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정책능력, 통합주도력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성공이 곧 한국 대의민주정치의 성취와 융성이다. 성공하는 국회란 국회가 헌법에 부여된 임무를 완수함을 말한다. 국회는 어떤 조건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 여기서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자 한다.

우리 정치와 국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외침과 함께 정치인 자신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다. 한국정치에서는 국가의 당면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 비전과 대안의 경쟁보다는 야심가들의 권력투쟁이 더욱 두드러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일반시민들은 정치를 ‘그들만의 잔치’로 여기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였다. 국회에서의 국정심의도 정치세력간의 치열한 싸움으로 마냥 겉돌았다. 국회가 국리민복을 구현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정치인의 부패가 만연하여 국회가 국민대표기관으로서 갖는 존립 근거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국회에 대한 거센 비난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국회가 쓸모없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적 이상은 일반시민들에 의한 직접적 국정운영이다. 그런데 현대의 어떤 국가도 말 그대로 국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국정을 의논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을 갖고 있지 않다. 설령 첨단통신기술의 발달로 국민 모두가 동시에 의사소통하고 토론하는 사이버 광장이 마련된다고 하여도 중요 국정문제가 그런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원화된 사회적 기반을 갖는 현대국가의 당면과제는 대단히 복잡하여 집중적 노력을 부단히 경주하고 전문지식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해소되기 어렵다. 그리하여 일반시민들이 덕망과 역량이 있는 대표자들을 뽑아 의사당에서 국정을 심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대표자가 민의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일반시민이 이러한 대표자를 마땅히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대의민주주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상황은 국회와 같은 대의제도에 대한 신뢰 하락을 가져오는 한편 주권자인 일반시민에 의한 직접 관여의 당위성을 강화한다.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결사체 민주주의, 숙의(deliberative) 민주주의 등 탈의회주의적 주장과 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그렇지만 현대국가에서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대의민주주의 이념과 실제를 온통 대체할 수는 없다. 오늘날 아무리 협애한 지방 수준에서조차 오로지 직접, 참여 민주주의만으로 정치공동체가 운영되는 곳은 없다. 직접민주적 이념과 제도는 기성 대의민주정치의 개혁을 촉발시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고 질적으로 심화시키는 데에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국회가 성공하려면 국회는 자율성, 정책능력, 통합주도력을 높은 수준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 자율성이 있는 국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자율성이 없는 기관은 안정성을 확보하고 그 고유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그 존립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대통령제에서 국회의 자율성은 국회가 대통령 및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견제와 협력을 적절하게 성취하고 있는가를 말한다. 둘째, 정책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국회가 성공한다. 법률을 비롯한 국가 기본정책에 대한 심의를 충실히 하고 그 집행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셋째, 국민을 통합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국회가 성공한다. 국회는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이익 및 의사를 포용하고, 다수파와 소수파가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상이한 입장을 조정하면서 의사결정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 국회개혁의 요체는 국회가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충실하게 마련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회개혁은 국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제도의 개혁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국회개혁을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개혁 이전에 의정주역인 국회의원이 성공적 국회를 위해서 그 자신의 활동목표, 덕목과 능력을 새로운 각오로써 정립하는 자기쇄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회의원의 자기쇄신 방향과 국회의 제도개혁 방안으로서 다음과 같은 11개 사항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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