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중국리스크 / 이근·김병국 공편 / 동아시아연구원 

"내일의 중국은 오늘의 중국이 아니다."


책상 위에 여러 장의 우표가 붙어있다. 베이징 올림픽 우표와 함께 액자에 담아 걸어둔 이 우표는 중국열차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이미지다. 이 열차를 보면 경제효과만 1376조위안에 달한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중국의 ‘맹류족(盲流族)’ 이미지가 포개진다. 맹류족이란 말할 것도 없이 맹목적으로 도시를 향해 꿈을 안고 떠나는 농촌 사람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이 발전할수록 농촌은 가난해진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연안과 내륙의 소득격차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졌다고 말한다.

 

중국 경제가 거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직후 중국이 내놓은 첫 번째 반응은 “한·중 FTA 추진을 서두르자”는 것이었다. 중국 리스크를 체크해보지 않고는 한국 경제 생존을 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셀 수 없는 문제들이 공처럼 튀어 나오고 있는 중국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2020 중국 리스크’를 쓴 필자들은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을 입체적으로 진단한다. 김병국 동아시아연구원 원장(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과 이근 동아시아연구원 경제추격센터 소장(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이 주도한 이 연구소 중국 연구팀의 프로젝트는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을 대비하면서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가 무엇인가를 조목조목 따졌다. 일단 중국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잠시 유보하자고 제안한다. 중국의 국내 총생산(GDP)이 2016년이면 일본을 추월하고 2041년이면 미국마저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경제의 불안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예측 시점은 15년 뒤인 2020년이다. 2020년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달해 ‘소강국가(小康國家)’에 진입하고, 세계은행 기준으로도 중상위 소득 국가 그룹에 들어가겠다’고 중국 정부가 공언한 시점이다. 이 책은 2015년과 2020년 사이에 소득 분배, 도시 일자리 문제, 농촌 소득의 상대적 저하 등의 문제가 곪아 터지면서 위기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이 2020년까지 갈등관리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처럼 노령화사회 진입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봤다.

 

금융부실 가능성, 고용불안, 식량문제와 함께 이미 ‘세계공장’이 돼 버린 중국경제의 성장과정이 환경이나 에너지 등 자연환경조건과 양립할 수 있는지 등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 ‘기초자원의 블랙홀’이라는 별칭을 하나 더 얻은 중국과 미국이 석유 확보전에 나서면서 시장원리에 따른 협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은 우리에게도 두려운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