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프리드 해커(Siegfried S. Hecker) 교수는 스탠포드대학교 국제안보협력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Security and Cooperation at Stanford University) 경영 및 과학공학과 교수 및 프리먼스포글리 국제학연구소(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선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2007~2012년 국제안보협력센터의 공동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지난 18년 동안 러시아 원자력연구소 안전조치, 구 소연방 국가들의 핵분열성물질 관리, 인도•파키스탄•북한•이란 핵문제 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관련국들의 9월 18일 1.5트랙(민관공동) 회동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한국, 일본의 다양한 외교적 조치 등으로 인해 지난 한달 동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조건 없는 대화재개를 촉구하는 중국•북한의 입장과,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한국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회담 재개를 위한 동력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9월 13일 스탠포드대학교 국제안보협력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Security and Cooperation at Stanford University)의 지그프리드 해커(Siegfried S. Hecker) 교수를 초청하여 북한의 핵능력과 향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과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조치들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북한의 핵능력 평가

 

“북한은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 플루토늄은 핵탄두 소형화에, 고농축우라늄은 국제사회 감시를 벗어나기에 유리”

 

북한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플루토늄(plutonium) 프로그램이나 고농축우라늄(highly-enriched uranium: HEU) 프로그램 모두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이 우라늄 폭탄이었고,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은 플루토늄 폭탄이었다.

 

북한은 2006년, 2009년 그리고 2013년 핵실험을 감행했고 현재 소수의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량의 핵무기(nuclear arsenal)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과 같은 연료가 필요하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의해 가동이 중지될 때까지 영변에 위치한 5 메가와트(MWe) 가스흑연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해왔다. 이 시설은 2003년에 재가동되었다가 2007년 6자회담에서 10•3 합의가 도출되면서 다시 폐쇄되었다. 2007년 이후 최근까지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하지 못한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근래 촬영된 위성사진은 영변의 원자로가 다시 가동되었다는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북한은 핵폭탄 4~8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핵실험에 바로 이 플루토늄 폭탄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것이다. 2010년 스탠포드대학교 루이스(John Lewis) 교수, 칼린(Robert Carlin) 교수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정교하고 현대화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바 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북한이 그 정도로 발전된 수준의 농축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소식은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북한은 제한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화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해 얼마든지 지속적으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어느 정도의 고농축우라늄을 실제 생산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물론 2010년 북한이 공개한 농축시설은 경수로(Light-Water-Reactor: LWR)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저농축우라늄(low-enriched uranium: LEU)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북한이 계속해서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했는지 아니면 해당 시설을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시설을 개조했는지, 또는 영변 이외의 다른 시설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지속적으로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제한된 플루토늄 보유량 내에서 무기를 제조해야 하는 플루토늄 프로그램 보다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이 잠재적으로 더욱 위험하다. 게다가 농축시설의 핵심을 이루는 원심분리기의 크기가 작아 현재 북한이 몇 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지 감지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은 국제사회에 보다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플루토늄 프로그램은 상당한 규모의 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위성사진으로 충분히 추적이 가능하다. 아울러 고농축우라늄 폭탄은 구조적으로 플루토늄 폭탄에 비해 제조하기가 쉽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처음 개발한 핵폭탄도 우라늄 폭탄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을 요구하는 플루토늄 폭탄을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우라늄 폭탄이 플루토늄 폭탄보다 제조하기 쉽다는 사실은 북한의 핵능력을 평가함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

 

관련해서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우라늄 폭탄에 비해 플루토늄 폭탄이 소형화에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고, 플루토늄 역시 지속적으로 생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변의 가스흑연 원자로를 재가동한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북한은 앞으로도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추가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 :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실험을 더 해야 하는지 예측하기는 어려워”

 

북한이 언제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세 번의 실험만으로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의 소형화된 핵탄두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초기 핵무기는 상당히 크고 무거웠다. 이를 미사일로 운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은 수 차례 반복된 실험을 통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 물론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필요한 핵실험의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1차 핵실험, 대체적으로 성공한 2차 실험, 그리고 확실히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3차 실험의 경험만으로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대포동이나 무수단과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ICBMs)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중단거리 미사일의 경우 보다 더욱 소형화된 탄두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확실히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향후 정확히 몇 번의 실험 이후 북한 스스로 자국의 핵무기 성능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될 지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 소련, 인도, 이란의 경우 수 차례의 실험이 필요했던 것에 반해 중국은 네 차례의 실험만으로 자국 핵무기 성능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선행 핵개발 프로그램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학습을 했는지에 달려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평가와 이를 받아들이는 해당 정부의 태도와도 연관된 복잡한 문제여서 정확한 수치를 예측할 수는 없다.

 

“북한 핵위협의 복합성 :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이 가장 중대한 위협이나 관련 기술 유출이나 핵 시설의 안전 문제도 심각한 문제”

 

북한이 제기하는 핵위협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우선, 가장 심각한 위협은 한반도에 버섯구름이 솟아오를 가능성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북한 정권이 실제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어린 나이의 검증되지 않은 김정은 리더십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오판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북한은 세계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수준의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의 안전조치(safeguard)나 핵분열성물질(fissile material)의 방호(security) 문제는 비교적 덜 우려스럽다. 그러나 북한-시리아 핵기술 협력사례에서 보듯 북한이 핵무기 개발 기술을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문제는 현실성 있는 커다란 위협이다. 핵물질을 타국으로 이전하는 것에 비해 관련 기술을 타국과 거래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나아가 핵안전 문제의 경우에도 미국이나 한국과 같이 민주화된 국가에서는 안전 문제가 원자력 프로그램의 발전을 막는 가장 큰 난제이지만, 북한은 안전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중대한 위협요인이 된다. 특히 북한이 운영하고 있는 경수로 시설은 향후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에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리하자면, 북한이 제기하는 핵위협은 상당히 복합적이나 역시 가장 심각한 위협은 북한 정권이 군사작전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진정성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조치 : ① 영변 원자로 파괴, ② 보유중인 우라늄 연료봉 판매, ③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해체, ④ 핵실험 시설 파괴”

 

현재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요구하고 있는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비핵화 조치들은 결코 말로써 확증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동안 기술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핵능력은 점점 더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되어 왔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제기하는 핵위협과 관련하여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후퇴(rollback)시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입증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들은 많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면, 첫째, 영변의 가스흑연 원자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북한은 몇 차례 영변 시설을 동결한 적이 있지만 이를 완전히 파괴한 적은 없다. 간단히 노심(core)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영변 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 물론 영변 시설을 폐쇄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의 발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조치는 그 발전속도를 상당히 늦추는 역할은 한다. 둘째,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 이전에 생산해둔 상당량의 우라늄 연료봉을 모두 국제시장에 판매하는 것도 진정성을 입증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셋째, 선행(front end) 핵주기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해체하여 사용후핵연료를 추가로 처리할 수 없게 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넷째, 감시탑이나 터널과 같이 핵실험 내 시설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조치들이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실행에 나설 경우 자국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입증할 수 있다.

 

향후 6자회담을 위한 제언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논의를 위해 작동하는 유일한 매커니즘”

 

현재까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6자회담이 그다지 성공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6자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논의를 위해 작동하는 유일한 매커니즘(the only game in town)인 것도 사실이다. 당사국으로 한국은 협상 과정에 빠질 수 없고, 외교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중국이나 미국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이제와서 일본과 러시아를 배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향후 6자회담 당사국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새로운 형태의 협의체계가 아니라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을 후퇴시키고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6자회담 프레임워크 안에서 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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