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신년기획 특별논평 "EAI 한국외교 2021 전망과 전략" 시리즈의 마지막 저자인 김강석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 최대 관심사인 이란 비핵화 협상이 험난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의 틀에서 새로운 합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모든 문제를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미국의 선(先)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 신정부가 중동 국가들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강화하고 아브라함 협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정책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변화하는 중동 정세를 기민하게 읽고 미국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외교 지평을 넓혀가면서 중동 국가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이란 비핵화 협상: 험난한 여정 예고

바이든 정부 중동 정책의 최대 관심 사항은 이란 비핵화 협상이다. 트럼프 시대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 탈퇴, 추가적 경제 제재,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 등의 여파로 미국과 이란 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란과의 핵 협상 추진을 공언했지만 합의 도출 과정은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란 내에서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란 의회 내에서 보수파의 영향력이 커졌고, 2020년 11월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Mohsen Fakhrizadeh)가 암살된 이후 핵 관련 강경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1년 1월 4일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15년 JCPOA에서 합의한 3.67%에서 20%로 높이는 조치를 단행했고, 2월 21일까지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사관들을 내보내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 내포되었다 하더라도 이란의 강경한 태도는 어려운 협상이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와 이란 정부는 핵 문제를 둘러싸고 커다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JCPOA의 틀에서 새로운 합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워싱턴은 JCPOA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미사일 개발, 인권 문제,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활동과 같은 추가 의제를 선정하고 포괄적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JCPOA 합의를 어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 조치 등이 원상태로 돌아가야 미국의 JCPOA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모든 문제를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미국의 선(先)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즉 이란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JCPOA 탈퇴 및 추가 제재를 문제시하며, 제재 해제가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거론하는 미사일 문제와 같은 추가 의제는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여기에 협상을 염두에 두고 JCPOA 합의를 부정한 트럼프 정부의 불법적 제재로 발생한 피해보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합의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이란과의 협상에 임하며 다자주의의 관점에서 유럽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시기 균열을 보였던 동맹 관계를 회복하며 이란과의 협상을 조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주요한 변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미국 동맹국들의 반발이다. 2021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정상회담 성명은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 대해 이란의 역내 불안정을 부추기는 행동, 미사일 프로그램, 무인항공기(드론)가 핵 문제와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세 조치는 이란의 보수파를 자극함으로써 협상 좌초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2021년 6월 예정된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또한 미중 관계 역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로 간주된다. 중국과 이란 간의 유례없는 결속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이 이란의 대미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랜 경제제재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이란의 출구 전략 필요성은 협상 타결로 이끌어 가는 주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양국 간의 커다란 입장의 차이와 다양한 돌발 변수를 감안해 볼 때 험난한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순위를 회복할 이라크, 시리아 정책: 주요 쟁점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이라크, 시리아 문제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중동 조정관에 지명된 브렛 맥거크(Brett McGurk)는 이러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첫 번째 주목해야 할 쟁점은 ISIS(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의 재건을 막고,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의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개입 축소 전략이 수정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10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 ISIS 수장 살해를 끝으로 테러와의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ISIS와 같은 과격 이슬람주의 세력의 재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 전략 변화를 추진할 개연성이 있다. 맥거크 조정관은 부시, 오바마, 트럼프 정부에서 모두 등용된 중동 전문가이며, 2018년 12월 제임스 매티스(James Norman Mattis) 국방장관과 함께 ISIS 격퇴를 위한 국제동맹 대통령 특사 직위에서 사임했다. 맥거크 조정관이 당시 그만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 때문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바이든 정부는 과격 이슬람주의 세력의 발호(跋扈)를 차단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둘째, 바이든 정부의 이라크, 시리아 종파 갈등, 쿠르드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전략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06년 뉴욕타임스 공동 기고문을 통해서 이라크 안정화를 위해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 거주 지역으로 완전 분리하는 연방제 적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2006년과 현재의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은 달라야 하겠지만 당시의 아이디어는 바이든 정책의 밑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시리아 불안정의 요인 중 하나로 분류되는 북동부 쿠르드 거주지역에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ISIS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인민수비대(YPG: Yekîneyên Parastina Gel)를 방기한 것과는 180도 다른 접근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불완전 주권국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둘러싸고 이스라엘, 이란, 터키와 같은 주변 국가들의 정치적 개입이 지속되고, 미국, 러시아, EU 등 역외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주변 국가들의 대리전적 갈등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일례로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바그다드에서 암살되었고, 이란이 바그다드 내의 미군 기지를 공습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적 갈등이 고조되었다. 이런 가운데 다자주의와 동맹 강화를 표방하는 바이든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가와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함으로써 시리아의 인간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평화 구축을 위한 외교적 프로세스를 가동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아브라함 협정의 긍정적 평가와 팔레스타인 정책 변화   

2020년 9월 트럼프 정부의 중재 하에서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은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에 합의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체결하였다. 아브라함 협정은 최근 중동 정치질서에서 목도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대의의 약화 및 위협의 성격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상당수의 아랍 국가들은 과거에 비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시하지 않으며, 이스라엘 보다 이란, 터키와 같은 비(非)아랍 국가들을 더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대부분의 중동 정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아브라함 협정에 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추가적인 관계 정상화를 독려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개선 여부이다. 바이든 정부의 인권 중시 외교, 이란과의 협상 추진과 같은 정책 기조는 동맹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바이든 정부와의 갈등 국면에서 대(對) 이스라엘 정책을 정치적 레버리지(leverage)의 하나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아랍에미리트는 아브라함 협정을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F-35와 같은 첨단 전략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중동 내의 아랍 동맹국에 대한 무기 지원에 대하여 트럼프 정부에 비해 더 엄격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랍 동맹국들에 대한 무기 지원은 예멘과 같은 분쟁 지역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2018년 5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였고, 2019년 3월에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였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세기의 거래(Deal of the Century)는 팔레스타인을 배제하고, 이스라엘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평화안으로 간주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행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중단으로 이어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 The 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였고, 워싱턴 소재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 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대표 사무소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시대 무너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팔레스타인 대표 사무소를 재개하고, UNRWA에 대한 원조를 다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역시 이스라엘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공고한 미국-이스라엘 동맹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교착상태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풀기 위한 과감한 시도는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외교의 전략

첫째, 한국은 남북 관계와 한반도 문제의 차원을 뛰어넘어 중동의 이슈에 대해서도 미국과 논의할 수 있도록 외교 지평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중동의 핵심 의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황 변화를 추적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미국과 협의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일례로 트럼프 정부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에서 나타나듯 미국은 걸프만 해양안보 문제에 커다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와 같은 미국의 경쟁 국가들도 걸프만에서의 안보질서 구축 경쟁에 가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란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국제관계를 고려하면서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이란의 자금이 한국에 동결되고, 한국케미호가 이란에 억류된 상황 속에서 한국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의 중동 파병 요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데 그치지 말고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중동 문제가 무엇인지 추가적인 의제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둘째, 급변하고 있는 중동 지역 질서 속에서 중동 국가와 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한국과 중동 국가 간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치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2011년 아랍의 봄이 발발하고 지난 10년 동안 중동 지역 정치경제 질서는 빠르게 변화해 왔다. 튀니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동 국가는 반정부 운동이 권위주의 정치 체제의 강화로 나타나게 되었다.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과 같은 국가는 심각한 내전을 겪어야 했으며, 난민 문제 심화 속에서 인간안보의 위기가 고조되었다. 특히 걸프 산유국들은 미래 국가비전 하에서 자원의존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 다각화를 모색해 왔지만 저유가와 코로나19의 여파로 계획에 차질을 입어야 했다. 

이러한 중동 정치지형의 변화 속에서 미국의 중동에 대한 군사적 개입 회피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동 국가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타파하기 위해 서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자구적 노력을 강화하거나 아시아로의 협력증진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걸프 산유국들은 포스트 오일시대를 준비하며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고자 하는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은 중동을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지역으로 간주하고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중동 국가와의 파트너십 협력관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변화하는 중동 정세를 기민하게 읽고, 중동 국가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 저자: 김강석_단국대학교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현재 한국국제정치학회 중동․아프리카 연구분과위원장, 한국일보 <중동 오디세이>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객원교수, 한국이슬람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 중동연구소에서 풀브라이트 방문연구원을 역임했다. 전공분야는 중동 국제관계, 중동 외교사, 미국과 중동 관계 등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불완전 주권과 중동의 정치 불안정> (2020), <무기거래와 미국의 중동 외교: 트럼프 행정부의 사우디아라비아 무기이전 사례연구> (2020),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정권안보 추구와 정책 변화> (2019), (2017)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서정혜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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