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EAI는 지난 수년간 진행해온 장기적 견지에서의 미중경쟁 및 중견국 한국의 역할 모색 연구의 일환으로 스페셜 리포트 시리즈를 발간한다. 시리즈 두 번째인 첨단기술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 대해, 배영자 교수는 미중 양국이 수십년 동안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함께 발전시켜 왔으며, 이것이 양국 경제번영의 원천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미중 양국이 공동의 책임의식을 토대로 글로벌 반도체산업 기술혁신 강화와 세계 경제회복에 노력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1. 들어가며

현재 진행중인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핵심에 반도체가 자리잡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했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하여 올해 2월말 반도체 공급망을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4월에는 중국 슈퍼컴퓨터 운영 기관과 이 곳에 반도체 칩을 제공하는 기업 7곳을 거래 제한 기업명단(entity list)에 추가하면서 미중 반도체 갈등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반도체는 5G,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인공지능 등 소위 4차산업혁명의 실질적인 구현을 위한 핵심 부품이고 첨단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는 4차산업혁명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다. 반도체는 또한 각종 첨단무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한 부품으로 대표적인 민군겸용(dual use)기술이다. 반도체 기술은 상업적 필요에 의해 민간기업 주도로 발전해 왔으나 정부 역시 구매자로서 그리고 투자 지원 및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Weiss 2014).

미국은 195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주도해왔고(Morris 1990, Brown and Linden 2016), 중국은 ‘중국제조2025’ 발표 전후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기술혁신을 빠르게 강화하며 미국에 도전장을 던졌다(Lewis 2019). 중국의 도전에 대해 미국은 관세부과, 거래제한, 해외투자 규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혁신을 견제해 왔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는 중국 반도체 굴기를 제지하는 한편, 기존에 형성되어 온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을 변화시켜 향후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변모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주창신(自主創新)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 역시 자국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본 연구는 향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부문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지속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이제까지 미중 반도체 갈등을 정리해 보고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망하고자 한다.

 

2. 미중 반도체 부문 갈등 전개

 

1)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술혁신 견제

2015년을 전후로 중국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면서 미국내에서 이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2015년 중국 반도체기업 칭화유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확장을 위해 세계 3위 메모리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 합병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칭화유니그룹이 중국 최신식 무기에 탑재되는 컴퓨터칩 국산화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수합병을 허가하지 않아 무산되었다. 2017년 美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는 ‘美 반도체산업의 장기적 우위를 위한 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 반도체 굴기에 따른 위협을 경고하고, 미국의 장기적 경쟁우위 확보 전략을 제시하였다(PCAST, 2017).

트럼프 행정부 취임 후 보다 다양한 수단을 통한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가 본격화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대표부(USTR)의 301조 조사가 개시되었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및 첨단기술 분야 지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자국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이나 불법적 기술 유출을 통해 중국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자국 첨단 산업에 위협적이고 경제적 침략(economic aggression)인 동시에 중국 첨단기술 발전이 첨단 무기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군사적 위협(military threat)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왔다(USTR 2018, White House 2018). 불법적이고 불공정하게 중국의 손에 넘어간 자국의 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을 침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2018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2019, NDAA)’내에 ‘수출통제개혁법(ECRA, Export Control Reform Act),’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등을 제정하고 관세, 수출제한, 중국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규제, 지적재산권 소송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하고자 시도해 왔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가장 먼저 꺼냈던 카드는 중국기업 및 자본의 미국 반도체기업 인수합병 금지였다. 2015년 칭화유니그룹의 마이크론 인수 실패 이후에도 2016년 화룬(华润)그룹의 미국 페이차일드(Fairchild) 인수 좌절, 2017년 중국계 사모펀드 캐넌브리지의 미국 반도체설계기업 래티스(Lattice Semiconductor) 인수합병 거부, 반도체 시험 장비회사 엑세라 인수합병 무산, 2018년 중국계 싱가포르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합병 시도 좌절 등 이 계속 이어졌다(윤대균 2018).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좌절의 배경에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CFIUS)가 자리잡고 있다. 301조 조사를 근거로 미국의 주요 산업이나 기술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서 외국인투자위험 심사현대화법(FIRRMA)이 국방수권법에 포함되어 2018년 8월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었다. 이 법은 CFIUS의 심사 범위를 확대하고, 심사 및 조사 중 해당 투자거래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권한을 강화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자본의 미국 첨단기업 인수합병 시도와 성공 사례가 대폭 감소하였다(배영자 2020).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 기업이 필요로하는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이 지속적으로 무산되면서 중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인수합병을 통한 반도체 기술혁신이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굴기 견제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수출 규제였다. 2017년 12월 미국 마이크론은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福建晉華, JHICC)와 현지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인 대만 UMC가 특허와 영업 기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UMC는 중국 법원에 맞소송을 내며 마이크론 제품 판매 중단을 요청하였다(이수환 2018). 중국 푸저우(福州)시 법원은 마이크론이 생산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 26개 제품의 중국 내 판매금지를 명령했다. 2018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하였는데 특히 중국제조 2025와 관려된 품목들, 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비롯 전자, 철도차량, 화학 등이 대거 포함되었다. 2018년 10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福建晉華, JHICC)의 메모리 칩 제조가 미국 군사시스템용 칩 공급업체의 생존에 '심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하여 푸젠진화를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와 장비 등의 수출을 제한하는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고,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푸젠진화 측에 수출하려면 미 당국으로부터 특별승인을 얻어야 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Applied Materials 등의 중국 수출이 금지되면서 푸젠진화, 허페이창신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기술혁신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고 결국 푸젠진화는 DRAM 칩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였다.

2019년 미 상무부는 두 차례에 걸쳐 화웨이 관련 총 114개사에 대한 거래 제한을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자사 휴대폰에 더 이상 인텔과 퀄컴의 반도체칩도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였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기업 HiSilicon(海思半导体)은 미국기업이 제공하는 반도체 자동화 설계 도구 등을 새로 업그레이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에 제약을 받게 되었다. 미국은 2020년 5월에 수출관리 규정 적용대상 품목 가운데 미국산 기술 및 소프트웨어로 생산된 제품의 범위를 확대하여 중국 화웨이 및 관련사에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DOC 2020). 즉 기존에 예외였던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의 25% 이하를 사용하는 외국기업들도 중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더욱 강력한 거래 제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설계 소프트웨어와 장비 부문을 장악한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공급을 중단할 뿐 아니라 TSMC와 같이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외국기업들 마저도 중국 반도체 기업과의 거래를 허가받으라고 하는 미국의 제재는 조임목(Chokepoint)을 통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혁신 속도를 늦추고 더욱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이었다.

 

2) 중국의 대응

미국의 반도체 기술혁신 견제에 대해 중국은 원칙적으로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국내 지적재산권 제도 등을 정비하고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고려해 왔다. 예컨대 중국은 2019년 6월 ‘중미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측 입장’을 통해 미중 양국간 문제는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关于中美经贸磋商的中方立场). 2020년 5월 미국이 재차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즉각 잘못된 행동을 멈추기를 촉구한다"며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리를 단호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20/05/19).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이 이런 조치를 실행에 옮길 경우 강력히 보복하겠다면서 퀄컴, 시스코, 애플, 보잉 등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가 있을 것임을 경고하였다(Global Times 2020/05/16). 중국의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애플, 퀄컴, 보잉, 시스코 등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不可靠实体清单)'에 포함하거나 사이버 안보법에 따라 제재를 가하거나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압박하였다.

중국은 2019년 푸젠진화, 창장메모리, 허페이창신 등 3사의 약진으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었지만 1차 수출규제로 메모리 반도체 굴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었고 2차 제재로 TSMC 등 외국기업들이 고성능 반도체칩의 중국 수출을 중지하면서 화웨이 등 중국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져 왔다. 현재까지 중국은 미국의 다양한 조치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미국이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지식재산권과 사이버보안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자국의 과학기술혁신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진전시켜왔으며 이로 인해 2011년 34억 달러였던 로열티 지급이 2018년 72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항변하면서 중국지적재산권체제를 옹호하였다.

중국은 미국의 공격으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인식하면서 메모리, 파운드리, 기타 팹리스나 후방 반도체 장비산업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와 기술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의 성장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왔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의 도전이 중국정부와 기업의 반도체 굴기 의지를 오히려 강화시켜 투자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4월 미국이 통신장비업체 ZTE 제재를 가한 직후 시진핑 주석은 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 계열 우한신신(武漢新芯, XMC)을 방문하여 반도체는 ‘중국몽(夢) 실현을 위한 심장’임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기술혁신 노력을 격려하였다. 현재 반도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 밖에서 필요한 반도체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어 중국이 자체 기술개발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즉각적인 대응이나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제도 정비, 산업정책 조정, 자체기술 개발 강화를 위한 ‘새로운 대장정(新的长征)’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

2014년 국가집적회로투자기금 1기를 통해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약 2,430억 달러를 투자하였고, 이어서 2019년부터 투자기금 2기를 통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20년 5월 개최된 양회에서 5G,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터, 전기차 충전소 등 미래 신산업의 기반이 되는 신형인프라(新型基础设施建设) 관련 약 5300억 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되었다. 신형인프라 구축에 반도체가 토대가 되기 때문에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반도체 기술혁신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공격적인 투자와 외부 인재 스카우트에 관심을 기울여 왔고 반도체 부문에 대한 중국 정부 및 민간의 과잉투자가 우려될 정도로 활발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제제로 중국 반도체 굴기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에 육박하는 중국 국내 시장 수요를 감안하고 중국 정부와 기업의 국산화 의지 및 투자 여력을 고려할 때 중국이 반도체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혁신을 포기할 이유는 없으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3. 미중 반도체 갈등 전망

 

1)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 관련 조치들

올해 초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대중 첨단기술 견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2월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포함한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 등 4개 품목에 대해 100일간 공급망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본 행정명령은 이외에도 1년 동안 국방 보건 정보통신 에너지 교통 농업 부문 공급망을 조사하는 보고서 작성 요구를 포함하고 있다. 공급망 검토는 구체적으로 핵심 소재 조달처, 제조 역량, 공급망 위협요인 및 회복력(Resilience)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이나 정부 관련 기관에서 발간된 다른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대중 반도체 견제를 포함하여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반도체와 관련된 최근의 조치나 보고서들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살펴본다.

첫째, 올해 초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되어 제정된 ‘Chips for America Act’가 주목할 만하다. 이 법은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되었으며 미국 반도체 제조 기반의 재건 및 미래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한 대규모 연방자금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총 300-50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내 반도체 제조 기반 확대를 지원하고, 투자 기업들에게 다양한 세액 공제 등을 제공하며, 국가 반도체기술센터(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를 설립하고, 국내 생산 의무(Domestic Production Requirement) 규정을 두며, 국방부 주도로 민간 기업을 포함한 컨소시엄을 조직하는 등의 다양한 내용을 법제화하였다.

둘째는 최근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 (NSCAI,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가 발간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NSCAI는 2018년 국방수권법에 의거하여 설립된 초당적 조직으로서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위원장을, 전 국방부차관 로버트 워크(Robert Work)가 부위원장을 맡아 대통령과 의회에 국가 인공지능 전략을 조언하고 있다. 본 위원회는 인공지능을 미래 국가안보의 게임체인저로 보고 미국이 반드시 우위를 확보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3월 중순에 그동안 검토한 내용과 제언을 담아 750페이지가 넘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본 보고서에서는 인공지능 우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지적재산권, 수출규제, 미국내 외국인 투자 규제 등의 강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2026년까지 매해 인공지능 연구에 320억 달러 연구개발 지원 필요, 국가기술재단(National Technology Foundation) 설립, 국가인공지능연구소(National AI Research Institutes) 규모와 수의 증가,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공동으로 견제하기 위해 다자인공지능연구소(MAIRI, Multilateral AI Research Institute) 설립,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뉴질랜드 한국 영국 등이 포함된 기술동맹(Emerging Technology Coalition) 발전 등을 제안하였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시행한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4월 초에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슈퍼컴퓨터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반하는 활동에 쓰이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슈퍼컴퓨터 운영 기관과 관련 기업 등 총 7곳을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하였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초로 시행한 대중 제재로 중국 국가슈퍼컴퓨터센터 4곳과 인민해방군 산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중국공기동력연구개발센터(CARDC)의 슈퍼컴퓨터에 반도체 칩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진 설계회사 파이티움(飛騰, Phytium)을 포함하고 있다. 파이티움이 설계한 칩을 제조하여 공급한 대만 TSMC는 수출 규제를 즉각 이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넷째, 4월 12일 백악관에서 브라이언 디스(Brian Deese)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안보보좌관 제이크 셜리반(Jake Sullivan) 주재로 반도체 CEO 화상회의를 개최하였다. 인텔, 알파벳, GM, Ford, 마이크론, TSMC, 삼성 등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를 들고 참여하여 미국이 더 이상 반도체 투자를 기다릴 이유가 없고 21세기 말까지 미국이 지속적으로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는 현재 미국이 당면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점검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과 미국 반도체 제조 부문에 대한 투자 증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미국 반도체 부문 목표, 전략, 수단, 손실

최근 출간된 일련의 보고서와 미국 정부의 조치들을 종합해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부문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특히 미국은 최첨단 파운드리나 메모리 부문에 중국이 진입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미국내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전략은 크게 중국을 직접 상대하며 압박하기, 동맹 구축하기, 미국내 제조역량 강화하기라는 3가지 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을 직접 상대하며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쓰고 있는 주요 카드는 대중 수출규제이다. 이제까지 미국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여 왔고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슈퍼컴퓨터에 제공되는 반도체칩을 설계하는 기업을 거래제한 리스트에 추가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NSCAI 보고서가 중국과 격차를 확대하기 위해 이미 규제중인 자외선(EUV) 노광장비 이외 액침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 심자외선(DUV) 장비 등을 수출 규제 품목에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ArF 장비는 5나노미터급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EUV 장비보다 기술력이 떨어지지만 16㎚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주력 첨단장비다. 현재 중국 SMIC의 주력 제품은 55㎚, 65㎚ 이지만 최근 첨단 미세 공정으로 구분되는 14㎚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올해 말까지 12nm를 양산할 계획을 발표하였다(연합뉴스 2021/01/28). 파운드리 업계에서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이미 5㎚ 미세공정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지만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시설에서 3차원(3D) 적층(V) 낸드플래시와 10나노급 D램 같은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는 데 ArF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수출 범위의 확대는 SMIC 등을 겨냥하고 있으며 중국 반도체 굴기를 더욱 더디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푸젠진화, 하이실리콘, SMI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지연되고 있다. DRAM 양산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던 푸젠진화가 미국의 제재로 장비를 구입할 수 없어 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였고, 하이실리콘은 미국 EDA 수출규제로 고성능칩을 설계하거나 TSMC에 제조를 위탁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SMIC 역시 고성능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중국 반도체 자립을 대표하는 기업인 칭화유니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중국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다른 한편 세계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인 중국 수출이 막힌 인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설계, 장비,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매출 감소로 미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으며 애플과 같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압박을 받아왔다. Applied Materials, KLA, 램리서치와 같은 미국 장비업체들의 중국 수출 비중은 각각 20%, 17%, 15%로 알려졌으며 중국 수출 감소로 인한 매출액 감소를 보이고 있다. 2021년 퀄컴의 대중국 스마트폰 반도체 출하는 전년대비 48.1% 감소하였고, 중국 시장에서 퀄컴의 점유율은 2019년 37.9%에서 지난해 25.4%로 급감하였다. 이러한 부메랑 효과는 미국내에서도 수출 규제의 범위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분야로 가능한 좁게 제한하고 그대신 확실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좁고 높은 울타리 전략(small yard high fence)’에 대한 논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한 수출 규제가 일시적으로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장기간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손실이 누적되어 비용이 증대되면서 과연 언제까지 어느 범위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대중 견제를 위해 양자 및 다자 협력 강화라는 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부문에서 NSCAI 보고서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부문에서 기술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백악관 반도체 CEO 회의에 미국 기업 이외 한국 삼성, 대만 TSMC, 네덜란드 NXP가 함께 초청된 것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이러한 기업들과 함께 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부문에서 양자 혹은 다자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다자협력체인 쿼드 안에서 협력 핵심 분야로 기후변화 백신과 함께 신기술 부문이 포함되었으며 현재 ‘The Quad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Working Group’이 형성되어 있고 첨단기술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주요 의제로 올라와 있다. 아울러 다양한 양자 협력도 추진중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 스가 총리는 정상회담후 ‘새로운 경쟁력과 회복력 파트너십'(New Competitiveness and Resilience Partnership, CoRe), 즉 신기술ㆍ경제ㆍ방역ㆍ기후 관련 포괄적 협력 구상을 발표하였다. 특히 기술 부문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교류, 6세대(6G) 이동통신 관련 협력 등 경제 분야 계획이 포괄적으로 담겼다. 한미정상회담 후 양국은 신종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중요해진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상호 보완 가능한 최적의 파트너라는 인식에 토대하여 특히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 부문에서 양국이 상호 보완성을 기반으로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 역시 화웨이에 칩을 공급하던 하이실리콘과의 거래를 중단했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추가된 제재에 TSMC가 중국의 CPU 설계 업체인 페이텅과의 협력을 중단하는 등 미국의 제재에 적극 동참하며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대로 TSMC는 아리조나에 애초에 계획했던 120억불을 훨씬 넘는 새로운 반도체 공정 라인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미국의 반도체 동맹 결성이 구체화되면서 중국과 한국 및 대만의 반도체 주요 제조업체들과의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 반도체기업이 소재, 장비, 고성능 반도체칩 조달의 어려움에 봉착하고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 및 대만 기업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중국과의 협력 단절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삼성과 TSMC는 미국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중국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되면서 미중 양국에 대한 동시적 투자를 위한 공간이 점점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생산력이나 기술은 취약하지만 가장 규모가 크고 역동적인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및 협력 국가들이 중국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시장을 배제한 기술동맹이 견고하게 유지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처럼 현재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시장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국이 추진하는 기술동맹이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을 어느 수준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NSCAI 보고서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보고서는 반도체 부문을 포함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미국이 완전한 자급(Self Sufficiency)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의 보고서는 반도체 부문에서 미중 디커플링이 진행되면 미국 반도체 산업 규모가 3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으며, SIA 보고서는 현재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반도체 제조를 전부 미국내에서 생산하면 전체 생산비용이 35-65 %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면서 완전한 자급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거 수 십년에 걸쳐 형성되어온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 미국과 중국은 깊은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여 왔고 이것이 양국 경제의 토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수준에서 인위적으로 분리될 경우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막대한 비용을 치루어야 하고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셋째,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미국내 기술혁신 및 제조역량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 투자하고자 한다. 올해 초에 통과된 ‘Chips for America Act’를 위시하여 반도체 제조 시설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The American Foundries Act’도 논의 중이고 미국 기초연구 예산의 획기적인 증대와 과학기술부문 인력 양성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하는 ‘Endless Frontier Act’ 등이 발의되어 청문회가 개최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기술혁신 우위 유지를 위해 강력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는데 백악관과 의회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내 반도체 제조 부문에 대한 투자가 중국 반도체 부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최고급 반도체 제조 역량이 제고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면서 미국이 4차산업혁명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초연구와 제조 역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증대된 연방자금 투자가 실질적으로 적절히 배분되고 효과를 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예컨대 최근 CTIA(미국 이동통신산업 협회)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기술단체들은 현재 정부의 반도체 제조 투자가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특정한 공정 위주로 이루어지면 다른 산업용 반도체에 공급 제약이 생기게 되며 전반적인 시장왜곡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를 공급망의 탄력적 운영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서한을 백악관과 의회에 전달하였다. 아울러 기초연구와 제조 역량 강화는 바이든 행정부 4년 이후를 넘어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국내정치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3) 중국 반도체 부문 목표 전략 수단

미국의 수출 규제, 동맹 구축, 국내 제조역량 강화 전략과 이를 위한 다양한 수단이 활용되는 가운데 중국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는 않다. 중국이 반도체 부문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최첨단 반도체칩의 안정적 공급,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 및 장비 부문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및 한국과 대만 기업을 따라 잡고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반도체는 원유를 제치고 제1의 수입품이 되었으며 특히 중국이 첨단 제조 국가로 발돋음하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중국제조 2025에서 중국은 반도체의 70%를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제까지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한 외국 첨단 기술 획득 전략과 대규모 국내 투자 전략을 구사해 왔다. 특히 중국내 기술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중국은 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소유한 기업의 인수합병, 중국내에 투자한 기업으로부터의 기술이전, 최고급 인력 스카우트 등의 수단을 활용하여 빠르게 반도체 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하여 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와 동맹 전략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외국의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고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외국 기업에 수탁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기술혁신 속도가 급속히 감소하게 되었다. 최첨단 전자제품의 생산이 불가능해지면서 첨단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와중에 중국 역시 미국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카드를 고려해 왔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상무부와 과기부는 이미 2020년 8월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中国禁止出口限制出口技术目录》을 개정·발표하였다. 이 목록에서 총 53개의 신기술이 수출규제 기술로 지정되었으며, 특히 인공지능, 양자, 드론, 3D 프린팅, 바이오, 건설기계 등 중국이 자체 R&D노력의 결과로 상당부분 기술자립화를 이룬 기술 분야에 대한 제재 조치가 강화되었다. 아울러 2020년 9월 중국의 대외무역법, 독점금지법, 국가안보법을 법적 근거로 블랙리스트 기업 명단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Unreliable Entity List)’ 구축 계획 및 관련 규정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조치가 실행되면 미국기업뿐 아니라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 역시 피해를 입을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실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이 반도체 설계, 장비, 소프트웨어 부문을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 밖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 중국은 즉각적인 대응이나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제도 정비, 산업정책 조정, 자체기술 개발 강화를 포함하는 ‘새로운 대장정(新的长征)’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 중국이 외국의 첨단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춘 것을 아니지만 공식적인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은 어쩔수 없이 향후 국내 투자를 통해 반도체 기술혁신 노력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중국은 2021년 3월 전인대 개막과 함께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 목표 강요(요점)'를 확정하였다. 총 19편으로 작성된 내용에는 '사회주의 현대 국가' 건설을 위한 경제와 사회, 환경, 교육,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목표와 추진 방향 포함되어 있고 특히 과학기술의 자립(自立)과 자강(自强)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14차 5개년 계획 초안에는 8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8대 산업은 희토류 등 신소재, 로봇 공학, 항공기 엔진, 신에너지차 및 스마트카, 농업 기계, 고속철·대형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C919 대형 여객기 등 중대 기술장비, 첨단 의료 장비 및 신약, 베이더우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등이다. 2035년까지 중장기적 목표로는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반도체, 뇌과학, 유전자 및 바이오기술, 우주심해 탐사, 임상의학 및 헬스케어 등 7대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대외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를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는 자체적인 첨단산업 공급망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신 중국 내에서 반도체와 관련 부품 및 장비의 밸류체인이 완성되는 홍색(RED) 공급망 구축, 즉최첨단 부품과 장비를 국산화하고 내수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 미중 반도체 갈등 중장기 전망

2030년까지 미국의 기술적 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기술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미중 갈등은 치열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 및 대만 기업의 미국내 최첨단 파운드리 투자로 첨단 반도체의 미국내 제조가 가능해지고, 미국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여 우수한 설계 및 제조 기술 확보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미국이 4차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소프트웨어의 80%를 공급하고 있으며 인텔을 위시하여 AMD, 퀄컴, 엔비디아 등 메이저 설계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공고한 지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미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첨단 제조 부문에 대하여 한국과 대만 기업과의 협력 및 미국내 투자 증가로 보완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이러한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협력과 투자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예컨대 현재 5나노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이 TSMC나 삼성에 의해 미국내에서 건설되고 작동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시점에서 5나노가 최첨단 칩이 아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 미국정부가 계획중인 막대한 금액의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되어 성과를 내기까지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의 공고한 우위에도 불구하고 중국 역시 코로나19 이후 빠른 경제회복에 힘입어 반도체 부문에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쌍순환 정책이 자리잡으며 국내시장이 확대되고,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공식 및 비공식 루트로 해외 우수 인력의 영입이 계속되며 중저가 반도체칩에서 활발하게 진행중인 기술 축적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서서히 반도체 기술혁신 역량이 강화되고 미중 간의 반도체 기술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수출규제는 중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중국 반도체 굴기를 지연시켰다. 중국이 내세웠던 2025년까지 반도체 70% 자급률은 달성하기 불가능하며 2025년까지 약 20%의 자급률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장비 소재 소프트웨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지원하는 전략으로 현재의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낸드 부문에 주력하고 있는 YMTC의 경우 코로나로 회사가 위치한 우한이 봉쇄된 기간에도 봉쇄 예외를 인정받아 생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칩생산에 필요한 모든 소재 장비 공정을 분해하여 각 과정에서 특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부문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을 중국내 혹은 해외에서 찾기 위해 8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하여 분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기술력이 낮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중국 기업들이 대거 발굴되고 양성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Kingstone, Naura Technology, AMEC 등등 많은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매출액의 급성장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국내 장비나 소재업체들의 기술력이 아직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급증하는 국내 수요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혁신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은 중국의 지속적인 기술혁신에 힘입어 2040을 기점으로 중국 양국의 팽팽한 기술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속적인 대중 견제 반도체 동맹 전략과 중국의 독자적인 기술개발 노력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미국과 중국의 깊은 상호의존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일정정도 디커플링이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적극적으로 대중 수출 견제과 동맹전략을 통해 중국 배제라는 형태로 공급망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속에서 자국 기업과 일부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만을 구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이 축적되면서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를 위시한 첨단기술 부문에서 각자의 영역을 보다 공고하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세계 정치군사 무대에서 양국의 갈등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은 첨단 기술과 산업을 각각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재편하고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주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경쟁을 지속할 것이다. 기술발전의 가속화로 신산업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상황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을 둘러싼 전쟁은 지속될 것이며 양국의 기술 격차는 더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국에 비해 경제성장의 역동성이 떨어지거나 첨단기술 부문에서 위상이 현재보다 낮아질 것이다. 중국은 막대한 데이터와 응용기술 그리고 대규모 시장에 힘입어 인공지능 부문, 우주개발, 에너지 기술 부문 등을 주도하면서 점차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미중 반도체 갈등은 단기적으로는 중국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산업의 생산성을 감소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중국과 미국 모두에서 기술혁신의 동력이 떨어지는 혁신의 겨울(Innovation Winter)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Houser 2020). 당분간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양국이 극단적인 대결을 자제하며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가 중국은 물론 미국에게도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은 그 어떤 조치로도 중국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완전히 저지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만 불법적인 기술탈취를 막거나, 국가의 핵심이익을 명백히 위반하는 부분으로 대중 압박 조치들의 초점을 좁혀야 한다. 이러한 조치도 WTO 무역규범이나 수출통제레짐 등 다국적 규범에 기반하고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선에서 취해질 때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자국 반도체 시장으로서의 중국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일정 정도의 기술 유출이 불가피함을 받아들이고 자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한 부분의 경쟁력 강화와 인력풀의 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기술과 시장이 자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에 핵심적임을 인정하고 필요 이상으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공격적인 도전과 불법적인 기술 탈취를 자제하면서 중국에게 미국이 중요한 만큼 미국에게 또한 중국이 중요한 파트너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오랫동안 지적받아 온 중국내 지적재산권제도나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등을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게 정비하면서 중국이 국제사회 규범을 준수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제고시켜야 한다. 중국 역시 자국 반도체 기술혁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국의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미국과 중국은 상호의존, 시장원리 존중, 다자규범 준수, 갈등의 제도적 관리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타협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부문에서 양국의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동시에 양국이 수십년 동안 발전시켜온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 깊은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여 왔고 이것이 양국 경제적 번영의 원천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깨질 경우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막대한 비용을 치루어야 하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며 ‘원칙적 상호의존(Principled Interdependence)’에 토대하여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Kennedy 2020). 상대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조치들은 시장 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 해당되는 국제규범 등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양국은 필요 이상의 경쟁 과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자제하면서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놓는 한편 무엇보다도 각자 내부적 혁신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공정하게 경쟁할 때 글로벌 반도체산업 기술혁신 강화와 세계 경제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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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배영자 __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해외투자의 정치경제, 과학기술과 국제정치, 인터넷과 국제정치, 과학기술외교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국제정치패권과 기술혁신: 미국 반도체 기술 사례》(2020), 《중국 인터넷 기업의 부상과 인터넷 주권》(2018), 《미중 패권 경쟁과 과학기술혁신》(2016), 《과학기술과 공공외교》(2013)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 표광민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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