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등 이른바 권력기관들이 높은 영향력에 걸맞은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공권력이 국민과 겉돌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가 동아시아연구원(EAI)과 공동으로 파워 조직 24곳에 대해 실시한 국민 인식 평가 조사에서 검찰과 국세청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2011년 5위에서 3위, 국세청은 9위에서 7위로 두 계단 씩 올라섰다. 반면에 검찰과 국세청의 신뢰도 순위는 각각 14위, 11위였다. 영향력이 커진 데 반해 신뢰도는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한 것이다. 경찰과 국가정보원도 각각 영향력이 6위, 14위였으나 신뢰도는 8위, 16위로 비슷한 범주 안에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영향력-신뢰도 격차는 심각한 문제다. 커진 힘을 뒷받침할 만큼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는 건 결국 국민이 두 기관의 처분에 승복하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경제·사회 발전에 따라 민간 부문의 경쟁력이 공공 부문을 앞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현재의 신뢰도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공동체를 유지하는 법과 질서의 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영향력-신뢰도 격차가 가장 큰 검찰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검찰이 올 들어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 국정원 댓글 의혹, CJ그룹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벌였거나 벌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악의 위기로 몰렸던 지난해 11월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사 몇 건이 검찰 조직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까지 연결되지 못한다. 세무행정의 중추인 국세청도 전군표 전 청장 구속 등으로 도덕적 신뢰가 계속해서 흔들려 왔다.

 

정부와 해당 기관은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속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임을 자각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쌓일 때 진정한 의미의 영향력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