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권의 미래: 트럼프 이후 미국은 어디로?"
 

 

EAI는 향후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미중관계를 설정하고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2017’을 포함한 여러 연구작업을 수행해 왔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의 부상과 도전이 본격화되면서 학계와 정책써클은 주로 중국의 향배에 주목하였다. 중국이 미국 주도 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질서순응적 도전을 할 것이란 전망과 세력균형을 반영하는 중국 중심의 신패권질서를 추구할 것이란 전망이 경합하면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i] 이에 EAI는 올해 7월 향후 중국의 성장 단계별로 미중관계의 양상을 예측하면서 무역, 기술, 에너지, 군사안보 네 분면에서 갈등의 양상을 전망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EAI 미중관계 리포트 4편: 이승주, 배영자, 이왕휘, 전재성)

201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본격화되자 논쟁의 중심은 미국으로 넘어왔다. 도전국의 성장세가 빠르고 패권 지위의 역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패권국은 도전국에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공세를 취한다는 논의가 부각되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좌절시킬 능력이 있는가. 미국의 패권 쇠퇴는 불가피한 것인가. 언제쯤 패권교체가 일어날 것인가. 미국은 패권국으로서 국제공공재를 계속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가. 미국 패권질서의 본질은 무엇이며 미국 없이도 유지 가능한 것인가. 다른 국가들은 미국 패권질서에 협력을 계속할 것인가.

이 문제들은 국제체제의 구조적 변화 분석뿐만 아니라 패권국 미국 내에서의 변화 즉, 안에서 밖으로(inside-out) 요인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으로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예컨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일방주의, 거래중심적 접근 등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과 트럼프 리스크는 미국 패권의 쇠퇴와 미중 경쟁 맥락뿐만 아니라 국내정치적 맥락에서 보다 정밀하게 관찰되어야 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EAI는 미국 미래 연구팀을 구성하여 지난 1년간 연구모임을 통해 2030년대 미국의 사회, 경제, 정치, 대외관계의 미래를 조망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다. 그 초고는 지난 10월 25일 한국국제정치학회 추계대회에서 발표되었고, EAI 스페셜 리포트 형태로 아래와 같이 게재된다.

 

1. 손병권: 백인 민족주의 정체성 정치의 등장과 미국의 미래 [보고서 읽기]
2. 이수영: 미국의 인구 및 문화적 변동과 미국의 미래 [보고서 읽기]
3. 민정훈: 미국의 선거정치와 미국의 미래 [보고서 읽기]
4. 이종곤: 미국의 행정부 및 행정부-의회 관계와 미국의 미래 [보고서 읽기]
5. 전재성: 트럼프 정부 미국 외교정책의 현황과 미국의 미래 [보고서 읽기]

 

미국의 국내적 변화와 향후 추세는 선진 산업사회들에 횡행하는 우파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재현이란 맥락에서 고찰될 필요가 있다. 선진 산업국 내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른 자국의 상대적 쇠퇴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자국내 소득 불균형 및 문화적 이질감의 확대에 대한 불만이 복고적 민족주의의 부흥과 포퓰리즘 정치 수법의 등장을 가져오고 있으며, 트럼프 현상은 이를 대표한다. 손병권과 이수영의 보고서는 트럼피즘 현상 이면에 백인 민족주의의 정체성 정치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손병권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정체성은 미국적 신조(American Creed)로부터 주류 백인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혈연적 유대를 강조하는 백인 민족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 인권, 제한정부, 자유시장 등 자유 민주주의의 제반 가치에 대한 시민의 공약을 토대로 이루어져온 국가정체성이 상품, 자본, 인구의 자유로운 이동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백인그룹의 반발로 와해되고, 유럽계 백인을 중심으로한 ‘진정한 미국인’이란 정체성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영의 글 역시 트럼프를 중심으로 하는 백인 인종주의의 부상에는 지금까지 백인그룹이 미국의 주류로서 누려왔던 기득권적 위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미국의 미래 인구구조의 변화가 미국의 국가경쟁력이나 백인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와 상관없이 트럼프의 강력한 이민제한정책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백인성의 범주는 ‘미국인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진정한 미국인’으로 인정하거나, 동시에 ‘비미국적(un-American)’인 것에 대한 차별적 배제의 근거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에서 문화적 정체성의 정치는 국내정치과정의 변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민정훈은 1970년대 이래 미국정치의 양극화 현상에 주목한다. 유권자들의 정당 일체감이 강화되는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이념적 대립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은 이런 미국 선거정치의 추세를 정확하게 읽은 트럼프의 중산층 백인 동원 전략이 주요한 결과이며, 향후 미국 지도자들도 정당 중심적 이슈들의 부각을 통해 지지자 표심을 다지고 투표율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종곤은 미래 미국정치를 좌우할 변수로 정당 양극화와 함께 정당내 계파 정치를 꼽는다. 정당 구성원들은 이념을 매개로 새로운 계파를 형성하고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신장하여 독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정당내 계파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주목하여 이를 통해 의회정치 변화를 예측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끝으로 전재성은 패권질서 변화 측면에서 트럼프 외교정책의 분석하고 미래 미국 패권의 향방을 전망한다. 현재 미국외교정책은 트럼프 개인변수, 미국정치의 양극화란 국내 변수, 그리고 패권질서의 변화란 국제체제 변수의 결합으로 설명되어야 함을 전제한 후, 패권이론을 중심으로 미국의 패권적 능력과 의도를 전망하며, 양극화하는 국내정치 추세를 볼 때 미국은 패권의 상대적 쇠퇴에 조응하는 국제 공공재 제공의 축소를 시도하며 보다 약탈적인 패권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이러한 패권적 변화에 동맹국과 우호국들의 지지 여부가 될 것이며, 이런 점에서 도전국 중국의 주변부 외교의 성패가 주요 변수로 등장할 것이다.

요컨대, 오늘날 미국의 변화는 역사적으로 독특한 현상이라기보다는 패권쇠퇴에 따른 국제체제의 변화와 선진국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민족주의의 부흥이란 요소들이 결합된 구조적 변화로서 미래 10년의 추세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외적으로 패권 약화에 따른 국내적 지향성, 공공재 제공 축소와 거래중심적 접근으로 드러나 한국에게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나, 역으로 비패권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 건축을 향한 기회의 창을 열어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펼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i] Schweller and Pu, “After Unipolarity: China’s Vision of International Order in an Era of US Decline,” International Security 36, 1(Summer 2011); Michael Swaine, America’s Challenge (2013); Michael Swaine et al, China’s Military and the US-Japan Alliance in 2030 (2013); David Shambaugh, Tangled Titan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2013); Adam Liff and G. John Ikenberry, “Racing toward Tragedy?” International Security 39:2 (2014); Lyle Goldstein, Meeting China Halfway (2015); Thomas Christensen, The China Challenge: Shaping the Choices of a Rising Power (2015).

 


 

■ 저자: 손 열_ EAI 원장·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언더우드학부장, 현대일본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경제, 일본외교정책, 동아시아 국제관계 등이다.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8, with T.J. Pempel), 한국의 중견국외교 (2017, 김상배, 이승주 공편),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등이 있다.

 

연구팀

■ 민정훈_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미국 조지아대학교(University of Georgi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노스이스턴 주립대학교(Northeastern State University) 정치학과 조교수로 재직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정치, 한미관계, 북미관계 등이다. 최근 저서로는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및 전망,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과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 트럼프 등장과 동북아 안보, Vote Determinants in Korean Gubernatorial Elections,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한미 안보 관계의 쟁점, Do Campaigns Matter Outside the United States?, Equilibrium and Enlightenment in Korean Presidential Elections 등이 있다.

■ 손병권_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정치, 미국 외교정책, 비교의회 및 정당론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미국 의회정치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전형인가?: 정당정치에 포획된 미국의회』(2018), "트럼프시대 미국 민족주의 등장의 이해" (2017) 등이 있다.

■ 이수영_한양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미국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소수 인종, 소수 민족문화, 미국 이민사, 아시아계 미국문학/문화, 소수민족 정체성 및 젠더 정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Mapping Korean American Literary Studies in Korea 1994-2016”(2018), “Masculinity First, Asian After: Justin Lin’s Strategies to ‘Mainstream’ a New Generation of Asian American Men.”(2018) 등이 있다.

■ 이종곤_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UC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관료정치 및 정책결정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Faction Polarization and Ideological Realignment in South Korea (2018), Network Ties and Congressional Delegation to U.S. Federal Agencies (2018), Executive-Legislative Conflict and Regulation Outcomes: The Case of the U.S. FCC (2016) 등이 있다. 

■ 전재성_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및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영현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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