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5호] 변화하는 한국사회 이념지형
[1] 변화하는 한국사회 이념지형 - 이내영
[2] 변화하는 한국인의 대미인식 - 정한울
1. 변화하는 한국사회 이념지형
이내영(EAI 여론분석센터소장, 고려대 교수)
이념이란 정치적 태도와 행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포괄적인 가치정향과 신념체계이다. 한 사회의 이념적 지형은 국민들의 이념성향의 분포를 의미하는데 그 사회의 역사적 경험과 갈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이념지형이 변화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와 정책방향은 물론 정당경쟁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국민의식조사는 2002년 5월에 수행한 1차 조사와 동일한 설문을 가지고 국민들의 이념성향을 측정하였기 때문에 지난 4년간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추적할 수 있다.
우선 응답자 스스로 자신들의 이념성향을 평가한 주관적 이념성향의 변화를 살펴보면 진보의 비율은 2002년 24.9%에서 2006년 18.6%로 뚜렷하게 감소한 반면, 중도의 비율은 38.6%에서 45.1%로 증가하였다. 보수의 비율은 34.7%에서 36.3%로 약간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렇게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에서 진보의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는 지난 지방선거의 여당의 참패에서 확인된 것처럼 진보개혁세력을 자임해온 현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깊은 실망과 부정적 평가의 결과로 보인다. 특히 정부여당과 진보개혁 세력의 입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 세대의 이념성향이 보수화하는 추세이다. 2002년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중 진보 34.2%, 중도 39%, 보수는 26.3%로 진보의 비율이 보수보다 많았지만, 금년 조사에서는 20대에서 진보는 25.0%에 그치고 중도 45.9%, 보수 29.2%로 보수의 비율이 진보보다 많아졌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젊은 세대의 지지기반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다음 대선을 물론 당의 진로를 위한 핵심적 과제로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이념이 퇴조하는 추세는 구체적 정책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조사에서 경제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70%에 달했으나, 2006년 조사에서는 오히려 경제성장이 분배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53.5%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장기간의 경제 불황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이 분배보다는 경제성장을 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안보위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에서도 진보적 정책에 대한 지지가 줄고 신중하고 현실적인 정책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2002년에 비해 올해 조사에서 자주적 외교에 대한 지지는 줄고 한미동맹 강화를 지지하는 의견은 늘어났고,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대북경제지원에 대해 2002년 조사에서 ‘현재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가 23%, ‘더욱 확대해야 한다’ 가 16.6%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18.6%와 5.8%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진보개혁 세력과 이념에 대한 불신과 지지이탈에도 불구하고, 보수이념으로의 이동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다수 국민들의 이념성향이 진보에서 중도로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났지만 전체 국민들의 이념성향이 보수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점은 한편으로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보수 세력과 그 이념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지지자들의 이탈로 곤경에 처한 진보개혁세력이 지지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 변화하는 한국인의 대미인식
이분법 대신 양면성(ambivalence)에 주목해야 한다.
정한울(EAI 여론분석센터)
1. 주한미군 변환과 한미동맹 : 한미동맹 = 주한미군 인식틀 깨져
국민들은 과거와 달리 “주한미군”의 규모나 “인계철선” 역할 여부를 통해 한미동맹의 건강성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나서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화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입장은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입장의 약화로 이어졌을 것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강 이남으로의 부대 재배치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않았을 것이다.
바람직한 한미동맹
2002년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연인원 수십만원을 동원하며 한국사회의 반미여론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이라크 전쟁과 북핵개발 이슈가 불거지면서 2004년에는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여론은 36.9%로 크게 격감했다. 당시 한미간에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협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및 한강 이남으로의 재배치가 한미동맹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안보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한미동맹 위기론이 설득력을 발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북핵실험에도 주한미군 감축/철수 여론 높아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에 들어와 6자 회담은 난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아가 북한이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으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조건에서 많은 국민들이 한미동맹의 억지력에 대해 의지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예전같으면 다시 주한미군 감축여론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2004년 이후 한국인이 주한미군을 바라보는 인식틀이 크게 바뀌고 있다. 북핵위기의 고조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감축 여론은 2002년 촛불시위 시점의 수준으로까지 상승하였다.
주한미군에 대한 태도
“주한미군 인계철선 역할 불필요. 한강이남 재배치 큰 악영향 없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으로의 재배치에 대해서도 04년 조사결과와 비교해보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인식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반면 별영향이 없다는 인식은 42.7%에서 55.7%로 크게 증가하였다. 물론 북핵 실험 등으로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은 10% 포인트 이상 떨어지기는 했지만 별 영향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위협으로 보는 경향은 소수에 불과하다.
주한미군 한강 이남 재배치에 대한 태도
2. “반미의 고조인가? 양면성의 표현인가?”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바로 한국인의 안보불감증이나 반미주의의 고조와 연결시키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주한미군 감축,” 보수층 64% 안보에 위협 아니다, 43% 주한미군 축소해야
우선, 현재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과정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부 한국사회의 반미여론에 대한 반발이 주한미군 감축과정에 반영된 것은 인정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미국은 9 ․ 11테러를 거치면서 그 동안 계획했던 전세계적 차원에서의 해외군사태세(GPR)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재배치도 그 일환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 스스로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기초한 주한미군의 신속화 기동군화를 표방하고 있는 마당에 주한미군의 감축과 재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는 과거와 달리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변화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수용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혹은 재배치에 반대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념적 보수층의 64%는 미군의 한강이남 재배치를 안보에 큰 위협으로 보지 않았고(안보에 도움 18%, 별 영향 없다 46%, 위협이 될 것 35.2%), 주한미군을 축소하거나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43%(철수 2.1%, 점차 축소 40.8%)에 달했다.
이념성향별 주한미군 재배치 평가
양면적 태도(ambivalent attitudes)의 공존 : 북한위협론과 미국선제공격 위협론
이분법적 접근법은 사고는 북한의 위협을 우려하고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지지(50.9%)하며 주한미군 재배치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수용하는 태도를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의 등장은 국민들이 미국이나 북한을 더 이상 일방적인 위협요인 혹은 일방적인 협력 대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요인 중 주목할 것은 미국 선제공격론으로 미국 역시 한국의 위협에 불안요인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응답자의 77.9%가 반대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보수층에서조차 73.7%에 달했다. 실제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응답이 49%로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대북선제공격에 대한 우려는 주한미군 감축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조치를 바람직하다고 본 응답자들의 40.5%만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바란 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응답자들 중 주한미군 철수해야한다는 응답이 58.8%로 크게 상승한다. 심지어 보수층에서조차 미국의 군사조치에 반대하는 사람이 찬성하는 사람에 비해 10%p이상 주한미군 철수에 긍정적으로 답함으로써 미국인식에 대한 이중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북군사조치에 대한 태도별 주한미군 인식
이념성향별로 본 미국의 대북군사조치 태도별 주한미군 인식
이념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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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한 군사조치에 대한 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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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에 대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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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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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계속주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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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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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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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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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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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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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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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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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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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20.9)
|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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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
반대(76.8)
|
62.2
|
32.8
|
보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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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24.1)
|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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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
|
반대(73.7)
|
45.5
|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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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반미 강한 것 아니다”
2004년 이후 동아시아연구원이 진행해온 국제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비판의식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한미양국간 불협화음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한국사회에 수평적 동맹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동맹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한미관계의 단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세계적 역할에 대한 평가 : 긍정 대 부정
글로브스캔 ․ EAI ․ 매일경제(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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