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딩리 푸단대 국제연구소장 “한국, 남중국해 미국 편들다 중국 섭섭하게 해선 안돼” (사진: 신인섭 기자)

 

“한국과 북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처럼 일단 만나야 합니다.”

 

중·미 안보와 군축 전문가인 선딩리(沈丁立·54·사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 국제연구소장은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형식의 남북 대화도 가능하다”고 말한 데 대해 좋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국제협력’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선 소장은 “시 주석과 마 총통이 약 70년 만에 가진 첫 정상회담은 조건을 달지 않고 정치색과 무관하게 그냥 만난 것”이라며 “손을 꼭 잡고 함께 밥과 술을 나누며 접촉을 가진 자체로 의미 있다”고 말했다. 대만이 미국산 전투기를 수입한 데 대해 중국은 반발했지만 두 정상은 이를 내색하지 않고 만나 결속을 다졌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없듯 중국서도 대만 방송이 방영되지 않고 푸젠(福建)성 일부에서만 전파가 잡힌다”며 “이런 환경에서도 양안(兩岸)은 유학생 등 인적 교류와 경제 협력을 늘려왔다”고 강조했다. 양안은 매년 800만 명의 관광객이 오간다.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는 1700억 달러(198조원)에 달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교류를 이어온 게 양국 협력에 주효했다. 그는 “중국은 36년간 (대만의 미국 전투기 수입)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렸고 지금도 기다린다”며 “양안 관계가 평화롭게 되면 미국은 30~50년 후엔 대만에 전투기를 팔지 않게 될 것”이라 했다.

 

그는 양안 화해 과정을 남북한에도 적용해보라고 제언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않겠지만 정상회담조차 없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외부 세력(미국 지칭)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만이 중국을, 중국이 대만을 환영하면 ‘하나의 중국’이 되는 것 아니냐”며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 통일의 중요 요소이지만 통일은 남북한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선 소장은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중시하는 3가지를 늘 염두에 두라”며 “김 위원장 머리에는 핵무기, 경제 발전, 국제관계 개선 3가지로 가득한데 경제와 국제관계에서 성과가 없다 보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도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 자매도시, 자매학교를 제안했다. 그는 “자매도 다툴 때가 있지만 원래 한 식구”라며 “남북 자매도시 간 사람이 오가면 서로의 오해가 풀릴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 관계는 최근 좋지 않고 북한에 석유 공급을 중단한 것도 여러 번”이라면서도 “그래도 중국은 북한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교류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의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 “한국은 미국의 편을 들다가 중국을 섭섭하게 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한국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