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통 조세영 외교 1차관, 임명 전 한·일관계 언급
“위안부는 중재위 회부해 문제 정면으로 마주해야”

“정부, 대법원 징용 판결 존중하되 국가 간엔 해결됐다는 입장 필요”

외교부 내 최고 일본 전문가가 지난 24일 신임 1차관에 임명되면서 한·일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한 양국 관계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신임 조세영 1차관(사진)은 외교관 경력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일본 업무를 맡아온 ‘일본통’이다. 조 차관 발탁 배경에는 경색된 한·일관계를 타개해보려는 정부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조 차관은 2012년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파동으로 동북아국장에서 물러나 약 5년간 대학교수 등을 지냈다. 조 차관은 이 기간 동안 논문·기고·저서 등을 통해 한·일관계 현안에 ‘민간인’으로서 소신을 솔직하게 피력해왔다. 그 내용들이 조 차관 임명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차관은 2015년 2호 ‘EAI 일본논평’에 게재된 ‘한·일관계 타개 방안: 정상회담과 위안부 문제의 분리대응’이라는 글에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한·일 간에 중대한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국가 간에는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되었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출간된 저서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에서도 대법원 판결은 청구권협정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의 해석과 충돌한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50년 가까이 유지되어 왔던 청구권협정의 틀이 한국 사법부의 판결에 의해 심각한 시험에 직면하게 됐다”고 짚었다.

위안부 피해자 현안은 청구권협정 해석 문제를 일본에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정공법’을 주장했다. 조 차관은 ‘EAI 일본논평’에서 “외교적 타협을 통해 우회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중재위원회 회부로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해 문제의 핵심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국 정부 책임하에 해결하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청구권 해석을 놓고 일본과 정면으로 다퉈야 한다는 것이 조 차관의 소신인 셈이다. 하지만 과거 사견을 정부 정책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당국자는 “학자적 견해와 고위공무원의 정책 결정은 다를 수 있다”며 “조 차관의 교수 시절 논문으로 한·일관계 방향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