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점진적 ‘북한 나사 죄기’에 돌입
韓·美이견은 중국의 안이한 대응 불러
강압·회유 적절히 섞어야 가장 효과적

압박도 유효한 외교수단임을 인식해야

 

"압박도 유효한 외교수단임을 인식해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인 빅터 차 박사가 주장한 매파협상(Hawk Engagement) 전략에 기초한다. 이 전략은 먼저 미국이 한번 더 북한과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을 신뢰해서라기보다는 북한이 협상에 불응하거나 또다시 기만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강력한 압박을 행사하기 위한 명분 축적을 위해서이다.  

 

6자 회담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을 시행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다. 미국으로서는 회담참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미국의 협상에 대한 성의를 과시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불성실한 태도로 협상이 파기될 경우 그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미국은 북한의 본색을 드러내기 위한 매파 협상 전략 속에서 이미 전방위적인 압박외교를 서서히 시행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평화 협정 논의 등의 회유책도 동시에 제시하면서 북한의 회담복귀와 협상을 촉구하는 한편 회담 실패 시 본격적 강압외교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강압외교는 위협수단의 종류와 정도, 요구와 위협의 긴박성에 따라 크게 ‘시험과 전망’ ‘점진적 나사 조이기’ ‘암묵적 최후통첩’ ‘최후통첩’의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미국 재무부는 2005년 9월 마카오의 북한 대외교역 창구인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와 함께 북한 자금을 동결하였다. 2006년 5월에는 북한 탈북자에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정치적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북한 인권법 발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인권압박 조치를 취하였다.

 

이는 미국이 압박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감으로써 직접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암시하는 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취해진 미국의 강압외교는 ‘시험과 관망’ 및 ‘점진적 나사 죄기’ 전략의 혼합이라고 할만하다. 이는 현재 6자 회담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강압외교로 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가중되는 미국의 강압외교에 맞서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은 남한과의 민족공조를 더욱 강조할 것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강압외교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중국의 대북지원이 계속되는 한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의 강압외교에 대해 북한이 핵 실험 등 극단적 대응으로 나오거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중국도 차선책으로 미국의 강압외교에 동참하거나 북한 내부의 정권교체 등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강압외교가 북한으로 하여금 회담을 거부하고, 핵 포기의 의의 자체를 의심케 하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파악한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그러나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강압과 회유가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는 외교협상의 기본을 간과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강압외교도 그야말로 외교의 일부이며, 강압이 때로는 회유보다 외교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본명제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한미 양국이 서로의 협상전략을 상쇄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의 일방적인 회유는 미국의 압박에 의해 북한에 근본적인 유인책이 못되며, 미국의 제재 역시 한국의 대북지원에 의해 그 효과가 반감된다. 한미 간의 정책이견은 중국에 대해서도 이 문제를 안이하게 바라보는 계기를 줄 수 있다.

 

한미 양측이 공조에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반대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한미 간 긴밀한 정책공조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북핵 문제를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강압외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강압과 회유의 적절한 조화는 한국이 주장하는 회유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더욱 중요하다.

 

신성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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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김병국 EAI 원장
1. 북한핵 - 하영선 국가안보패널 위원장ㆍ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2. 강압외교 -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3. 미북수교 - 박종철 통일연구원 남북관계연구실장
4. 평화체제 -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교수
5. 북한인권 - 서병훈 숭실대 정외과 교수
6. 남북경협 - 오승렬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