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통해 미중 협력 견인" 남북관계가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과거 동서독 관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 독일이 미국 등 동맹과의 관계를 탄탄히 다져 독자 운신 폭을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대소련 관계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통일까지 다다른 만큼, 미중 경쟁 파고에 직면한 한국이 관련 접근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권 장관은 10일 서울 한 호텔에서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주최한 '2023 Global NK' 국제회의에서 "차이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동서독 관계와 동서독을 둘러싼 국제관계가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하나의 참조점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서울과 베이징과 워싱턴 간의 삼각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하는 부분과 관련해 과거 동서독 분단 당시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이 했던 이야기에 동의한다"며 "우리 대한민국 상황과도 상당히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이 "'서독 외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동맹을 아주 튼튼하게 해서 자유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또 확보된 자유공간을 바탕으로 소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당시 냉전 상황에서 미국과 소련, 양쪽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겠지만,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류의 생각들이 미국·소련과의 관계를 잘 가져와서 궁극적으로는 통일까지 이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권 장관은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는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불씨'를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통해 미중 간 협력을 견인해 나가면서 한반도와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설명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따른 비확산 체제 유지는 미중 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윤 정부가 미중 협력, 나아가서는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권 장관은 "'불통'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북한이 많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