 기본 이데올로기로 삼아 통치를 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 사회에서는 부자 및 부자 2세(富二代)로 불리는 집단이 새로운 계급으로 등장하고 있다. 공산당 이데올로기와 실제 사회 현실 사이의 괴리는 중국 정치가 마주한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이같은 문제는 사회 내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을 용인할 경우에만 해결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일당 독재체재를 포기하고 민주화의 길을 걷는 수 밖에 없다.

 

○ 인민해방군 : 2012년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전까지 중국 내부에서는 정치무대에서 군부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주변국과 다양한 분쟁에 연루되면서 국가안보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고, 군부 인사 일부가 정치 무대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는 아직 군부가 정치적으로 완전히 제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

 

중국이 연루된 분쟁 지역

 

○ 북한 문제 : 북한이 스스로 전면적인 경제개혁을 실행하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북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혁은 권력 재분배(power redistribution)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김정일이 시도한 개혁보다 더 획기적인 수준의 개혁을 시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 중국에게 있어 댜오위다오 분쟁은 서태평양 해양세력과의 경쟁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면 나머지 서태평양 제도 지역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 남중국해 : 최근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는 이해관계가 걸린 여러 나라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인도와의 국경 분쟁 : 중국과 인도는 오랜 기간 국경 분쟁 문제를 겪어왔다. 특히, 2010년 인도가 히말라야 부근 국경지역에 병력을 대규모로 증강한 이후 국경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 지역은 티베트와 맞닿은 곳이기에 중국은 예민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 서태평양 문제 : 서태평양은 한국 서해로부터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비교적 좁은 지역에 해당하지만, 많은 배들이 통행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두고 중미간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 양안문제 : 만약 대만에서 국민당이 계속 집권할 경우 양안문제는 현상유지 국면을 지속할 것이다.

 

○ 중국이 이러한 동아시아 분쟁지역에서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1) 동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이 연루되어 있지 않은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동아시아지역 내 분쟁은 중미 분쟁으로 쉽게 확대될 수 있다. 2) 미국의 군사력을 제외하더라도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의 군사력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관련국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3)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 내 국가들은 분쟁에 민감하며,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매우 위협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향후 중국의 동아시아 정책 시나리오

 

○ 현대 국제관계이론은 서양 국가들의 역사와 전통적인 문제해결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양과 다른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동양의 현실 문제에 대해 서양의 국제관계이론이 얼마나 적실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제관계 이론들은 세계화 시대 이전(pre-global era)의 이론이라는 점도 커다란 한계이다. 한편, 중국은 주변국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천 년을 넘게 이어온 고유한 방식이 있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부상하여 능력 및 영향력의 차원에서 전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중국 나름의 전통에 입각한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 시나리오 A : 한 국가 지도자의 정당성은 그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성은 제도로부터 온다. 물론 제도적 노력으로 정당성을 구축함에 있어 한계를 보일 때는 종종 주변 국가들과의 분쟁과 같이 강력한 수단(硬手段)을 활용하여 이를 보완하려 하기도 한다. 그런데 애초에 제도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는 중국은 주변 국가들에 대해 더욱 공세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선택을 하기 쉽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중국은 주변 국가들과의 충돌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정책을 취할 수 있으며 이것은 중국 입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 시나리오 B : 진정한 정당성은 국가 내부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성 확보를 위해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을 이용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한계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쌓여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정부는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할 수 있고, 따라서 현재 취하고 있는 정책보다 더 보수적이고 협조적인(協調, coordinating) 동아시아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 시나리오 C : 비교적 소극적인 정책으로 중국은 동아시아 문제를 대응함에 있어 대전략을 구축하지 않은 채 개개 사안별(case by case)로 접근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입각하여 문제를 처리하려 할 것이다(頭痛醫頭腳痛醫腳).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바로 이러한 접근법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 시나리오 D : 가장 소극적인 정책으로는 노자가 한 말 중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이다”(無為而無不為)라는 말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지역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방식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현재 중국은 비교적 시나리오 A와 B 사이에서 정책을 운용하고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중국이 앞으로 1-2년 안에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에는 덩샤오핑의 지지에서 비롯되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시진핑의 경우는 다르다. 현재 중국 국내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시진핑이 연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시진핑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아시아지역에서 더욱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고 그 구체적인 모습은 재임 후 첫 2년 동안 나타나게 될 것이다. ■

 

 


 

 

발표자

차이동지에(蔡東杰) 대만 국립중흥대학교 교수는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관심은 국제관계사, 당대 중국 외교 정책, 동아시아 구조의 변화와 발전, 제3세계 발전 문제 연구 및 양안 관계 문제 등이며,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근대외교사 Q&A》(近代外交史Q&A), 《대만과 멕시코의 민주화 비교》(台灣與墨西哥民主化之比較), 《서양외교사》(西洋外交史), 《중국외교사》(中國外交史) 등이 있다. 현재 <정치학보>(政治學報)와 <명신학보> (明新學報)의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사회자
이동률, EAI 중국패널위원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토론자
김애경, 명지전문대 교수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이정남,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한석희,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연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