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안보위협의 도전과 국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클론 키친 선임연구원은 2일 “틱톡(TikTok)의 데이터 접근과 관련한 문제로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키친 선임연구원은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외교부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주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안보위협의 도전과 국제협력’)에서 이같이 밝혔다.

틱톡은 중국의 15초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사용자의 개인정보 등 데이터 처리 문제와 중국 정부에 사용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미 일각에서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달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국가정보국(DNI)에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제2의 화웨이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키친 선임연구원은 학술회의 1세션에서 틱톡의 경우를 예시로 들면서 “혁신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발생할 때 국가안보의 부담이 민간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발전으로 안보위협이 확장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외교부가 공동 주최,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 신안보 국제학술회의' 1세션 진행 모습.


이날 학술회의 주제였던 신안보는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새롭게 부상한 안보 문제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문제, 기후변화, 신종 감염병 등이 대표적 이슈다. 기존 전통안보(traditional security)가 군사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안보는 일상에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위협을 다룬다.

김건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는 1세션(주제 ‘미래 국가안보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최근 국제사회를 관통하는 한마디를 꼽으면 두려움이다. 모든 나라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수많은 기술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기술들이 무기로 악용되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사이버 공격을 정보를 빼가거나 아이디를 조작해서 돈을 빼가는 범죄차원으로 보지만, 현재 국가차원서 보면 주요 국가의 도시에서 전기를 나가게 할 수 있고, 도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미 현재화된 신기술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개별 국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안보 위협에 대한 대처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시도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특별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김 대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서 진전되는 논의는 없다”며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상당히 앞선 국가로 특별한 역할을 국제사회에서 요청받고 있다”고 말했다.

2세션(주제 ‘신안보 위협과 국제협력 방향’)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장은 신안보 분야에서의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신안보는 남북 협력이 중요한 분야지만 전반적으로 제한적 협력만이 이뤄져왔다”며 “또 남북 간 많은 내용이 오고갔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했었다”고 지적했다.

남북은 산림협력 등 환경 분야, 임진강 수해방지 등 재난재해 분야, 감염병 등 보건 분야에서 협력을 협의해왔지만 남북 관계 부침으로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또 북한은 신안보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고 기후변화, 감염병, 에너지, 식량 문제 등에서는 협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사이버나 테러 등에 대해서는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김 실장은 신안보 분야에서의 남북 협력에 대해 “다양한 영역 중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대북제재 국면의 한계로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와 감염병 등 남북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현안부터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신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공동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며 “고위급 회담서 신안보 의제를 논의하고, 정치·와는 별개로 장기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엔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이석구 전 국방대 총장, 유준구 국립외교원 교수,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앙투안 봉다즈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센터장,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