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두 연구위원이 2012년 전국의 성인 남녀 1770명을 대상으로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법원이 7점 만점에 4.42점, 검찰이 4.21점, 경찰이 4.19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해 대통령 직속의 사회통합위원회가 발행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공적기관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조사 대상자 2000명 중 법원이 15.7%에 불과하였으나 경찰은 20%였다. 또 한 언론사와 동아시아연구원이 18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2011년도 파워조직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검찰은 10점 만점에 4.51점에 그쳤으나 경찰은 4.97로 나타났다고 보도된 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조사결과는 조사 대상자와 설문 내용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며 특히 경찰의 경우 수사 분야만을 대상으로 하느냐, 아니면 일반 민원이나 교통 등 업무도 상정(想定)한 반응이냐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점은 경찰청이 2013년도 상반기 민원인을 대상으로 한 자체 치안만족도 조사에서도 수사·형사 분야의 만족도(69.9%)가 일반 민원을 포함한 전체 만족도(79.4%)보다 떨어진다는 최근의 일부 보도를 보아도 충분히 수긍이 될 만한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사 사법적인 정의 실현 과정에서 수사 지휘와 공소 제기를 담당하는 검찰이나 재판을 맡고 있는 법원이 수사기관인 경찰에 비하여 국민의 신뢰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이따금 드러난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동안 법원과 검찰이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따른 증거 채택상의 견해차 등으로, 또 검찰과 경찰은 수사지휘권의 해석과 운영문제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 양상을 보여 준 측면이 없지 않으므로 이는 우리 형사사법제도 전반의 과제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사법적 정의 실현과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하여 법이 부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시 ‘견제 속의 협조’를 해야 할 기관끼리 가끔은 ‘경쟁하는 대립’ 관계인 듯한 모습만을 보이면서 법원과 검찰, 검찰과 경찰이 서로 상대 기관의 대(對)국민 이미지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흔치는 않지만 법관의 잘못된 행태나 법원 직원의 비위가 바깥에 알려지고 전현직 검찰 간부의 범법행위를 경찰에서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가끔씩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로 인한 비판적 반성과 개선 효과의 기대에 못지않게 해당 기관에 대한 국민의 전체적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음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선 중요한 것은 법원이나 검찰 또는 경찰에 몸담고 있는 공직자들이 그 인식의 출발점부터 바꾸어 우리가 더 우수한 집단이라거나 우리도 결코 그쪽에 못지않은 정의감과 인권의식을 갖추고 있다는, 일종의 비교론 또는 상대적 우월감에서 먼저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형사소송법이나 관련 규칙의 개정 등을 둘러싸고 과거와 같이 국회의원이나 자문 역할을 하는 교수들을 경쟁적으로 자기 쪽 논리로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로비활동도 지양해야 마땅할 것이다. 형사사법 운영의 전체적 시스템이 경찰, 검찰, 법원 중 어느 한 분야의 노력이나 우수성만으로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체계로 제대로 작동할 수가 있겠는가.

 

대다수 국민은 오히려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과 법원도 과거 자유당 정부 시절이나 긴급조치가 효력을 갖던 시절의 법 운영상 과오에 대해 좀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노력을 통해 경장(更張·다시 새롭게 개혁함)의 의지를 다지면서 겸허히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기관으로 거듭나 주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고 보아야만 한다.

 

이 점은 그동안 사법부나 검찰 또는 경찰이 스스로의 잘못이나 과거의 왜곡된 운영행태에 대하여 얼마나 냉철한 분석과 치열한 자기반성을 거쳤는지를 한번 되돌아보기만 해도 저절로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 또한 이제는 국민의 평균적 인식을 기준으로 한 현실분석과 이상적인 형사사법 운영체계에 대한 지향 노력을 함께하면서, 이를테면 ‘검찰이 단두대를 장악’ ‘경찰의 뻥 뚫린 공조수사’ 같은 자극적 표현이나 인용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형사사법 체계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모습이 장기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원려(遠慮) 있는 비판을 변함없이 해야 할 것이다.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