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떨어진 민생우선노선, 국민 체감 여부가 관건

 

 

 

이 보고서는 <데일리한국> 2015년 3월 3일 실린 필자의 “임기 중반엔 경제적 책임을 현정부에 돌린다… 경고등 켜진 박근혜 정부 3년차의 과제” 기사의 원문. <데일리한국> 양해 하에 수정하여 발간한다.

 

 

 

경고 사인 안고 시작하는 국정 3년차

 

필자는 지난 연말 칼럼 “박근혜정부 지지율 하락에도 체감 위기는 아닌 까닭은?”에서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지지율 전망이 어둡다고 주장했다. 예측의 주된 근거 중의 하나로서 집권 3년차부터 경제적 책임을 현직자에게 돌리기 시작하는 국정 사이클 효과에 주목했다. 임기 초 경제에 대한 책임을 현 정부에 직접 묻기 보다는 잘해주기 바라는 기대심리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3년차로 접어들었다. 2015년 들어 국민들의 체감경제 인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국가경제와 가정경제 상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이전 시기와 비교해보면 경제1월에 실시한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결과를 보자. [그림1]을 보면 올 1월 조사에서 “1년 전에 비해 국가경제가 악화되었다”는 여론은 58.2%로 2014년 6월 조사에 시기의 45.6%에 비해 12.6%포인트나 증가했다. 가정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에서 “가정경제가 1년 전에 비해 나빠졌다”는 응답이 2014년 25.0%에서 2015년 조사에서 36.1%나 나빠졌다. 국가경제에 대한 평가가 가정경제 인식보다 더 인색하지만, 국민개개인이 체감하는 가정경제인식은 국가경제인식과 서로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경제인식과 국정지지율의 변동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그림2]에서 연도별 체감경제 악화비율과 국정지지율의 상관관계를 보면 세계경제위기가 있었던 2008년 하반기 2009년 초를 제외하면 집권1-2년차에는 체감경제가 나빠졌다는 여론은 낮고, 국정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에 위치한다. 반면, 임기 4-5년차 결과는 체감경제가 나빠졌다는 여론이 높고, 국정지지율은 낮은 영역에 위치하는 패턴이 뚜렷하다. 사례수가 많지 않아 일반화에는 신중해야겠지만, 임기 중하반기에 국정지지율이 40% 밑으로 하락하는 시점에는 예외 없이 국가경제가 나빠졌다는 인식이 과반을 넘었고, 그 해 선거가 있는 시기에는 정권심판론이 안정론을 웃돌았다.

 

국가경제는 물론 가정경제에서도 경제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인식이 강화되면 국정 지지율은 하락하고, 체감경제가 개선되면 국정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스위치 현상이 2007년 이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인식이 괜찮았던 2014년 6월 조사에서 55.3%에 달했던 국정지지율은 2015년 조사에서는 33.0%까지 떨어졌다([그림3], [그림4]).

 

[그림1] 국가경제 및 가정경제 체감도 변화(%)              [그림2] 국가경제와 국정지지율 연도별 변화(%)

 

[그림3] 국가경제 체감도와 국정지지율(%)                   [그림4] 가정경제 체감도와 국정지지율(%)

 

자료: EAI·한국리서치 여론DB(2007-2015), 경제인식은 1월 23-24일조사, 국정평가는 2월 9일 조사

 

올해 전국선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국정지지율 하락이 정권심판론으로 표출될 가능성은 없지만 박근혜 정부의 3년차는 국정관리에 심각한 경고 사인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기조는 무엇보다 국가경제 및 가정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도 이 점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불쌍한 경제, 불어터진 국수론”도 민생경제 현실인식의 발로로 볼 수 있으며, 민생현장 방문과 경제협력을 위한 중동 순방외교로 3년차를 맞이하는 것은 경제 불안감으로 정부여당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사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약효 떨어진 민생우선론

 

민생우선 기조, 약효 떨어져

 

문제는 지난 2년간 통했던 방법만으로 경고등이 들어온 국정위기 징후를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민생강조, 경제협력 순방외교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우선 원칙은 집권 초부터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새삼스럽지 않다. 그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 가정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열 명 중 여섯 명이나 부정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2014년 1월 56.7%에서 2015년 1월 43.7%까지 떨어졌다. 또한, 그러나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위해 노력 한다”는 주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같은 기간 중 52.4%에서 40.6%까지 하락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강점인 국가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갔다. 59.7%에 달했던 긍정적 응답이 1년 새 38.7%까지 떨어졌다.

 

[그림5] 국정과제별 박대통령 평가 변화(%)

 

자료: 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4.1, 2015.1)

 

경제인식의 양면성: 국가성장과 소득분배 요구 공존

 

경제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메시지가 신뢰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의제 선정과 실제 추진과정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지난 2년 간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돌이켜 보면 우선, 민생현장 방문, 경제협력을 위한 순방외교 등으로 정부의 경제 살리기 의지를 과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국민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우선 정책이 무엇이었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리서치 2월 조사에서 나타나듯이 거시적인 국가 경제정책 기조로서 “복지보다 성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 61.3%로 국가적 차원에서 성장노선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가정경제 및 개인 차원에서는 “최대한 소득분배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 56.0%로 “지나친 소득분배정책을 펼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 34.3%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나“한국은 이미 충분한 복지국가”라는 현 경제팀의 메시지는 국민들의 여론과 충돌하고 있다. 체감정책 차원에서는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논란/담배값 인상 정책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도 정부의 민생우선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강화시켰다.

 

[그림6] 국가경제노선(성장 대 복지)과 소득분배정책에 대한 양면적 태도 공존(%)

 

자료: 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5.2.22.-23)

 

신뢰기반 약화, 이념 쟁점화로 민생통합노선 희석

 

또한 정부의 민생우선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경제 안정에 필요한 다른 국정과제들과의 일관성 이 중요하다. 지난 2년 간 한편으로는 민생우선 아젠다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국정운영 과정에서 이념적 갈등, 정치적 쟁점을 유발하는 아젠다를 주도한 것도 정부여당이었다. 이러한 양면전략은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정국을 주도하면서도 지지율을 관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과 청와대 내분으로 신뢰기반에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민생우선 원칙에 대한 진정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NLL 논란부터 통진당 해산 과정까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뚜렷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민생우선 노선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2015 국정운영의 사활, 민생통합노선 체감에 달려

 

무엇보다 지난 대선 시기 정책공약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성장과 개인의 복지 확대 요구가 공존하는 것이 일관된 국민여론이다. 당시 압도적인 정권심판론 하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국가적 차원의 성장노선과, 국민개인차원의 분배 요구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실사구시의 포지션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라고 선언하고 전통적인 보수노선에서 탈피하여 과감하게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 기존의 성장일변도의 국가경제노선도, 야당이 주장하는 급격한 보편복지 노선도 아닌 국가차원의 성장과 개인 차원의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의 양면성을 고려한 결과였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민생우선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기조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을 국정운영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통합과 신뢰기반의 회복 없이 민생회복은 불가능하다. 국내적으로 민생 안정이 이루어고 사회적 통합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정부가 공들여온 통일대박론의 진전이나,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장기 국가과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쟁과 이념갈등을 유발하는 갈등의제를 멀리하고 이념적,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합의할 수 있는 합의의제를 국정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국민행복과 국민통합을 내세웠던 선거캠페인 역시 다수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받았다. 전태일 동상을 찾고, 사회적 약자를 만나면서 보수, 중도층은 물론 심지어 진보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냈다.

 

대통령과 정부는 2년 전 이미 지금 닥친 문제들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집권 후 지난 2년 동안 중도층, 반대파까지 아우르는 통합행보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고, 다수의 지지를 받았던 선별적 맞춤형 복지정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복지 자체를 거추장스러워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했다. 진보 혹은 보수 어느 단일한 하나의 노선으로 국가의 비전과 국민들의 생활상의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도 민주화 이후 충분히 체험했다. 국가 뿐 아니라 국민 개인을 강조하고, 보수 대신 통합과 개혁을 내걸었던 2012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없는가가 경고등 켜진 현 정부가 위기 징후에서 탈피하고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선거가 없는 올 해가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