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화된 386 이번엔 우리가 버린다” 
 

'광주출신 386’도 열린우리당에 등돌려


“변한건 너희들” … 열성지지에서 반대로 선회


며칠전 서울에서 있었던 광주 K고 동문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 모 의원실 보좌관(41)은 고등학교 동기들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하나같이 오는 서울시장 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것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이탈했더라도 자기 친구들만큼은 우리당에 애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가 한 순간에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동문회에 참석한 동기들 직업은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 중고등학교 시절, ‘5·18 광주’를 목격했고 대학 때는 독재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열린우리당을 떠났다는 사실에 보좌관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열린우리당은 경제 챙길만한 실력 없다” = 이들은 왜 열린우리당을 떠났을까.

 

보좌관 동기들의 말을 모아보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철회’를 선언한 이유는 겉보기에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경제문제. 초·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40대 초반 나이. 보좌관 동기들은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말로 여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입으로는 민생경제를 외치지만 정작 경제에는 관심이 없거나 민생경제를 챙길만한 실력이 없는 세력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두 번째는 정서적인 괴리였다. 보좌관 동기들은 “호남, 특히 광주 전남은 열린우리당을 버린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호남민심 이반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몇몇 동기들은 민주당과의 분당과 현대 대북송금 특검 등을 ‘호남과 결별’의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정서적 괴리’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었다. ‘열린우리당, 너희들이 변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들은 보좌관에게 “너희 권력 가진 386과 우리를 같은 386으로 보지 마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권력 386’의 너희들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장시간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 보좌관은 ‘동기들과의 정서적 동질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우리당 이탈해 한나라당으로 … = 열린우리당은 최근 광주시장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광주를 놓치면 지방선거 패배”라며 배수진을 쳤다.

 

광주공략으로 호남표심을 얻고 그 파급력을 수도권 선거로 연결하겠다는 여당의 전략은 현재로서는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 이런 민심이 향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흐름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여당 보좌관의 동기들 예에서 보듯, 이른바 열린우리당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거세기 때문이다.

 

광주 출신 386세대만이 아니다. 광주 출신 40대 중반의 한 인사도 “동문회 나가면 여당에 대한 지지철회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지난 15일 중앙일보의 ‘전국 유권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 중 39%만 현재 여당 지지층으로 남아 있다.

 

여권에서 이탈한 지지층은 한나라당으로 27%, 민주당으로 10%, 민주노동당으로 7%가 움직였다고 중앙일보는 분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창교 수석전문위원은 “여권 핵심 지지층은 그 동안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지지를 보냈지만, 그 기대감이 무너진데 대한 심리적 허탈감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으로부터 이탈한 사람들이 여당을 향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한편 고등학교 재학 중 광주항쟁을 목격했던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리당 보좌관 동기들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며 “다만 과거 민주화 운동시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