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여론조사 성적표'는 다른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편이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에 따르면 긍정평가를 기준으로 한 집권 2년차 1분기 지지도는 ▲노태우 전 대통령 45% ▲김영삼 전 대통령 55% ▲김대중 전 대통령 60% ▲노무현 전 대통령 25% ▲이명박 전 대통령 34% 등이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의 경우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208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8%p)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월 둘째 주 직무수행 긍정 평가율은 55%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전국 성인남녀 2500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6.4%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득표율이 51.6%이고 취임식이 열렸던 지난해 2월 넷째 주 리얼미터가 조사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54.8%인 점을 감안하면 지지층에 급격한 변화는 없는 셈이다.

 

실제 역대 가장 치열한 보혁(保革) 대결의 선거를 치렀던 박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여러 악재를 만나며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견고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비교적 수평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는 평가다.

 

◇취임초에는 '인사사고' 등으로 급락 겪어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잇달은 장·차관급 '인사사고'로 지지율 급락을 겪었다.

 

지난해 3월 넷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대비 6.9%p 추락한 45.0%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 시기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한 주 새 3%p 빠진 41%로 바닥을 쳤다.

 

당시 여론을 두고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때 국정지지율이 40%에서 바닥까지 떨어져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도발위협에 대해 주변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적절한 대처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으로 지지율은 반등했다.

 

미국 순방을 앞둔 지난해 5월 첫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50%를 기록했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53.5%로 취임 후 처음으로 대선득표율을 넘어섰다. 이어 방미 기간인 5월 둘째 주에는 56%(한국갤럽), 55.9%(리얼미터)까지 올랐다.

 

미국 순방 중 터진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 2.8%p(리얼미터), 5%p(한국갤럽)씩 떨어졌지만 대통령까지 포함해 청와대가 세차례나 사과에 나서면서 지지율도 조금씩 회복됐다.

 

지난해 6월 들어서는 남북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강조한 대북 정책이 부각되고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과 관련해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여기에 한·중정상회담에 따른 긍정적 평가가 반영되면서 리얼미터의 6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는 63.3%, 한국갤럽의 지난해 7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는 63%를 기록했다.

 

 

이후 국정원 대선개입과 대화록 공개, 개성공단 가동 정상화 합의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던 지지율은 '증세논란'을 불러 일으킨 세제개편안 파장으로 지난해 8월 셋째 주에는 54%(한국갤럽)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9월 초 박 대통령의 러시아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및 베트남 국빈방문은 앞선 두 차례의 해외순방과 마찬가지로 지지율 반등을 이끌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9월 첫째 주 리얼미터와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67%씩을 기록하며 최고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지지율은 완만한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녀 의혹으로 사퇴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졌고 기초연금 정부안으로 비롯된 복지공약 후퇴 논란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여야 3자 회담 결렬 등이 작용한 탓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첫째 주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에서 각각 59%, 56%를 기록, 60%대가 무너졌다. 이후에도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처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철도노조 파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연말까지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이에 따라 리얼미터의 지난해 12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48.5%, 한국갤럽의 작년 12월 셋째 주 조사에서는 48%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

 

◇올들어 50%대 중반까지 회복

 

새해 들어서는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잇달은 실언 등이 지지율을 잠시 끌어내리기도 했지만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인도·스위스 순방, 설 명절 특별사면 등에 힘입어 취임 초와 비슷한 50%대 중반까지 회복된 상태다.

 

취임 초 50~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가 취임 1년차부터 급전직하한 노무현·이명박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양상인데 70%대의 높은 지지율에서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쪽에 더 가깝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센터장은 "이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정몽준 의원과 단일화를 했기 때문에 자신의 고정 지지층이 협소했다"며 "박 대통령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여당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렸고 지역기반도 영남에 충청까지 더해져 실제 지지층이 견고하고 탄탄하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중도층의 지지가 대선승리의 원동력이었던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확실한 지역기반과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어 지지율의 하한선을 받쳐줬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다만 대통령이 특정 정파의 수장이 됐을 때는 지지율이 떨어지게 된다"며 "과도한 정치적 입장이나 야권과의 대결적 사고보다는 화합과 통합, 수용과 포용 등의 가치를 보여야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노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법안 개정을,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직접 주도하면서 보혁 갈등의 타격을 자신들이 받았다"며 "반면 박 대통령은 이념갈등 이슈에 거리를 뒀고 대신 여당이나 국정원장 등이 나서면서 정치적 부담을 분산시켜 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집권 1년차에는 경제 문제 등의 책임을 현 정부에게 돌리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면서 "2년차가 되는 올해에는 지방선거로 정치적 평가를 받고 각종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도 현 정부에 냉정하게 책임이 돌아가게 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지지율 추이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