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해 수석연구원은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삼성경제연구소(Samsung Economic Research Institute: SERI)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3차 북핵실험과 북중의 전략적 이해관계

 

“북중관계는 극단적 냉탕-온탕 오간 사례 많아 : 양국 전략적 사고구조 편차에 주목해야”

“중국 : ‘현상유지 플러스’라는 시각에서 ‘2+2 포맷’의 한반도 위기관리체제 구축 추구”

“북한 : ① 한반도에 국한된 핵 억지력 보유로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방지 ② 미중간 대립 구도 하에서 자국의 전략적 위상 제고”

“북한이 핵능력을 명시적으로 강화할수록 중국은 대안을 마련하기 더욱 힘들어질 전망”

 

3차 북핵실험 이후 중국의 전향적인 행보와 관련하여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기대가 높다. 그러나 북중관계는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냉탕과 온탕을 오간 사례가 많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혁명 이후 중소분쟁이 격화되었던 1964년부터 1970년까지 김일성은 중국을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1992년 한중수교 및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부터 1999년까지 북중간 당-정부 채널이 완전히 단절된 적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2010년부터 2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김정일이 4번이나 방중하며 양국 우호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북중의 행태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전략적 사고구조와 그 편차를 면밀히 관찰하는 데 있다.

 

중국은 한반도 상황전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위기관리의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를 조망하고 있다. 여기서 위기관리란 단순히 전쟁 방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이익’(한반도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 유지)의 최대화 및 ‘전략적 손실’(북한 급변사태 및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의 소외)의 최소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최우선시하면서, 남북한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반도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현상유지 플러스”(status quo plus)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2(남북)+2(미중)’포맷으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선호한다. 즉, 먼저 남북화해로 긴장완화를 이룩하고 미중이 장기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상유지 플러스 포맷은 중국이 직면한 전략적 딜레마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보다는 신중한 관리에 주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므로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모순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듯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한반도 전략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문제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하는 자유주의적 목표와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당사자의 행위를 통제해야 하는 현실주의적 목표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부시(George W. Bush) 2기 행정부 시기 “이익상관자”(stakeholder) 역할을 자임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었으나, 2006년 1차 북핵실험 이후 협상 양상이 ‘2(북미)+0’ 구도로 고착되어 자국의 대북 입지가 약화되는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이로 인해 2009년 2차 북핵실험 이후에는 균형감 상실의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1차 핵실험 이후 약 1년이 지나서야 복원시켰던 중북관계를 2차 핵실험 이후에는 불과 4개월 만에 원자바오(溫家寶)의 방북으로 신속히 회복시킨 것이다. 그 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균형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북한에 대해서는 “전통 우의”의 기치 아래 외교적 의사소통과 정상적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주변 관련국들에게는 상황 관리 기제로서의 6자회담의 효용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의 현상유지 플러스 포맷은 사실상 ‘대북 포위형 관리체제’를 의미한다. 북한에게 가장 이상적인 동북아 국제정치 구도는 미중의 세력균형적 대립 속에서 자국의 지전략적(地戰略的, geostrategic)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의 전략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 증거는 1980년대 이후 중국이 추진해온 모든 다자주의 포맷(3자•4자•6자회담)을 북한이 와해시켜 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포위형 다자주의”보다는 북미 양자 대화를 통해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자국의 전략목표에 부합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대중국 의존보다 ‘모험주의적 돌출행동’을 통해 자국의 지정학적 위상을 부각시키거나 핵무장과 같은 자구책을 대안으로 선택해 왔다.

 

따라서 향후 북한은 대미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핵무기 실전배치 능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핵능력을 토대로 남북 군사력 불균형을 일거에 역전시켜 흡수통일을 방지하고, 미중 대립구도 속에서 자국의 전략적 위상을 제고시켜 “생존의 정치적•심리적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인 협상전략 차원에서는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 차원에서 대미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확산 등과 같은 미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해주고, 미래 동북아 전략구도에서 미국이 여전히 우위에 있을 수 있도록 주한 미군을 용인하며, 대중 견제에도 협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그 대가로 한반도에 국한된 핵능력을 인정받는 협상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면 할수록, 중국의 정책대안 마련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중국은 여러 대북 제재 수단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그로 인해 조성될 수 있는 북한체제 불안정 또는 북중 관계 경색의 모든 책임이 중국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무엇보다 가시적 대북 제제는 중국의 대북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한미와 미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일의 관점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핵 능력 강화 → 한미일 대북 제재 강화 → 북한의 위협조장 수위 제고’ 등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관리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갈수록 더욱 축소될 것이다.

 

시진핑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

 

“여론의 논의와 국가정책 수준의 인식변화를 구분해야”

“중국은 새 지도부 출범 전 정책을 미리 결정 : 북핵문제/북한문제 분리접근 기조 유지될 것”

“적절하고 신축적인 제재와 포용을 통해 대북 협상력과 대미 협상력을 동시에 제고시키려 할 것”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주변국들의 기대가 높다. 실제로 여론수준에서 논의되는 대북정책 관련 담론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이 단순한 중재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중 양자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북한을 정상국가화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의 대북정책을 한반도 통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중국에게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면 한반도 전체를 완충지대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고, 이를 위해 북한은 물론 한국과의 관계 증진, 미국과의 전략소통 강화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으로의 흡수통일을 지지하든, 북한내 친중 세력을 조장하든 현재의 김정은 정권을 버려야 한다는 파격적인 의견이 개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 수준의 담론들이 실제 정책 수준의 논의로 발전할 것으로 보기는 조심스럽다. 지난 1-3차 북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대응 성명 내용을 보면 도리어 그 규탄의 정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차 핵실험때는 “제멋대로(悍然) 실험을 단행했다”는, 외교적 언사 중에 가장 강력한 비난 논평을 발표했으나 이번 3차 실험에 대한 논평에서는 그러한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1, 2차 때는 “강하게 요구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번에는 “촉구한다”로 그 수준을 격하시켰다. 공식 레토릭 차원에서 중국 정부의 담론이 여론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함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새 지도부가 출범하여 리더십이 교체되기 이전에 전임 지도부와의 협력 하에 미리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해 나간다는 특징이 있다. 대북정책의 경우에도 2009년 7월을 전후하여 북한문제에 대한 검토를 거쳐 4세대 지도부와 5세대 지도부가 함께 대북정책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시진핑 지도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기존 중국의 대북정책의 기본 틀인 북핵문제와 북한문제를 분리하여 접근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문제는 한반도 안정유지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지만,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궁극적 해결보다 6자회담을 통한 ‘관리’를 강조한다. 북한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북한과의 정상적 관계를 강화한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유엔 대북 제재결의안과 관련하여 국제사회와 약속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북한의 불법거래에 대한 제재에 있어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를 파탄 낼 수 있는 전면적 대북 금융제제에 동참하거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선박/항공기 화물검색을 엄격히 실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대북 제재에서 제외된 정상적 무역 및 경제협력 프로젝트는 지속함으로써, 중장기적인 대북 관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즉, 시진핑 지도부는 적절하고 신축적인 제재와 포용을 통해 대북 협상력과 대미 협상력을 동시에 제고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과제

 

“북핵문제에 대한 주변국들의 외교적 피로감 높아”

“한국의 역할 중요 : 상황관리 능력과 문제해결 의지를 구체적 대안제시를 통해 표출해야”

 

3차 핵실험 이후 주변 강대국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상당한 외교적 피로감을 감지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여론 차원에서는 많은 논의들이 진행중이지만, 정부 당국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대응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중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 이외에 별도의 독자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스스로의 상황관리 능력과 문제해결 의지를 구체적 대안제시를 통해 표출해야 한다. 먼저 중국의 전략적 셈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등 다양한 네트워크 질서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고려하고, 한반도의 불확실성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해 주는 관여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의 이익이라 해도 그것이 한국의 최소한의 자위(自衛)나 북한의 계획적 도발에 대한 물리력의 사용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조건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 북핵 위협에 상응하는 억지력 구비가 불가피함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중국은 현재 대북전략에 있어 대안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이 미래 한반도 상황이 중국에게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남북중, 남북러, 한중러 등 다양한 다자협력 구도에서 구체적인 사업들을 발굴해 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총론이 아닌 각론이 강한 외교가 필요하다. 미래모습에 부합하고 현실적인 타당성을 가진 다양한 사업들을 발굴하여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노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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