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의 부패·비리 문제가 새삼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썩은 지방권력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했고 당은 지방자치단체의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검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감사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선거용이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방선거의 본질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정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이 사안은 그저 선거용 공방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심각성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기본은 상이한 정파간 경쟁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인 매디슨은 인간의 본성은 원래 이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고 해도 권력을 잡으면 부패하고 타락해 갈 수 있다고 보았다. 그 때문에 상이한 이해관계를 갖는 이들이 제도적으로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도록 하는 일이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야심은 야심에 의해 통제 받아야 한다.’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그런 인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간 정파적 경쟁과 다툼에 식상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렇게 서로 견제하고 비판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제도적인 균형을 이루고 내부 운영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치 수준에서는 이와 같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어 오지 못했다. 그 까닭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동안 지방 정치는 사실상 1당제로 운영되어 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투표 성향으로 인해 그 지역의 지배 정당을 제외한 다른 정파의 후보들은 거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한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의회가 한 정당에 의해 사실상 장악되는 상황에서 상이한 정파간 비판과 경쟁을 통한 감시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지방에서는 특정 고교나 대학 출신의 학연, 혹은 지연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데다가 이것이 정파적 동질성과 결합하여 더욱더 지방의회의 제도적인 감시·감독 기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취약한 감시·감독 기능이 심각한 또 다른 까닭은 최근 감사원이 지적한 대로,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자체적인 감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구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과도 관련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권을 갖는 조직 내부 부서가 감사 기능을 맡은 상황에서는 단체장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철저한 감찰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지방 언론이 있지만 중앙 정부에 대한 각종 언론기관의 감시와는 활동 수준이나 규모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비교할 때 지방정부 내의 제도적 견제와 균형의 구조는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양이를 주변에 둔 쥐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듯이, 내부의 긴장감이 결여된 조직은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 선거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보다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이게 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감사원·국회·검찰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방정치 내부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스스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여러가지 제도적 개선책이 있겠지만, 지방정부의 투명성 확보와 비리 근절을 위해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은 역시 유권자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내부적인 감시·감독 기능이 약해진 것은 정치인들이 부추긴 지역감정에 그 지역 유권자들이 편승하여 만들어낸 지역적 일당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심이 야심을 통제하도록"지방정치의 편협한 대표성을 극복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강원택 EAI 시민정치패널 위원장 · 숭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