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동북아 외교안보정책

 

토론 중 가장 먼저 논의된 주제는 영국의 동북아시아 외교안보정책이었다. 영국은 지난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부터 받은 충격을 극복하고 빠른 경제회복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한 이른바 ‘번영 아젠다(prosperity agenda)’를 추진해 오고 있다. 때문에 지속적인 개발과 성장을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영국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은 특히 ‘신흥강국 (emerging power)’들과 네트워크 구축 및 관계발전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영 관계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하고자 노력중이다.

 

영국의 국가전략은 내각, 외무부, 통상산업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관련 정책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으며 국방부 또한 여러 부처들과 조율을 통해 국가 전략에 부응하는 국방정책을 수립한다. 영국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국방협력전략’ (IDES) 역시 국방과 외교를 아우르는 영국의 국제군사협력 정책으로서 동맹국 방어와 영국의 국제적 위상 유지는 물론 대외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 모색과 협력 추진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영국의 세계시장 진출 지원과 국방정책이 연동된 형태인 것이다.

 

한반도 및 아시아 역내 안보 여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영국 대표단은 북한과 김정은 정권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속적인 북한의 도발행위는 남북협력은 물론 한국과 중국이 북한문제에 대해 공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특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가 지역 안정에 커다란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대표단은 우려를 표명했다. 대표단은 또한 동북아시아 국가간 안보협력이 유럽의 안보협력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과 영국 양측은 유럽의 지역 안보협력체가 아시아에 적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영국 대표단은 유럽의 경우 수 세기에 걸친 대립과 수백만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2차 세계 대전 종결과 함께 지역협력의 필요성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언급하고 아시아에서도 이러한 유럽의 역사적 특수성이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국 대표단은 아시아 국가들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유럽과 같은 형태의 안보협력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 작동 가능한 안보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을 아우르는 협력적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방증한다는 의견이다. 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제통합, 그리고 정치통합을 향한 움직임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역시 유럽식 모델의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과 재개시 북한의 태도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발전적 전망보다는 타개책 마련 어려움에 공감하는 수준에서 토론이 이루어졌다. 양측 모두 현재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정성 있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 공감하고 국제사회가 원하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그러한 태도변화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과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의 미래

 

양측은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질서재편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우선 통일과 관련해서 영국 대표단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과연 통일을 얼마나 원하는지, 그리고 실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치러야 할 비용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이에 한국 측은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정부가 젊은 세대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통일 비용보다는 편익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P5+1 협상이 북핵문제에 주는 교훈에 대해 영국은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시 이란이 정권교체를 통해 협상 필요성에 좀 더 공감하는 지도부가 선출될 수 있었던 점은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의 전략적 계산이나 내부 사정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이란과 북한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현재의 적대적 관계에서 북핵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영국 측에서 제기되었다.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될 경우 영국의 평화유지군 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이와 관련 대표단은 영국이 평화유지군을 보낼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지원방안을 선택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위기 발생시 영국의 군사적 개입에 앞서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자원에 대한 고려가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지역협력과 관련해서는 역사 수정주의와 영토 분쟁으로 악화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의 중재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토론자들은 중국이 자국의 평화로운 부상에 대해 주변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으며 일본은 중국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함으로써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는 일본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일부 극우 세력들의 의견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함께 아베 정권의 궁극적인 성공은 경제개혁 정책, 즉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일본이 경제개혁에 실패할 경우 극우 세력의 영향력 또한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측 토론자들은 무엇보다도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에 기반한 지역 안정과 협력 추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 회의록에 포함된 모든 내용은 EAI와 영국 국방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하며 개별 토론자의 견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본 회의록 영문본은 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 Patrick Thomsen 연구원이 작성했으며 국문본은 유재승 연구원과 정주영 인턴이 번역•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