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우클릭 논쟁 넘어 새로운 대선방정식 필요
단일대상 프레임의 넘어 듀얼 프레임 필요

 

 

 

본 보고서는 <데일리한국>에 기고한 “2017 대선, 좌클릭-우클릭 논쟁 넘어 새로운 듀얼 전략 필요”의 원본 보고서이다(2015년 5월 11일). <데일리한국>의 양해 하에 본 보고서를 발간한다.

 

 

 

 

1. 재점화된 좌향좌-우향우 논쟁

 

때 아닌 “좌클릭-우클릭” 논란이 뜨겁다. 여권에서는 기득권이 아닌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당내 전통적인 보수성향의 의원들로부터 무책임한 좌클릭이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반면 야에서는 문재인 당대표의 박정희 대통령 묘소 참배와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 주장에 대해 야성(野性)을 상실한 우클릭이며 지지층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에 몸살을 겪고 있다. 특히 야권의 경우 4.29 재보궐 선거 패배의 원인을 당의 과도한 우클릭에서 찾거나 반대로 불충분한 우클릭에서 문제를 찾는 등 상반된 견해가 충돌했다.

 

선거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좌클릭-우클릭 논쟁은 오래된 주류 선거이론의 패러다임 중의 하나인 공간모델(spatial model)의 분석틀에 근거하고 있다. 하나의의 수직선 위에 가운데를 중도로 놓고 양 극단에 각각 진보-보수의 입장을 상정하고, 각 후보 혹은 정당이 점해야 할 이념적 포지션이 어디인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다(Downs 1957; 신재혁 2015). 기본적인 논쟁 축은 이념적 방향성을 선명히 하여 진영의 감성적 결집을 기반으로 중도를 견인해야 한다는“당파적 접근법(방향성 이론: Rabinowitz and Macdonald 1989)”과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중도 위치로 이동해야 한다는 “합리적 접근법(근접성 이론)”사이의 대결(최준영 2009)이다. 언론이나 일상에서는 전자를 진영결집을 우선하는 진영노선 혹은 집토끼 전략으로 표현되고, 후자는 중도노선 혹은 산토끼 전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중도노선은 진보진영에서는 우클릭으로, 보수진영에서는 좌클릭으로 불린다.

 

 

2. 새로운 듀얼 포지션 전략의 필요성

 

양 접근법은 한국 뿐 아니라 선거연구의 진원지인 세계 정치학계에서도 각 국의 선거행태를 분석하는 유용한 분석틀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현실정치에서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념적 포지션을 둘러싼 좌-우클릭 논쟁이 발견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좌클릭-우클릭 논쟁”은 훨씬 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화되곤 한다.

 

왜 한국의 좌클릭-우클릭 논쟁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가? 무엇보다 좌클릭-우클릭 논쟁이 정당과 각 후보가 제시할 비전과 정책 포지션을 찾아가는 문제해결 차원이 아닌 양 접근법의 하나를 절대화하는 흑백논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층의 결집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검증된 유일한 선거 전략인 양 곡해하거나 중도노선이 무조건 다수 득표를 보장하는 것처럼 맹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 문제는 야권에서 더욱 빈번하게, 소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민주 대 반민주 구도 하에서 선거를 치러오면서 진영결집 노선의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 선거 사례나 국내 선거연구 결과들을 살펴봐도 어떤 지표를 사용하여 분석했는지, 분석 대상이 되는 시기와 사례가 무엇인지에 따라 때론 당파적 접근법이 더 유용하기도 하고, 때론 중도적 접근법이 보다 큰 설명력을 갖는다. 또한 한국선거의 사례에서도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은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중간지대 유권자층의 확대와 발언권 강화로 흑백논리에 기반한 진영대결 전략은 한계를 갖는다. 특정 이념 성향과 지지정당을 가진 당파적 유권자 층과 비당파적 중간 유권자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당이나 후보 캠프는 지지층 전략과 중간층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 과거처럼 중도 유권자들의 다수가 정치적 무관심 층일 때와 달리 갈수록 자신의 분명한 정치적 선호를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들은 일방적인 동원의 대상이 아니다. 양 진영 사이의 힘 대결로 쉽게 견인되는 존재가 아니라 선거 정국의 변수를 만들어내는 집단이라는 것은 2007년 중도층의 이명박 후보 지지로의 쏠림, 2012년 대선에서의 안철수 돌풍으로 입증한 바 있다. 단일 타겟을 대상으로 한 선거 프레임으로 자력 승리의 방정식은 도출되지 않는다. “듀얼 프레임”의 선거 전략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3. 주류-비주류 유형별 포지션 이동전략 평가

 

전략선택의 제1의 기준: 주제파악

 

듀얼프레임 전략은 진영결집 전략과 중도확장 전략을 기계적으로 평균내거나 단순 병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선순위와 무게중심이 있어야 한다. 우선순위와 무게중심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특정 정치세력 혹은 후보가 양 전략 중 어떠한 전략을 택해야 하는 지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주제파악에서 시작된다. 전략구사의 주체가 갖고 있는 힘의 크기에 따라 각 전략이 줄 수 있는 비용편익계산은 달라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포지션 이동을 스스로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 포지션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릴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특정정당, 특정진영을 주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편의상 주류에 속한 정치인과 비주류에 속한 정치인인지로 표현하자)에 대한 자기 평가가 우선이다.

 

주류 전략 : 중도확장 위한 포지션 이동 (성공 사례, 1997년 DJ와 2012년 박근혜)

 

특정 진영을 주도하는 세력에 속해 있고,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진 후보라면 다수 득표를 위해 과감하게 포지션을 이동하는 전략을 주도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취해야할 전략방향이다. 이러한 이동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김대중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를 꼽을 수 있다. 1987년 대선 이래 김대중 후보는 강한 급진적 이미지를 넘어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뉴DJ 플랜에서 시작하여 유신본당이라 자처한 김종필 총재와의 연합까지 이끌며 지지층 확대를 꾀했다. 이념적 선명성과 강성 야당만을 내세워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2007년에는 당대표 기간 구축된 강한 당내 기반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선거 전략으로 일관하다 중도층에서 강력한 지지확장을 이뤄낸 이명박 후보에게 대권을 넘겨주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영남과 보수층에서의 강한 지지에 안주하지 않고, 전통적인 보수 포지션인 줄푸세 대신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세워 중원으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안철수 돌풍과 강한 정권 심판론의 위기 상황에서 선거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김대중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당시 진영 내 주류 지도자가 아니고, 진영 내 강력한 자신의 지지기반을 갖지 못했다면 그들의 중도 포지션 이동 전략은 지지층의 이반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비주류의 선택 : 진지전 (성공 사례 : 2002년 노풍)

 

반면 당내 소수파이자 비주류가 주류 후보의 포지션에서 경쟁하거나 스스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전략은 위험하다. 진영 내 소수파이자 비주류라는 의미 자체가 스스로 정국을 주도할 역량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의 포지션을 일관되게 강조하며 다수파-주류 후보의 실패에 때를 기다리는 것이 유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2002년 노무현 후보를 꼽을 수 있겠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당내 소수파이자 이인제 대세론에 밀려 있던 후발주자였지만, 개혁성을 내세워 진보진영에 어필하는 포지션을 일관되게 고수했다. 대세론을 이끌던 이인제 후보가 어설픈 우향우 행보로 지지층의 반감을 산 것을 계기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이인제 후보 역시 노무현 후보처럼 비주류였지만 대세론에 현혹되어 “박정희 향수 캠페인”으로 오히려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대세론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4. 주류-비주류 틀로 본 차기주자 전략

 

김무성 대표는 보수 주류 전략,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비주류 전략 선택할 듯

 

5년 단임제의 정치 사이클을 고려하면 이제 한국정치의 시계는 본격적으로 차기 대선 쪽으로 급격하게 무게 중심을 이동하게 될 것이다. 여권을 보면 현재까지는 당대표로서 2014년 지방선거와 4.29 재보궐 선거를 이끈 김무성 대표가 보수층에서 호감도가 가장 높은 선두주자이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층에서 호감 간다는 비율이 40% 이상으로 김문수 후보나 다른 후보들에 비해 보수층에서의 지지율이 높았다. 따라서 현재로서의 보수의 주류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 권력의 중심인 소위 친박진영의 견제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비주류의 주자이며 비주류의 전략이 불가피한데, 주류의 차기대선주자가 없는 조건에서 보수 친화적인 김무성 대표는 주류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김무성 대표가 보수 주류후보로서의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떠받치는 보수층의 지지를 승계하는 것이 1차 관문이 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이 핵심과제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국회법 개정안을 이끈 것은 비주류 대권주자로서의 입지에서 출발한 전략이라면,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 하에서 이를 수용하는 태도로 전환한 것은 주류 후보로 전환할 수 있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 당내 세력분포로 보나 대중적 인지도로 보나 비주류의 포지션에서 전략 구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화제가 되었던 원내대표 연설은 보수당의 비주류 후보로서 보수개혁의 포지션을 고수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행보이다. 지난 6월 25일 박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이은 의원총회에서의 유 원내대표의 사과 및 재신임 → 친박의원의 사퇴압박 및 김무성 대표의 태도변화 → 후속 의원총회에서의 신임번복에 따른 원내대표로 사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예비주자 중에서 대선경쟁에서 큰 자산을 축적했다. 비록 비주류로서 박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지는 못했지만, 현직 권력의 압력에 제동을 건 큰“실적”을 남겼다. 당장은 보수층의 기대가 유지되고 있고, 당내 영향력이 강한 친박 주류의 압박과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사퇴 후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방향으로 포지션 조정을 진행하는 것은 비주류 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행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림1]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혁신위원장에 대한 이념 성향별 호감비율

 

자료: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자료(2014.7-2015.2)

 

엇갈린 문 대표와 박 시장의 중도 행보와 지지율 성적표

 

한편, 메르스 사태 이전까지 야당 대선주자 경쟁은 문재인 대표의 우클릭과 당대표 선거 이전까지 줄곧 선두를 지켜온 박원순 시장의 우클릭의 희비가 엇갈렸다. 문재인 대표는 대표취임 직후 박정희 묘소참배, 안보정당을 표방하면서 적극적인 중도확장 전략을 추진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야권 및 전체 차기 대선 주자 중 지지율과 호감도에서 크게 앞서 가던 박원순 시장 역시 지난 연말부터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 성소수자 지지철회 발언’, 재향군인회 지원’ 결정 등 일련의 우향우 행보를 걸어왔다. 두 후보 모두 중도층의 지지확장을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달랐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현재 당내 기반과 세력을 가지고 있는 문대표의 경우 포지션 이동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반면 야권 및 진보진영 내 세력기반이 없는 박원순 시장의 우향우는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를 놓치는 것으로 귀결된 듯하다[그림2].

 

그러나 이후 문 대표의 경우 과거의 김대중 대통령처럼 당내 압도적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만만치 않은 견제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류 후보면서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것이 딜레마다. 그 결과 4.27 재보궐 선거의 패배, 혁신위 구성과정 및 최근 국정원 해킹 사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장악력과 지지기반을 확대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해왔다. 특히 비주류 비노진영이 호남신당 창당을 매개로 견제하고, 차기 총선과 대선에 대비한 당혁신 프로그램이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표 취임 초기 중도화 전략의 일정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당혁신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차기 대선경쟁에서 우위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중도화 전략 대신 당장 대권주자로서의 행보 대신 서울시장으로서 행정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정부의 대응체계에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함으로써 강력한 인상을 심었다. 비주류 후보로서 정국의 주도권을 지배하거나 주도적인 포지션 이동 전략을 구사하기 보다는 자신의 포지션을 구축, 강화하며 기회를 노리는 전략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보인다.

 

[그림2]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이념 성향별 호감비율 변화

 

자료: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자료(2014.7-2015.2)

 

 

5. 2017년은 새로운 대선 방정식의 실험무대

 

물론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는 최종 본선은 물론 여야 예선의 승자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4.29 재보궐 선거 이후 야권의 경우 제1야당의 내분으로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현재까지의 성적표에 과도한 의미 부여는 어렵다. 정부여당 역시 메르스 정국 및 국정원 해킹 사업의 여파로 인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로 여야 차기주자들은 소강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차기 총선과 연 이어 있는 차기대선 시점이 다가올수록 각 후보 간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앞으로 적지 않은 후보들의 드라마가 펼쳐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러나 기존의 좌클릭-우클릭 논란의 이분법적 문제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된 후보는 예선통과 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지지층과 중간층을 동시에 만족시킬 새로운 대선 방정식의 실험무대가 될 것이다. 우선, 맹목적인 진영론과 중도노선 만능론에서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2017년 방정식의 해를 누가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