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중국 저장성 구주에서 열린 공자 탄신 2562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한국과 덴마크 등 10개국의 공자학원 관계자들이 공자의 75대 적장손의 초청을 받은 자리였다.

 

구주는 온통 공자 세상이었다. 학교마다 공자상이 있을 뿐 아니라 호텔 로비에는 공자 말씀이 새겨져 있었다. 공자 스토리를 따라 지은 길과 건물도 있었다. 그날 저녁 TV에서는 공자 탄신 행사가 특집방송으로 다뤄졌다. 중국 정부는 공자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전 국민적 행사로 승화시켜 나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왜 이 시기에 공자인가? 중국은 1989년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20여년 만에 G2(세계 주요 2개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체제 불만이 고조되면서 국가 통합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국제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 말고 내세울 만한 정신문화가 없었다. 전통과 역사를 철저히 부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문화혁명 시기(1966∼76)에 공자의 흔적을 파괴하고 유교사상을 배격했다. 마오쩌둥이 “공자가 죽어야 중국이 산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중국 정부가 1990년대 들어 공자를 다시 역사에서 불러냈다. 학교에서 공자를 가르치는 걸 용인한 데 이어 2004년부터는 공자 탄신 행사를 공개적으로 치르도록 했다. 나아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는 공자와 3000 제자가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전 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펼쳤다. 올 초에는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보이는 천안문 광장 한가운데에 공자의 동상을 세웠다.

 

이에 대해 미국의 외교 전략가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중국이 국제무대에 내세울 소프트파워의 원천으로 공자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공자 마케팅은 대내적으로 중국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내년이면 한·중 수교 20주년이 된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동아시아연구원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지난 8∼9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 주민 10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53점으로 5년 전 같은 조사(73점)에 비해 무려 20점이나 떨어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중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인식 조사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낮게 나타났다. 특히 한국여행 경험을 가진 학생들일수록 한국에 대한 정서가 우호적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이때 한·중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다질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의 교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관리, 지원을 체계적으로 강화해 한국을 선택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자부심을 갖게 할 필요도 있다.

 

공병영 서울대 시설관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