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온 미중 경제전쟁
지구화(globalization)의 시대가 지나고 각국이 보호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세계 경제의 분단(디커플링, decoupling)을 초래하는 뉴노멀(new normal)이 등장하며 한국은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2020년대 들어 국가안보와 연계되는 전략경쟁으로 확대되었다. 미중 두 나라를 주요 교역국으로 두고, 안보 측면에서도 양국관계의 동향에 따라 사활적 영향을 받는 한국으로서 미중의 분단과 대립은 거대한 도전이다. 한국은 미국의 디커플링 요구와 이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라는 이중 압력 사이에서 반도차 및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책은 미중 경제전쟁이 한국에 주는 영향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다룬다.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지정학 리스크로 세계 경제 질서가 처한 혼란과 대응 과제, 그리고 경제와 안보를 연관 짓는 주요국 전략의 결과로 한국이 받는 영향과 그간의 대응을 규명한다. 각 장에서는 반도체, 배터리와 핵심 광물, 자동차, 금융, 군사인공지능 등 주요 산업 부문의 사례와, 미국, 유럽연합, 중국,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을 분석한다.
EAI 국제정치경제 전문가가 제시하는 경제안보의 부상 속 한국의 활로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동아시아연구원(EAI) 국제정치경제 전문가들은 주요 산업과 기술을 둘러싼 미중의 경제안보 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미중 양국 및 유럽연합의 경제안보 개념과 전략을 비교 분석하여 한국이 나아갈 길을 고찰한다.
서장에서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은 경제적 상호의존과 국가안보 관계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토대로, 미중 간 경제적 상호 의존 심화가 중국의 경제 성장과 맞물리며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적 무역 정책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되짚는다. 이처럼 중국을 배제하거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디커플링 전략에 대한 반발로 디리스킹(de-risking) 개념이 등장했다고 소개하면서, 미중 양국이 어떻게 리스크를 감지하고 있으며 디리스킹 전략에 따라 한국이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제1장에서 배영자 건국대 교수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미중 경제안보의 핵심 요소로 꼽으며, 반도체 산업 정책을 통해 기술혁신 역량을 갖추고 국제 협력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미중 경제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첨단 반도체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미중 반도체 경쟁의 영향권에 놓여 있으며, 독자적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외교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2장에서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원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등 전기차 배터리 및 핵심광물 공급망 단계의 개발도상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주요국의 전략을 소개한다. 나아가 한국도 핵심광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급선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그 방안으로 캐나다 및 호주 등과의 광물 협력과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국가와의 다자협력 체계를 제시한다.
제3장에서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부상하는 가운데 서방의 대중국 견제 입법과 중국의 금속 수출통제 및 해외직접투자 촉진 움직임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에게는 중요한 경제안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의 경제 및 시장 규모와 지정학 양상을 고려하면 전략적 자율성을 갖고 독자적 경제안보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취약성 보완을 위한 소재, 부품, 장비의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4장에서 이용욱 고려대 교수는 미중 양국이 전략 경쟁을 벌이면서도 금융 분야의 상호 의존이 심화되는 현상을, 각국의 정치 지도자가 국내정치적 이득을 위해 타국을 안보 위협 대상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공범자론”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나아가 경제적 상호 의존이 국제정치의 흐름에 따라 상대방을 압박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한국은 금융 분야의 중추국 외교를 통해 주요국과 집합적 정책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미중 양자에 대한 공세적 전략과 방어적 전략을 겸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5장에서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은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에 의한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을 선점하는 쪽이 전략경쟁의 우위를 차지할 것이고, 아직 AI 운용에 관한 국제 규범이 정립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각국은 경쟁적으로 군사 AI 활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어서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 다자 체제하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통제 조율 문제가 관건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은 이러한 조율 과정에서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대미 및 대중 관계를 관리하는 한편 AI 발전이 동 기술의 파멸적 군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범을 제시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6장에서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디리스킹 기조를 내세워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미국과 유럽의 전략을 소개하면서, 역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수출입 규제를 완화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예시로 든다. 저자는 이러한 조치가 지정학적 경쟁을 비롯한 공급망, 보건, 기술 등 다발적 도전에 대응하여 자국 경제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평가하며, 경쟁국에 공격적 수출통제를 취하는 미국과 대내외적 위험 요인의 경중을 파악하여 비교적 신중한 리스크 기반 접근방식을 채택하는 유럽의 정책 차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제7장에서 김용신 인하대 교수는 경제 안보를 총체적 국가안보관의 하위 개념이자 당의 핵심 지휘 대상으로 상정하고, 미중 전략경쟁 속 중국의 서구 의존과 신흥 개발도상국의 도전, 국제무역의 일방주의를 주요 위협 요인으로 여기는 시진핑 정권의 대외 인식과 전략을 분석한다. 특히 중국의 경제 안보 목표는 시진핑 정권과 당의 지속 및 국가 번영을 위한 물질적 기반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은 중국의 중앙집권적 경제안보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첨단기술 및 핵심광물 분야의 양국 간 전면적 경쟁 관계 및 중국 중심 공급망에 대한 복합 의존 상황에 유의하며 선제적 대응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8장에서 이승주 EAI 무역·기술·변환연구센터 소장(중앙대 교수)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제적 강압이라는 지경학적 도전의 이중고 속에서 한국이 시도하고 있는 지정학 및 지경학 대응의 결합 전략을 분석한다. 나아가 한국 경제안보의 방향으로 경제와 안보의 효과적 연계를 통한 전략적 우위 확보, 기술주권 확보와 국제협력 추진 사이의 상충 관계를 완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접근법, 국익과 민간 이익의 균형을 위한 협력과 조정을 제시하고, 그 기반에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차례
책을 펴내며 _ 7 서장 경제적 상호의존과 국가안보의 균형 _ 11 제1부 산업부문별 대응 제1장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대응 전략 _ 35 제2장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핵심광물 확보방안 _ 65 제3장 중국 전기자동차(EV) 산업의 부상과 한국의 경제안보에 주는 함의 _ 96 제4장 미중 전략 경쟁 속 금융 상호의존 강화: 패러독스 혹은 무기화의 서막? _ 127 제5장 미중 전략 경쟁 속 군사인공지능의 정치경제 _ 157 제2부 주요국별 대응 제6장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따른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안보 정책 _ 191 제7장 중국의 경제안보: 개념과 전략 _ 213 제8장 지정학/지경학의 이중 도전과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 연속성과 변화 _ 233 |