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먼저 ‘정상적 국가’로 나아가야


6자회담이 교착상태와 위기 국면을 거친 후 재협상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북·미가 절충점을 찾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불량국가이자 비정상국가인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개혁·개방을 추진해야 하며 국제적 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포기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북·미 불가침 조약, 북·미 국교정상화, 북한과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 방해 중지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은 평화체제 전환, 주한미군철수, 한·미 동맹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북한은 수령체제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관계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핵 포기뿐만 아니라 자유의 확산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령체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교환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미국과 북한이 재협상의 국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괄타결방안이나 북한체제변화론에서 벗어나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대안은 우선 부분적 관계진전을 이루는 중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폐기 이행과 위폐 등 불법행위 중단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는 한편, 북·미 관계개선의 중간단계로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한반도평화포럼 구성 등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노력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파국을 극복하고 점진적 관계개선 노선을 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자유확산론과 수령체제론의 접점을 찾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비핵화가 실현되면 북한의 체제변화는 부차적 문제일 수 있으며, 점진적 관계진전에 의해서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중재안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한국이 북한의 국제적 불법행위에 대한 반대 및 제재조치에 선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와 함께 국제적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체제의 경직성을 탈피하는 한편,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것이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의 대내외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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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김병국 EAI 원장
1. 북한핵 - 하영선 국가안보패널 위원장ㆍ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2. 강압외교 -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3. 미북수교 - 박종철 통일연구원 남북관계연구실장
4. 평화체제 -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교수
5. 북한인권 - 서병훈 숭실대 정외과 교수
6. 남북경협 - 오승렬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