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방선거에 대해 유권자들이 이만큼 큰 관심을 갖는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투표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8%였고, 서울의 투표율은 이보다도 낮은 45.5%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투표율이 아무래도 이보다는 높을 것 같다. 이렇게 상황이 변화된 것은 강금실 전 장관과 오세훈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부터다.

 

대선 전초전이라서가 아니라 이들의 등장 이후 서울시장 선거라는 ‘게임’ 자체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등장을 두고 말도 많다. 정책이나 비전 등 구체적인 알맹이보다 이미지를 내세우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이미지 정치라고 무턱대고 비판만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났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강금실, 오세훈 두 사람은 현역 정치인이 아니다. 이들이 주는 신선함은 정치권 외부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이들이 현역 국회의원이었다면 아마도 이런 만큼의 성원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현역 정치인들은 불신의 대상이다. 열린우리당의 또 다른 서울시장 후보인 이계안 의원이 자신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 머물러 있었다면 영입 우선대상이 되었을 것이라는 탄식은 상당한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정치권의 불만에 대한 반작용-

정계에 몸을 담그는 순간 신선함은 사라지게 된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의 약진이나 2002년 대선에서 ‘축구협회장’ 정몽준 돌풍, 그리고 어떤 점에서 본다면 노무현 후보의 당선도 이들이 정치권 외부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만큼 국민들은 기존 정치권에 식상해 있고,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불만도 높다. 정치권 외부 인사가 갖는 신선한 이미지는 바로 이런 식상함, 불만에 대한 반작용이고, 새로운 기대감의 반영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이들 두 사람이 대표하는 이미지는 세련되고 문화적인 특성을 갖는다. 이런 모습에 공감하는 것은 지난 몇 해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이념 과잉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강성 이념으로 무장하여 상호 격렬하게 다퉈온 데 대한 식상함이 강금실, 오세훈 효과의 숨은 원인인 것이다. 이들이 주는 이미지는 과거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무거움과 투철함이 아니라 자유롭고 포용적이며 부드럽다. 색깔로 치자면 원색이 아니라 파스텔 톤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강금실 전 장관은 연보랏빛 스카프를 좋아하는 것 같고 오세훈 전 의원은 초록빛 넥타이를 즐겨 매는 것 같다.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런 모습 속에서 참신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이들이 던져주는 이미지가 이제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적 변화의 방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도 아닌데 벌써부터 이미지 정치의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였던 이명박 시장의 지지도가 테니스 파문 이후 급락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처럼 과거 김영삼, 김대중과 같은 정치인들과는 달리 이미지에 의존하는 정치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만을 지지해 주는 ‘굳은패’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들의 지지도는 요동칠 것이다. 강전장관이나 오전의원이 아직까지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는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미지에 걸맞은 실질적 내용을 채워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각 당의 공식 후보가 결정 되면 언론이나 후보자 상호간 공방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책 검증의 과정은 이뤄질 것이다.


-국민들은 참신한 감성에 공감-

강금실, 오세훈 현상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논란이 되는 이미지 속에 담겨 있는 정치적 메시지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권 외부에서 나타난 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국민과 괴리되어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미지에만 속아서는 안 된다고 국민을 탓하기 전에 누가 그런 원인을 제공했는지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

 

강원택 EAI 시민정치패널 위원장 · 숭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