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진 한국-주변국 여론 관리 발등, 안보 불확실성과 균형 심리 강화

 

 

이 보고서는 <데일리한국> 2015년 1월 19일에 실린 필자의“[칼럼] '통일 대박론·신중론의 공존' 등 대외관계 인식의 두 얼굴”기사의 원문이며 일부 수정했다. <데일리한국> 양해 하에 발간한다.

 

 

들어가며

 

2015년은 종전 70년, 광복 및 분단 70년, 한일수교 50주년 등, 한국의 국제외교관계에서 기념할만한 사건들이 유난히 많은 해이다. 종전과 냉전이라는 국제적 역할 변화과정에서 탄생한 대한민국은 미, 중, 일, 러라는 세계 초강대국 틈에서 국가생존을 도모해야 했고, 동족과 총을 겨눈 상태로 힘겹게 발전과 번영의 활로를 개척해야 했다. 70년 간 한국은 가난에서 탈출했을 뿐 아니라 수혜국에서 수원국으로 말을 갈아탔고, 오랜 독재 끝에 민주화도 이뤘다. 뜻 깊은 한 해를 맞이하여 한 번쯤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점검하고, 한국인이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에 대해 정리해볼 시점이다.

 

세계 속의 코리아, 존재감 상승

미국, 호주,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지 개선 뚜렷

아프리카, 동남아 원조 효과도 톡톡

 

한국이 OECD클럽에 가입하고 G20에 당당히 자리를 잡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코리아의 위상은 중견국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BBC월드서비스와 글로브스캔과 함께 매년 2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국가별 평판조사 2014년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전 세계 21개국 국민의 38%가 한국이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라고 인식한 반면,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응답은 34%였다(정한울 2014a; 2014b).

 

이들 21개국에서 5년 전 2010년 조사에서는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이 32%였고,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응답은 29%였다. 긍정평가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늘어 상쇄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2010년 조사에서는 한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응답 유보한 비율이 35%나 되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28%로 감소했다. 한국의 국제적 인지도와 존재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주요국 국제 이미지 평판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한국의 경우 정부의 해외원조를 강화하고 있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긍정적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14년 조사에서는 한국에 시큰둥했던 미국과 호주, 유럽의 영국, 프랑스 등에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앞서 언급한 21개국 BBC·GlobeScan·EAI 글로벌 평판 조사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2010년 46%에 그쳤지만 2014년 조사에서 55%까지 상승했다. 영국의 경우 2010년 조사에서 28%만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2014년 조사에서 45%가 긍정적이라 답했고, 프랑스의 경우도 2010년 조사에서 30%에 그쳤던 긍정적 응답이 2014년에는 42%까지 높아졌다.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부각되면서 각별해지고 있는 호주에서 한국에 대한 국제평판이 2010년 35%에서 2014년 62%까지 급상승한 점도 주목할 결과다(정한울 2014b, 15).

 

좋은 징조다. 국내 문제에서는 극단적인 대립이 있을지라도 진보정권이건 보수정권이건 코리아라는 이름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존재감을 키우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격려해줄 만하다. 그 사이 북한에 대한 세계인의 평판은 추락하여 이스라엘, 이란 등과 함께 세계인의 눈총을 받는 처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그림1] EAI 여론브리핑 제139호, 제140호 참조).

 

[그림1] 21개국 전세계 국민들이 평가한 주요국 평판 변화: 긍정적 응답비율(%)

자료: BBC·GlobeScan·EAI Global Poll(2010-2014)

 

한반도 여론의 비대칭성 : 엇박자나는 주변국 관계

 

허니문 한미관계: 한국인 미국호감도 04년 58점→14년 68점, 미국인 한국 호감도 49점→55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개선되고 있지만 문제는 한반도다.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 미국의 시카고국제문제협회(CCGA), 일본의 겐론NPO 등의 싱크탱크가 조사한 각국 여론조사 자료를 비교해보자([그림2]).

 

[그림2] 한국인의 주변국 호감도와 미중일 국민의 한국에 대한 태도

출처: Smeltz and Daadler(2014), 일본내각부대신관방공보실(2014)

자료: EAI·한국리서치 DB(2004-2013), EAI 2014 대외인식(2014)

 

다행인 점은 2002년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한국의 반미정서는 북한위협이 고조되면서 한미양국의 상호인식이 꾸준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양국의 상호인식은 양호하다. 국제적 평판 뿐 아니라 양국에서 100점 만점으로 측정한 호감도 점수를 보면 2004년 한국인의 미국 호감도 점수는 58점에서 68점으로 상승했다. 반면 미국인의 한국 호감도도 2004년에는 49점에 그쳤지만, 2014년도에는 55점으로 개선되고 있다. 2000년대 초 한미 양국 정부 간 잡음이 커지고, 효순이-미선이 사건 등으로 냉각되었던 양국 국민들간 국민정서는 북한의 위협을 계기로 유례없는 허니문 관계로 바뀌고 있다(이내영·정한울 2005; 정한울 2013a; 2013b). 북한의 핵개발과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한국인들의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가 크게 증가한 결과다.

 

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그 나라의 경제적 성취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경제적 성취가 G20, UN, OECD 등 국제 무대에서 적극적 활동을 해나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효과로 짐작해볼 수 있다.

 

한중관계의 불협화음: 한국인의 중국호감도는 개선, 중국인의 한국 태도는 급랭

 

한중관계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2004년 동북공정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한국인의 대중국 호감도가 2012년 시진핑 체제와 박근혜 정부 이후 개선되고 있다. 2004년 58점이었던 호감도가 2012년 46점까지 떨어졌지만 2014년에는 56점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점수는 2004년 조사에서 73점이었으나 2010년에는 58점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다. 한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2012년 조사에서는 52%로 과반이었으나 2014년 조사에서는 40%까지 급락했다.

 

국민정서의 악화는 한국에서 먼저 시작되었으나 개선 국면으로 돌아선 반면, 중국에서의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뒤늦게 혐한감정으로 급변하고 있다. 2014년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6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미관계가 개선되었다는 응답은 30%에 그쳤지만, 한중관계가 개선되었다는 응답이 40%나 되었다. 한일관계나 남북관계는 악화되었다는 응답이 70%에 달한 것과 대비된다([그림4]). 양국 관계 개선에 공들인 한중정부의 노력이 일단 한국에서는 효과를 본 셈이다. 중국에서의 혐한감정 대책이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동반악화 한일관계

한국인의 일본호감도 04년 45점→14년 38점, 일본인의 한국 친근감 10년 62%→14년 32%

 

한일관계는 훨씬 심각하다. 세계적으로는 독일과 선두타툼을 벌일 정도로 국제적 평판이 좋은 일본이지만, 아시아 주변국 평판관리에 실패했던 일본이다. 그러나 아베정권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도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국제적 역할 평가에서는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아베정부 등장 이후 역사교과서 문제, 위안부, 군사대국화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인들의 대일감정은 다시 악화되는 추세다. 2010년만 해도 한국인들의 대일본 호감도 점수는 50점까지 올랐지만 2014년 조사에서 38점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한류 등으로 매우 우호적이었던 일본인들의 대한국 친근감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급락했다는 점이다. 일본내각부가 매년 조사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평가에서 2010년에는 62%나 “친근감을 느낀다고 답했던 일본 국민들이지만, 2012년 독도방문 이후 39%로 급락했고, 2014년 조사에서는 32%까지 추락했다. 한일수교 50주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그림3] 한국인의 주변국과 한국과의 관계 평가(%)

 

자료: EAI 대외인식조사(2014.6)

 

대북인식의 양면성과 “통일대박론”의 딜레마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남북대화와 통일대박론의 재점화를 주장했다. 통일대박론을 꺼내든 2014년 6월 동아시아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국민의 과반인 55%가 통일대박론에 동의했다. 통일대박론에 대한 지지는 단기적으로는 대통령 지지율 상승요인으로 작용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북한과 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국민여론의 양면성을 읽어야 한다.

 

대북통일인식의 양면성: 통일대박론과 통일신중론의 공존

 

통일대박론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통일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면, 통일을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이 63%,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현상유지론이 17%로 다수다. 통일을 서두르자는 입장은 16%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신중론의 밑바닥에는 북한체제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이 깔려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한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에 따라 북한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인식을 다수 여론으로 만들었다면 북한의 핵개발과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북한은 역시 예측불가능한 비이성적 행위자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2004년만 해도 통일방식으로 양 체제가 공존하는 연방제 형식을 다수가 선호했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10명 중 6명이 남한식 흡수통일을 선호한다. 정부가 아무리 통일대박론을 강조해도 정부조차 선뜻 북한에 손을 내밀기 어려운 상태 아닌가. 통일대박론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이다.

 

[그림4] 통일과 북한에 대한 양면적 인식

자료: EAI·한국리서치 DB(2004-2013), EAI 대외인식조사(2014.6)

 

통일대박론의 성과 - 주목 효과(stopping power)

관심 유지(holding power) 및 고착(sticking power)는 한계

 

언제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재현할지 모르는 불안한데, 북한 정권은 쉽게 붕괴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불안하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북한 정권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거나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조기에 붕괴될 것으로 보는 국민은 열명 중 두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아젠다 파워의 차원에서 평가하자면 장기적인 통일편익을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시선을 즉각 멈춰 세운 주목효과(attention power, stopping power)는 톡톡히 거두었다. 반면, 국민들의 관심을 유지시키는 홀딩파워(holding power)나 아젠다에 대한 공감대와 지지를 공고화하는 고착효과(sticking power)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조병량 외 2010, 41).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털어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안보 불확실성 확대와 균형 심리의 강화

 

안보상황 진폭 커지고 변동 주기 짧아져 - 안보불확실성 확대 → 한미동맹 지지 수렴

 

[그림5]에서 볼 수 있듯이 참여정부 시기에는 큰 변동 없이 일관된 방향으로 안보불안감이 상승하는 국면이었다면 이명박 정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안보체감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주기가 짧아지고 그 변동의 폭도 커지고 있다.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핵개발 의혹 수준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기정사실화되고 결정적으로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같이 한국의 영토 안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벌어지고, 민간인이 살상되는 등 안보위협의 강도가 이전에 비해 강화된 결과로 보인다. 국민들의 선택은 안보 지렛대로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보수의 해법과 함께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진보의 대북협력정책에 대한 지지가 공존한다. 우리 힘을 키워야 한다는 핵자위권에 대한 강한 지지도 공고해졌다([그림5]).

 

안보불안 변동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일차적인 선택은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다. [그림5]에서 확인되듯이 2000년대 초기에 비해 한국 사회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부침을 거치면서도 일관되게 강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6]의 좌측 그림을 보면 동아시아연구원이 주기적으로 실시한 안보불안감 조사결과와 바람직한 한미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을 순서쌍으로 산포도를 그려보면 안보불안이 완화된 해는 한미동맹 지지가 약하고, 안보불안이 커진 해에는 한미동맹 지지가 높은 양상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 수준에서도 불안감이 크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경향은 이미 기존 분석들에서 확인되고 있다(정한울 2013b).

 

대북지원 둘러싼 남남갈등 완화 - 균형 감각(balancing)과 여론 수렴

참여정부 시기 - 퍼주기 견제, MB/현 정부 - 관계 단절 견제 심리

 

[그림5]의 좌하단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여론을 보면 참여 정부 시기에는 대북지원 찬성과 반대여론이 안보상황 변화에 따라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급격한 변동양상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개발이 가시화되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급변함에 따라 대북지원 찬반여론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했음을 시사해주는 결과이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대북지원에 대한 변동 폭이 일단 좁혀지는 양상을 보여주었고, 현 정부 들어와서는 대체로 대북지원을 유지/확대하라는 여론 쪽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5] 북핵위기 후 한국인의 안보인식 변화와 바람직한 한미동맹에 대한 태도

자료: EAI·한국리서치 DB(2004-2013), EAI 대외인식조사(2014.6)

 

[그림6]의 우측 그림을 보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매 시기별로 안보불안감의 비율과 대북지원에 대해 확대/유지하라는 응답비율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데 노무현 정부 시기나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공히 해당 정부의 시기 내에서는 단기적으로 안보불안이 커지면 대북지원을 확대/유지하라는 여론이 줄고, 안보불안이 완화되면 대북지원에 우호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패턴(우하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기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그래프끼리 비교해보면 참여정부 시기에는 대북지원에 우호적인 여론의 수준이 낮은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전체적으로 대북지원에 우호적인 여론의 수준이 훨씬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여론의 균형잡기(balancing)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정부/민간 차원의 교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여론이 대북 퍼주기에 대한 견제에 무게 중심이 실린 경향이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기에는 반대로 북한에 대한 강한 대응오로 남북관계가 교착 및 냉각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여론은 남북교류의 물꼬가 열리길 기대하는 쪽으로 균형을 잡는 셈이다.

 

[그림 6] 안보불안감의 효과(%): 한미동맹과 대북지지

자료: EAI·한국리서치 DB(2004-2013), EAI 대외인식조사(2014.6)

 

이념 경계 넘어서 실용적 안보관 확산

진보층 내에 한미동맹 강화 입장 팽팽, 보수층 과반이 대북지원 확대/유지 입장

 

종합하면 코리아의 국제적 존재감은 커져가는 데 정작 한반도 이웃 나라에서의 한국 이미지는 나빠지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대목이다. 북한의 위협이 커져서 불안한데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남북간의 냉각된 관계도 걱정이다. 북한발 안보위협의 주기가 짧아지고 진폭은 커지면서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의 해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그 결과 국민들이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이념에 치우치는 대신 안보에서는 한미동맹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반대로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도 단절된 북한에 대한 관여(engagement)를 주문하는 방향으로 균형 잡기를 보여줘고 있다. [그림7]의 2014년 조

 

사결과를 토대로 이념성향별로 한미동맹에 대한 태도를 분류해보면 전체적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라는 입장이 다수(45%)인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진보층 내에서 독자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진보의 입장에 대한 지지가 39.6%인데 진보층 내에서도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34.9%로 팽팽하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와 대북협력과 관여정책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늘어난 데에는 보수층의 지지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그림8]을 보면 이념성향별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대북지원을 축소/중단하라는 여론에 비해 확대/유지하라는 입장이 다수다. 보수층에서도 53.1%(확대 13.6%, 유지 47.4%)가 대북지원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념의 경계를 넘어선 현실적 선택을 하고 있다. 현재 SNS나 언론을 통해 증폭되는 안보문제를 둘러싼 이념갈등, 남남갈등은 사실 전체 여론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라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유연하고 솔루션 지향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일단, 레토릭 차원에서는 정부와 정치권도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정부에서 통일대박론이 나오고 야당에서 진보적 안보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레토릭이 아닌 현실은 퇴행적이었다. 한편으로는 통일대박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NLL 진실공방, 종북 대 반북의 해묵은 논란으로 2년을 허비했다. 과거와 낡은 이념쟁점에 발목 잡혀 있는 한, 한국외교와 남북관계는 한발자국도 전진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들의 속내가 불편하고, 2015년 전망이 밝지 못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3년차로 접어드는 정부여당의 심기일전과 달라진 제1야당의 변화에 대한 기대로 2015년이 시작되고 있다. 광복70년, 분단70년을 맞이하는 민심의 현주소다. 정부와 정치권이 달라질 때다.

 

[그림7] 이념성향별 바람직한 한미관계(%) : EAI 대외인식조사(2014.6)

 

 

[그림8] 이념성향별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 EAI 대외인식조사(2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