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환시대의 새로운 한미동맹" 세미나

한반도 전문가인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Niksch) 박사는 3일 "북한의 군사위협 공동대처라는 한미동맹의 핵심 목표가 지난 수년 동안 약화됐고, 이는 한국 내에 반미(反美) 정서가 퍼지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닉시 박사는 이날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이숙종)과 평택시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변환시대의 새로운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최근의 대규모 "쇠고기 시위"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며, 호주나 아르헨티나산(産) 쇠고기 문제였다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닉시 박사는 "하지만 한국의 주류 반미감정은, 미국을 적대세력으로 간주하며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철수 등을 주장하는 소수의 극렬좌파 반미감정과는 차별화된다"며 "주류 반미감정은 한국 정부가 때때로 미국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국민의 이익을 거스르는 결정을 할 정도로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장은 "변환시대의 새로운 한미동맹" 강연에서 "요즘 시대의 동맹에선 정부의 외교적 노력 못지않게 국민의 보편적 상호이해와 우의가 중요하다"며 "여전히 서울의 밤거리에 촛불이 가득한 현실이 쇠고기를 사실상 주식(主食)으로 삼는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10년 동안 파인 골을 메우고 21세기 전략동맹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미국 측의 일방적인 지원을 기대해선 안 된다"며 "대테러 전쟁 등 동맹 가치를 개발하고 고난·책임·부담을 공유하면서 이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신기욱 교수는 "한국의 진보세력은 지난 대선의 패배로 목소리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중요한 축"이라며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서 미국은 이들 세력의 힘과 생각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임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