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는 최우선 안보과제, 타협 어려워
위기국면 치달은 뒤엔 다시 협상할 듯
北이 생존차원 결단해야 해결 실마리

 

"北 수령체제 궁지 몰리면 핵포기 가능성"

 

한반도 평화의 최대 당면 과제인 북핵문제는 ‘말’ 대 ‘말’의 합의에서 ‘행동’ 대 ‘행동’의 합의로 이행하는 첫 걸음마를 내디디지 못한 채 원점에 머물러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우선으로 하는 핵포기의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제재 해제 및 경제지원, 수령체제 옹위를 핵심으로 하는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북·미 관계개선에 따라서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림 ㉯). 반면 미국은 북한의 검증 가능한 핵포기를 우선으로 하는 대북 경제·군사·외교 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그림 ㉮). 중국과 한국은 미국과 북한의 주장을 병행 추진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그림 ㉰). 

 

북한의 핵능력은 수령체제 옹위의 마지막 보루다. 확실하게 믿을 만한 수령체제 옹위책이 보장되지 않는 한, 북한은 핵포기를 협상 가능한 의제로 삼을 수 없다. 수령체제 옹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9·11 테러 이후의 미국에 북핵문제는 단순한 지구 핵확산의 위험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인 대량살상무기 테러를 막기 위한 국내 안보의 최우선 과제다. 따라서 북한의 선(先)핵포기는 협상의 전제조건이지 병행조건이 될 수는 없다.  

 

북핵문제의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의 전략적 결단을 위해 위협 및 강압외교를 강화하게 된다. 북한은 핵 능력 증강, 장거리미사일 실험, 핵실험 준비, 무력충돌/핵물질 이전 등의 패를 활용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폐문제와 같은 불법경제행위에 대한 제재, 탈북자 및 인권문제를 포함한 자유의 확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확산안전구상(PSI)의 본격적 적용 등을 통해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게 된다. 북한과 미국의 벼랑끝 외교는 아슬아슬한 수싸움 끝에 상대적으로 수가 모자라는 북한이 핵포기 거부로 인한 체제변환의 위험성과 핵포기에 따른 체제변환의 가능성이라는 갈림길에 직면해서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체제변환 위험성 때문에 수령체제 옹위의 마지막 담보인 핵 능력을 일단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하는 경우에 북핵문제는 비로소 파국 국면에서 벗어나 협상재개(그림 ?)를 거쳐 해답을 찾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그림 ?). 북한이 우선 검증 가능한 핵포기의 구체적 이행과정에 들어가면,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의 관련당사국들은 경제제재 해제 및 다자경제지원,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 관계 정상화를 본격화하기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은 불법경제행위나 인권문제 등을 해결하고, 민주수령체제의 과도기를 거치는 민주화에 성공하여 21세기 세계무대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평화 로드맵은 작게는 북핵문제, 크게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의 첫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한반도 평화의 길 전체기사목록

들어가며 김병국 EAI 원장
1. 북한핵 - 하영선 국가안보패널 위원장ㆍ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2. 강압외교 -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3. 미북수교 - 박종철 통일연구원 남북관계연구실장
4. 평화체제 -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교수
5. 북한인권 - 서병훈 숭실대 정외과 교수
6. 남북경협 - 오승렬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