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D 록펠러는 19세기말 석유사업으로 미국 최대의 부자가 됐다.

 

경쟁업체를 넘어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그는 결국 미국 석유시장의 90%를 장악했다. 돈을 버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기업가였지만 록펠러센터 등 수많은 학교ㆍ박물관ㆍ도서관에 오늘날의 돈 가치로 무려 60억달러를 기부했다. 한국 사회에서 항상 화두가 되는 "재벌"도 록펠러처럼 "선(善)"과 "악(惡)"의 극단적인 관점에서 평가된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동아시아연구원(EAI) 등과 실시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여론조사에서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한 기업"이면서 동시에 "가장 못한 기업"으로도 뽑혔다. 현대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동시에 노사갈등의 대표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같은 기업인에 대한 인식도 극단을 달린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존경할 만한 기업인 설문조사를 하면 이들은 언제나 상위권에 포함된다. 그러다가 "재벌이 문제야"라고 주제가 바뀌면 가장 배척해야 할 인물로 둔갑한다.

 

이처럼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사안마다 자신의 믿음과 신념만 고집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재벌이 한국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사람도 자녀나 친척이 대기업에 입사하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이중잣대"가 아닌 "진정한 실용주의"로 바뀌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실용주의란 "여러 교리나 주의 가운데서 마음에 드는 것, 즉 특정한 상황에 맞으면 된다"는 철학이다.

 

자원도 빈약하고 국토도 좁은 한국이 살아가려면 경제를 살려야 하고, 싫든 좋든 그 선봉은 기업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상속ㆍ증여세 논쟁과 대기업의 사회공헌 요구 등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공적은 보지 않고 지나치게 남의 과실만 들추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김상민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